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주춤’, 대항마 ‘꿈틀’…여권 차기경쟁 안갯속
한, 윤-한 갈등 뒤 일부 보수층 지지 빠지면서 하락세
‘한동훈 대항마들’, 보수층에서 ‘유의미한 지지’ 얻어
친윤 “한동훈만 아니면 재집권” 오세훈·박형준 주목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윤석열)-한(한동훈) 갈등 이후 일부 보수층 지지를 놓치면서 차기대선을 둘러싼 여권 경쟁에서 ‘한동훈 독주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이 틈을 노리고 대항마들이 꿈틀댄다. 친윤은 “한동훈만 아니면 재집권할 수 있다”는 계산 아래 경쟁력 있는 대항마를 찾는 모습이다.
29일 여권은 당원 게시판 논란을 둘러싼 윤-한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분위기다. 추경호 원내대표가 28일 “이 문제(당원 게시판 논란)를 조금은 냉각기를 갖고 생각할 시간을 갖자”며 수습을 모색했지만, 친한은 ‘김 여사 특검법’ 표결을 연계시킬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면서 윤-한 갈등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위기다.
7.23 전당대회 이후 윤-한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자, 한 대표 지지에서 보수층 일부가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한 대표는 지난 3월 한국갤럽 차기주자 조사(3월 5~7일, 전화면접, 95% 신뢰도에 오차범위 ±3.1%,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24%로 선두권을 달렸다. 당시 조사에서 한 대표는 국민의힘 지지층(59%)과 보수층(45%)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한 대표의 잠재적 경쟁자들(홍준표·이준석·오세훈·원희룡)의 지지율을 전부 합쳐도 10%가 되지 않았다. 사실상 한 대표의 ‘독주’로 표현할 만했다.
하지만 윤-한 갈등 이후 보수층 일부가 ‘한동훈 지지’를 철회하면서 최근 조사(11월 5~7일)에서 한 대표 지지율은 14%로 내려앉았다. 국민의힘 지지층(41%)과 보수층(33%)에서 유독 하락세가 심했다. 상대적으로 한 대표의 잠재적 경쟁자로 꼽히는 홍준표(4%) 오세훈(3%) 이준석(3%) 김문수(1%)의 지지율이 꿈틀대는 모습이다. 특히 보수층에서 홍준표(6%) 오세훈(7%) 이준석(4%) 김문수(4%)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친윤 핵심관계자는 29일 “한 대표 지지율은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오세훈·홍준표 등의 보수층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유의미한 대목”이라며 “보수층이 ‘한동훈 대항마’를 찾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친윤에서도 ‘한동훈 독주체제’가 흔들렸다는 판단 아래 한 대표를 꺾을 대항마가 누구일지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친윤에서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무리한 차별화를 꾀하면서 보수층을 결집시킬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고 본다. 친윤 핵심관계자는 “한 대표만 아니라면 누가 (여당) 후보가 되더라도 보수층의 전폭적 지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재명 민주당’을 상대로 재집권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친윤에서는 4선 서울시장인 오세훈 시장의 경쟁력을 눈여겨보는 분위기다. 여론조사에서는 아직 감지되지 않지만 박형준 부산시장의 중도확장성도 높게 평가하는 눈치다.
당사자들도 슬슬 몸 풀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오 시장은 갑작스런 폭설로 취소되긴 했지만, 지난 28일 국회에서 여당 의원들을 앉혀놓고 ‘국민은 무엇을 원하는가-보수의 미래’를 주제로 특강을 할 예정이었다. 친윤 김기현 의원이 회장인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주최 행사였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 27일부터 국회 앞에서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의 연내 통과를 촉구하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여당 의원들을 상대로 ‘추진력 있는 정치인’ 이미지를 각인시킬 기회인 셈이다. 오 시장과 박 시장은 지난달 29일에는 친윤 권영세·김기현 의원과 회동을 갖고 정부·여당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나경원 의원은 회동에는 불참했지만 입장문에는 이름을 올렸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입장문 참여자들이 대권과 당권, 광역단체장 등으로 역할 분담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SNS를 통한 활발한 의견개진으로 중앙정치권에서의 존재감을 재확인하고 있다. 홍 시장은 28일 SNS에 “이제 김건희 특검법 가지고 협박까지 하니, 정치 초보자가 구악인 여론조작질부터 배운다는 게 쇄신이냐. 하는 짓들이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며 한 대표를 거세게 비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