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롯데…대규모 인적쇄신 착수
CEO 21명 교체 임원 22% 퇴임, 조직 슬림화로 효율성 제고 … 70년대생 대거 발탁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롯데그룹이 대규모 임원인사를 통해 고강도 쇄신을 실현하고 경영체질을 바꾸는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했다. 롯데는 28일 롯데지주 포함 37개 계열사 이사회를 열고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롯데그룹의 임원인사 방향은 경영체질 혁신과 구조조정, 고강도 인적쇄신을 통한 본원적 경쟁력 확보 및 성과 창출, 내부 젊은 인재 중용과 외부 전문가 영입, 경영 효율성 강화 등으로 압축된다. 그 결과 롯데그룹 전체 임원 규모는 지난해 말 대비 13% 줄었으며, CEO도 36%(21명)가 교체되는 등 역대 최대 규모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먼저 롯데그룹 전반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강력한 혁신 드라이브를 추진하기 위해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 노준형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다.
또한 롯데지주 경영혁신실과 사업지원실이 통합돼 그룹사 비즈니스 구조조정과 혁신 중심축 역할을 수행한다.
1968년생인 노 사장은 2002년 롯데이노베이트(구 롯데정보통신)에 입사 후 경영지원부문장, 전략경영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2021년 대표이사에 부임한 뒤 메타버스, 전기차 충전, 자율주행 등의 신사업과 그룹 IT · DT사업을 주도했다.
화학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대표 이영준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롯데 화학군 총괄대표를 맡는다. 이 사장은 화학과 소재 분야 전문가로, 사업과 조직의 체질을 바꿔 롯데 화학군 전반의 근본적 경쟁 우위를 확보할 인물로 평가받는다.
롯데 화학군을 이끌었던 이훈기 사장은 일선에서 용퇴한다. 이 사장은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 재임 시 추진했던 일부 M&A 및 투자와 화학군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지주 사업지원실장 정호석 부사장은 호텔롯데 대표로 내정됐다. 정 부사장은 1991년 롯데알미늄(구 롯데기공)에 입사한 뒤 롯데 정책본부 운영실, 롯데물산 기획개발부문장, 롯데지주 REVA(부동산 관리)팀장을 역임했다.
롯데 화학군은 총 13명의 CEO 중 지난해 선임된 롯데알미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LC USA 대표를 제외한 10명이 교체됐다.
롯데 화학군HQ CTO(기술전략본부장) 황민재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대표로, 롯데이네오스화학 대표이사 정승원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롯데정밀화학 대표로 기용됐다.
아울러 롯데 화학군 임원 역시 큰 폭으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진다. 약 30%에 달하는 롯데 화학군 임원들이 퇴임한다. 특히 60대 이상 임원 80%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이는 롯데 화학군 대대적인 쇄신을 위한 인사 조치이다.
또 호텔롯데는 법인내 3개 사업부(롯데호텔 롯데면세점 롯데월드) 대표가 전부 물러나는 초강수를 두며 본격적인 경영체질 개선에 나선다. 롯데면세점은 롯데지주 HR혁신실 기업문화팀장 김동하 상무가 전무로 승진해 신임 대표로, 롯데월드는 권오상 신규사업본부장 전무가 신임 대표로 내정됐다.
김동하 전무는 1997년 롯데웰푸드(구 롯데제과)로 입사 후 롯데 정책본부 개선실, 롯데슈퍼 전략혁신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권오상 전무는 1994년 롯데백화점으로 입사한 뒤 2013년부터 12년간 롯데월드의 전략 신사업 마케팅 개발 등을 책임져온 테마파크 전문가이다.
롯데지주 이동우 부회장을 비롯해 롯데 식품군 총괄대표 이영구 부회장과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김상현 부회장 및 주요 식품유통 계열사 CEO는 유임됐다.
롯데지주 이동우 부회장은 위기 관리를 총괄하며 그룹 변화 방향과 속도를 점검한다. 롯데 식품군과 유통군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 전략 일관성을 유지하되, 올해 중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사업실행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신유열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선다.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임한 신 부사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신사업 및 신기술 기회 발굴과 글로벌 협업 프로젝트 추진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왔다. 신 부사장은 올해 본격적으로 신사업과 글로벌사업을 진두지휘한다. 바이오CDMO 등 신사업의 성공적 안착과 핵심사업의 글로벌 시장 개척을 본격적으로 주도하면서 그룹이 지속가능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롯데는 경영 역량과 전문성이 검증된 내부 젊은 인재들의 그룹 내 역할을 확대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사업 추진 속도를 높인다. 이를 위해 70년대생 CEO를 대거 내정해 연공서열을 파괴하고 능력과 성과 중심의 젊은 리더십을 구축한다. 롯데면세점 김동하 대표(70년생), 롯데이노베이트 김경엽 대표(70년생), 롯데엠시시 박경선 대표(70년생) 등 12명이 전진배치 됐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