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세계질서 구상은 미국 신해양전략 기획자들 손에
마이크 왈츠 안보보좌관 내정자,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내정자
올해 4월 민주당과 국가해양전략에 관한 초당적 의회보고서 채택
세계화 시대 탄생한 한국 해양수산부, 탈세계화시대 신해양책략 필요
미국 의회에서 신해양전략을 주도하고 있는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공화당·플로리다주)과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당·플로리다주)이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에 내정되면서 세계 해양질서가 어떻게 변화해나갈지 주목된다.
이들은 지난 4월 30일 존 가라멘디 하원의원(민주당·캘리포니아주) 마크 켈리 상원의원(민주당·애리조나주)과 함께 ‘국가 해양전략을 위한 의회지침’을 채택했다. (▶ 내일신문 6월 28일자 기사 ‘미국 해운·조선재건 움직임…해양력 쇠퇴에 위기감 고조’ 참조)
국내 해양계에서도 이들이 주도한 미국의 신해양전략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새로운 해양책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린란드 매입" … 트럼프의 오션 그레이트게임 주목 = 28일 박인호 신해양강국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세계 최고 해양강국 미국이 중국에 비해 해양력이 뒤쳐지자 심각하게 위기감을 느끼고 새로운 해양전략을 구상하고 있는데 우리는 어떠한지 돌아보게 된다” 며 “기후변화시대에 잘 대응하기 위해 해양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에서 30여년 이어져온 세계화 질서도 탈세계화 흐름으로 바뀌고 있어 우리에게도 생존을 위한 대한민국 신해양전략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1995년 ‘부산항을사랑하는시민모임’을 만든 이후 부산항만공사설립시민운동, 해양수산부 폐지반대 및 부활운동, 선박금융공사(현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운동 등을 주도한 바 있다.
국내 대표적인 해양책략가로 1996년 해양수산부 창설의 주역 중 1인이었던 홍승용 전 해수부 차관은 “탈세계화·기후변화 시대에 맞는 신해양책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내년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남중국해 북극해를 포함 세계 해양 분야에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며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고 밝혀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고 환기했다.
홍 전 차관은 올해 5월 발행한 ‘오션 그레이트 게임’에서도 “트럼프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그가 주창했던 그린란드 매입 책략은 그의 정책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의 상징적 과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북극해에서 그레이트 게임의 선전포고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했다.
홍 전 차관이 미국의 해외 영토 확장에서 주목해야 할 일선 사령관은 국무장관이라고 지목했는데, 트럼프 2기에서 국무장관은 마르코 루비오다. 마르코 루비오가 주도한 미국의 신해양전략 보고서에서 북극은 ‘미 의회가 지금 당장 해야 할 10가지 일들’ 중 7번째 과제로 명시돼 있다.
보고서는 “미국의 경제·정치·군사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급변하는 북극 지역에서 발생하는 잠재적 자원 경쟁에 대비하고 계획을 수립하며, 법치와 국가 주권을 존중하면서 계획을 수립할 것”을 적시했다.
송의달 서울시립대 초빙교수는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평균 3% 수준이었는데 미국이 희생해서라도 세계 자유무역을 활성화하겠다는 철학을 반영했다”며 “그러나 트럼프가 보편적 기본 관세율을 10~20%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것은 이젠 과거처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미국의 입장이 변하고 있고 해양질서도 이런 큰 틀 속에서 봐야 한다”며 “해양에서 기후변화 대응은 계속 진행되겠지만 우리 정부와 해양계에서도 큰 틀의 변화를 잘 읽어가면서 정책변화를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언론인 출신인 송 교수는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 후보에 대한 분석서 ‘신의 개입’를 쓰고 트럼프 2기를 우리나라의 기회로 만들려면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실천적 방법론을 제시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 선거 개표 전 트럼프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공개적으로 예측한 바 있다.
◆중국에 뒤쳐진 미국 해운·조선 강화, 북극 헤게모니 강조 = 해수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마이크 왈츠와 마르코 루비오 등이 주도한 미 의회 보고서 전문을 봤다”며 “의외로 길지 않고 간명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어떤 내용일까.
미 의회의 해양전략을 위한 지침은 △미국은 해양국가이며 △미국인의 생활 방식은 안전하고 개방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해양으로 접근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수십년간 정부와 민간 산업의 무관심으로 인해 미국의 조선 능력과 해양 노동력이 약해졌고, 이는 미국 상품을 시장에 공급하고 전시 중에 미군을 지원하는 미국 국적 선박 감소로 이어졌다고 반성했다.
보고서는 “수십 년 동안 미국은 중요한 해양 인프라와 역량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했고, 이로 인해 3조~6조 달러 규모의 세계 해양 경제에서 경쟁력이 떨어졌지만 미국의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은 세계 최대의 조선 및 해운 국가로 자리 잡았고, 미국보다 230배 이상의 선박건조능력을 자랑한다”고 분석했다.
마르코 루비오는 “미국과 공산주의 중국 간의 경쟁은 21세기를 정의할 것이며, 이러한 분쟁이 해양 영역보다 더 뚜렷한 곳은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마이크 왈츠는 “늦기 전에 미국 국적의 해운·조선, 해양 인력에 대한 투자를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해양강국 미국을 위한 전략적 목표는 미국의 전략적 목표를 △해양번영 달성 △해양안보 보장 △동맹 및 파트너 협력 모색 △미국의 가치, 해양 독립성, 항해의 자유, 대양 바다 내륙수로의 회복력으로 제시하고 이를 위해 미국 의회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 10가지를 제안했다.
하나, 모든 국가 해양 업무와 정책을 조정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의 국가해양위원회를 설립한다.
둘, 미국의 해운·조선 등 해양 부문 노동력을 확대 개발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시행한다.
셋, 미국내 조선능력을 키우기 위해 권한과 자금을 제공하고 동맹과 협력을 강화한다.
넷, 기업들이 마국 국적 선박을 통해 상품을 운송하도록 세제혜택 연방재정지원 등 프로그램을 수립한다.
다섯, 교량에 1250억달러, 항만에 1630억달러, 내륙 수로에 68억달러의 유지보수 적체가 존재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투자를 촉구한다.
여섯, 산업계와 함께 혁신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만들어 해양 부문 혁신을 선도하고 첨단 원자력 에너지 솔루션을 개발한다.
일곱, 북극지역에서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잠재적 자원 경쟁에 대비하고 계획을 수립한다.
해군에 대한 지원, 해양부문 경쟁력 지원을 위한 정책, 안보전략에 따라 해양프로그램 연장·자금제공 등도 포함했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내정자는 8월에는 마크 켈리 의원(민주당)과 함께 의회 해양전략지침에 기반해 중국의 해양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초당적인 ‘전략항만보고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 법안은 미국 국방부가 주요 글로벌 항구에서 중국 기업의 영향력 확대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을 고안하도록 의무를 부여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