AI시대 변화 직면한 회계업계…‘정보해석·분석’으로 역할 확대

2024-11-29 13:00:05 게재

챗GPT, 회계전문자격시험 모두 합격 … 회계사·감사인 소멸가능 직업 23위

‘통계·데이터·사업 역량’ 필요 … “신뢰받는 조언자의 핵심적 역할 수행해야”

한국공인회계사회 창립 70주년 기념 세미나 ‘회계의 역사와 미래’ 개최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에서는 향후 5년간 고용감소가 가장 클 것으로 예측되는 직종 3위로 ‘회계’를 꼽았다.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혁신이 회계전문직을 대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회계분야 일자리의 소멸을 전망한 것이다.

세계경제포럼은 803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0대 직업군 중 향후 5년간 일자리 소멸 가능성 순위에서 회계·기장·급여기록 담당자는 7위, 회계사와 감사인은 23위를 기록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창립 70주년을 맞아 ‘회계의 역사와 미래’를 주제로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FKI)에서 기념 세미나를 열고 디지털 혁명과 AI 등 미래 회계 환경 속에서 업계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이미 회계 실무에 도입된 디지털 혁명 기술은 회계 업무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며, 정보 수요의 변화에 따라 앞으로 회계 업무가 더욱 다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디지털 혁신 환경에서의 회계의 역할을 재정립해 회계사들에게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제시하는 논의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생성형 AI인 챗GPT 4.0 모델은 이미 회계전문직 자격시험(CPA, CMA, CIA, EA)을 모두 합격했다. 업계에서는 챗CPT가 회계사 시험 합격생 수준의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회계의 미래’(AI시대의 회계전문가)를 주제로 발표한 이영한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능형 프로세스 자동화(IPA)의 생산성과 효율성에 압도될 것이 아니라 이를 활용해야 한다”며 “회계전문가들의 업무가 회계정보의 생산에서 회계정보의 해석, 분석, 자문의 영역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회계전문가는 디지털 혁신 기술환경에서 발생하는 여러 윤리적 문제에 대응하는 윤리적 리더로서, 그리고 신뢰받는 조언자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신기술 도입으로 유발되는 문제는 투명성, 설명가능성, 책임, 인권보호 및 가치, 정확성·신뢰성·효과성, 개인정보 관련 사생활 보호와 자율성 등이다.

디지털 혁신기술에서 생성된 정보의 경우 투명성이 요구되지만 보안유지와 상충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인공지능이 여러 절차들을 대체할 경우 책임자들의 책임과 권한 문제 등이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또 디지털 혁신기술의 결론과 사용이 인권보호와 공정, 공평, 포용, 협동이라는 가치와 병립할 수 있는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과연 디지털 혁신기술의 정보가 정확하고 신뢰성이 있고 이를 검증할 수 있는지, 그러한 정보가 의사결정에 효과적인지도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이 교수는 디지털 혁신기술 도입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할 전문가가 필요하고 회계사들의 새로운 영역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 혁신시대의 회계사 필수역량으로는 ‘통계·데이터·사업 역량'을 꼽았다. 데이터에 의해 제공되는 패턴과 인사이트(통찰력)를 찾아낼 수 있는 역량,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 관련 기술 및 머신러닝과 알고리즘을 포함한 기술에 대한 이해, 해당 사업영역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문제점과 기회를 식별하고 통찰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능력 등을 말한다.

회계사의 역할이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제시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지속가능성 공시 규제 강화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관련 재무, 비재무공시 요구가 높아지면서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ESG 지표에 대한 계량화, ESG 보고를 위한 판단과 정보 공시를 위한 데이터 수집 관리, 신뢰성 검증 등이 회계사들의 업무 영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또 회계 업무의 아웃소싱 추세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회계 및 재무관련 업무가 기업 외부에서 서비스를 조달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거나 프로그램을 통한 자동화 방식으로 수행되면 기업은 영업과 연구개발, 제품생산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한국의 회계역사’를 주제로 발표한 전성호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고려는 오늘날 국가고시에 공인회계사 시험이 있듯이 회계고등고시를 3년에 한번 식년마다 치렀는데 100명이 응시하면 합격자가 10~20명이라 기록하고 있다. 합격률이 응시자 대비 10~20%인 것으로 알 수 있다”며 “고려에서부터 발달한 국학 안에 회계학은 항상 중심된 위치에 있었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오늘날 회계학에 해당하는 산학은 그 학문의 궁극적인 목표를 ‘상명지당’(詳明之堂 )이라 했다”며 “산학은 진실, 명확성의 원칙을 추구하는 학문으로 자리잡고 있었다”고 한국 역사에서 회계유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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