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전세를 위한 임대차법 개정해야”
임차권등기의무 등 제안
이강훈 세입자114센터장
“임대차보호법이 20년 걸려 도입됐듯이 전세사기의 근원적 해결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 논의할 때입니다.”
이강훈 세입자114센터장(변호사·사진)은 29일 “2021년 이후 대규모로 발생한 전세사기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근간을 이루는 제도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문제인식이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임차권 등기를 통한 공시 △등기된 임대차에 경매청구권 부여 △ 주택양도시 사전통지 의무 등의 입법방안을 제안했다.
이 센터장은 “임차권등기를 통한 공시는 임대차계약 체결 후 최초 보증금(증액 포함) 지급과 임대차 등기협력 의무이행을 동시이행 관계로 규정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방식처럼 주택의 점유·주민등록 다음날 대항력이 발생하거나, 보증금 반환의무 불이행 시 취하는 임대차등기명령 같은 사후적 조치는 보증금 사기나 후순위 문제를 방지할 수 없어서다.
등기된 임대차에 경매청구권 부여는 보다 강력한 방법이다. 현재 임대차의 경우 임차인이 경매를 청구하려면 보증금반환소송 승소 이후에나 가능하다. 이 센터장은 “임차인이 임대차 종료 후 3개월이 경과한 뒤 경매신청하도록 조항을 둬 임대인에게도 시간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게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주택양도 시 사전통지의무는 보증금 반환 능력이 전혀 없는 이른바 ‘바지임대인’을 동원한 전세사기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란 판단에서다.
주택을 양도한 집주인이 임차인에 대한 보증금 반환채무를 면하려면 사전통지의무 이행 없이는 불가능하도록 해 사전통지의무를 강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에 따르면 전세사기피해자는 이달까지 누적 2만4668명으로 집계됐다.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가 지난해 6월부터 관련 사안에 대해 심의한 결과다.
그나마 전세보증금반환보험에 가입한 세입자는 집주인 대신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어(대위변제) 전세사기피해자 심사에서 제외된 수치다.
대위변제액이 폭증하면서 2년 연속 4조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이 예상되자 HUG는 최근 7000억원 규모의 채권 발행에 나섰다. 1분기 6조8000억원의 자기자본이 4분기 2조6800억원으로 줄어 자칫 전세보증, 분양보증이 중단될 위기에 처해서다.
손실이 급격히 늘자 HUG는 추가로 보증가입 요건을 현재의 ‘공시가격의 126%에서 112%(140%×80%)’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문턱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임대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한 부동산업체 조사에 따르면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요건이 112%로 강화된다면 기존 전세갱신계약의 69%가 동일 조건으로는 전세보증 가입이 불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럴 경우 집주인이 기존 전세금과 동일한 금액을 받지 못해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사례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전세사기피해자를 비롯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의 개정을 통해 안전한 전세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거래환경과 규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도 안전한 전세를 위한 주택임대차 관련 법률 개정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김선철 기자 sc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