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본의 산업 지배, 주주가치 훼손 우려”

2024-11-29 13:00:03 게재

금감원장, MBK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 우려

경영권 분쟁 키 쥔 국민연금 의결권 영향 주목

“영풍 회계상 문제점 발견, 회계감리 착수”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는 데 대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영풍·MBK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 원장은 “특정 산업은 20~30년 정도 길게 보고 해야 하는데 5~10년 안에 사업을 정리해야하는 형태의 구조를 가진 금융자본이 우리 산업자본을 지배하게 됐을 때 주요 사업 부문 분리 매각 등으로 중장기적으로 주주가치 훼손이 있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2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사모펀드인 MBK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것으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후 이 원장이 이같은 우려를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이 원장은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관련 화두를 던지고 있다”며 “그동안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소유 관련 부작용을 중심으로 고민해왔는데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에 대한 부작용이 많았는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도 했다.

지금까지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에 대한 규제에 초점을 맞춰왔다면 MBK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를 계기로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에 따른 폐해를 막을 장치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정부의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영풍·MBK와 고려아연의 표 대결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은다.

28일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 백브리핑하는 이복현 금감원장.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현재 영풍·MBK가 보유한 지분은 39.38%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측 지분 33.85%보다 앞서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차이가 6%p 정도에 불과해 7.5%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어느 편의 손을 들어줄지 가 관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원장은 이날 MBK파트너스와 함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에 나선 영풍에 대한 회계감리 착수 사실도 밝혔다. 그는 “영풍이 환경오염 이슈와 관련해 손상차손을 미인식한 회계상의 문제를 발견했다”며 “이번 주에 감리로 전환해 현장조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고려아연과 영풍에 대해 회계심사에 착수한 바 있다. 통상 회계심사는 3~4개월이 소요되는데 회계 위반 혐의가 발견되면 강제성 있는 감리조사로 전환한다. 영풍에 대한 감리 전환은 회계심사 한달 반만에 이뤄졌다.

이 원장은 “(회계상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신속하게 부적정 회계처리에 대해 결론을 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다만 “시장질서 교란행위와 관련해 금감원이 어떤 일방을 편을 들려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시장의 신뢰와 질서를 확립하는 게 목적이고 원칙“이라며 ”어느 쪽이든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구본홍·이경기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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