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영수 전 특별검사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앙법원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2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수재 등)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특검과 양재식 전 특검보의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에게 징역 12년에 벌금 16억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17억5000만원을 명령해달라고 요청했다. 양 전 특검보에 대해선 징역 7년과 벌금 6억원, 1억5000만원의 추징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날 “박영수 피고인은 자금력도 경험도 없는 김만배·남욱 등 민간업자로부터 각종 청탁을 요구받고, 지위를 이용해 우리은행 주요 업무에 관여했다”며 “금전과 결부된 청탁이 실현돼 1500억원 상당의 여신의향서가 발급돼 금융 업무의 신뢰성이 훼손됐다”고 짚었다.

이어 “피고인들이 조력한 대장동 사업 관련 비리 범행은 불법 수익 규모가 4800억원에 이르는 등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중대한 범죄가 됐다”며 “금융기관 최고위직으로 고도의 청렴성이 요구됨에도 수사와 공판에 이르기까지 본인의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반성을 하지 않고 있어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박 전 특검은 최후진술에서 “200억원을 수수 약속했다는 점에 대해 저로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금융 사무가 사외이사였던 제 한마디 말로 성사할 가벼운 일이 아니다, 사건 수사 전에는 들은 바는 물론 아는 바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 삶과 일생을 정리하며 지내야하는 시점에 이런 처지가 된 것을 운명으로 여기고 반성하며 살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부는 1심 선고기일을 내년 2월 13일로 지정했다.

‘50억 클럽’ 의혹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정치인, 법조인 등 6명에게 대장동 개발 수익을 각각 50억원씩 나눠주려 한 정황이 담긴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이 2021년 9월 공개되며 처음 제기됐다. 김씨는 녹취록에서 “50개(50억원) 나갈 사람”이라며 박 전 특검을 비롯한 6명의 이름을 거론했다.

명단에 포함된 6명 중 곽상도 전 의원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현재 2심 재판 중이다.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은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그 외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현재 검찰 수사를 받는 중이다.

박 전 특검은 200억원 상당의 땅과 건물 제공을 약속받고, 실제로 8억원을 수수한 혐의, 딸과 공모해 김씨로부터 대여금 명목으로 총 5회에 걸쳐 11억원을 수수한 혐의, 남 변호사에게 현금 3억원과 김씨에게 5억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8월 구속 기소됐다. 현재 박 전 특검은 보석으로 석방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와 별개로 박 전 특검은 이른바 ‘가짜 수산업자’에게서 포르쉐 렌터카 등을 지원받은 혐의로 지난 7월 1심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