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 ‘가난한 노년’ 걱정한다…보험도 “불충분”
생명보험협회 2000가구 조사
연금 100만원 미만 수령 86.7%
민간연금보험 가입 13.8% 불과
생명보험협회가 2000명에 달하는 전국의 가구주를 대상으로 대면조사를 한 결과 가난한 노년을 걱정하는 중장년층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사적연금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 문제는 더 심각했다.
생명보험협회가 전국 2000가구를 대상으로 ‘생명보험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86.7%가 ‘연금 수령액이 100만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생명보험협회는 1976년부터 생명보험 성향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생명보험 이용실태조사로 이름을 바꿨다. 지난 6월 22일부터 8월 2일까지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전국 2000가구를 방문·면접하는 방식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오차율은 95% 신뢰수준에서 ±2.19%p다.
국민연금 등과 별개로 생명보험사의 연금보험에 가입한 비율은 13.8%에 불과했다. 최소 필요한 노후생활자금으로 250만원을 꼽은 응답자는 55.9%에 달했다. 하지만 향후 매달 250만원 이상 연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준비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응답자의 86.7%는 100만원 미만의 연금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협회 관계자는 “필요 노후생활자금 대비 가입연금의 예상 수령액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30~50대 가구주의 연금보험료 지출 의향 금액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노년에 대한 불안은 조사 곳곳에 반영됐다. 4가구 중 1가구(23.6%)가 ‘현재 생활에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물가, 경기’라는 응답이 65.4%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자신과 가족의 건강’(54.6%) ‘노후 생활’(50.3%)이 뒤를 이었다.
‘노후 생활자금 불안 정도’를 살펴보면 40대 이상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20대 가구주 23.4%와 30대 가구주 12.6%가 ‘노후의 일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한 반면 60대 28.1%와 50대 30.5%, 40대 25.2% 등은 ‘매우 염려한다’고 했다.
노후에 대한 불안은 보험 가입 등으로 이어졌다.
생명보험 가구 가입률(우체국보험, 수형·신협 생명공제 포함)은 84.0%로 2021년 조사때보다 3.0%p 늘었다. 금융감독원이 민영생명보험의 보장성보험 보유계약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3월 5990만건에서 올 6월 6134만건으로 소폭 증가했다.
‘최근 가입한 민영생명보험’에 대한 질문에는 질병보장보험이 42.4%로 가장 많았다. 이는 실손의료보험(20.6%)와 상해·재해보험(15.2%) 등과 큰 차이를 보였다. 가입 목적으로는 ‘사고나 질병시 본인 의료비’ 보장이 76.3%로 가장 높았다. 이는 1997년 같은 조사에서 응답률 45.0%에 비해 무려 31.3%p 증가한 수치다.
반면 노후 생활자금용으로 보험에 가입한 비율은 8.6%에 불과했다. 노후 생활자금 부족의 불안보다 의료비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는 이야기다. 보험에 가입했다고 해서 두려움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생명보험에 가입한 가구 중 절반 이상(52.1%)이 ‘현재 가입된 보험의 보장내용이 불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보험 보장이 불충분하거나 현재 생명보헙에 가입하지 않은 958가구를 대상으로 희망 보험상품을 물은 결과 질병보장 보험(21.5%)을 가장 많이 선호했다.
이 가운데 장기간병보험은 연령별 큰 차이를 보였다. 장기간병보험에 대한 20대 가구주와 30대 가구주의 수요는 각각 2.5%, 5.4%에 불과했다. 하지만 40대(19.8%), 50대(21.6%), 60대 이상(26.5%) 등 연령이 높아질수록 간병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