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잠재성장률 추락이 더 큰 문제
노동공급 감소 등 원인 … 2030년 이후 0.8%
한은·KDI 등 “구조개혁 통해 생산성 올려야”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인구절벽 등에 따른 노동공급의 지속적 감소 등이 잠재적인 경제성장의 여력을 끌어내리고 있어서다. 문제는 앞으로 잠재성장률이 더 빠른 속도로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거시경제를 다루는 기관과 전문가들은 빠른 구조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올리지 않으면 한국경제의 미래가 어둡다고 지적한다. ▶관련기사 10면
한국은행이 28일 기준금리를 0.25%p 깜짝 인하했다. 내년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9%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최소한의 성장세를 지탱하기 위해서다. 2026년은 1.8%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악화되는 등 대외 여건이 더 나빠지면 최악의 경우 2025년 성장률이 1.7%까지 추락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초 한국의 2024년 잠재성장률을 2.0%로 제시했다. OECD는 장기적으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하락해 2030년대 이후에는 0.8%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비해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2.1%로 추산했다.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낮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주요 선진국도 미세하지만 잠재성장률 추정치가 올랐다. 독일은 2020년 0.7%에서 올해 0.8%로, 영국도 2020년 0.9%에서 올해 1.1% 수준으로 상승했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노동과 자본을 최대한 투입해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의 최대치를 추산한 수치다. 일반적으로 잠재적인 성장률을 밑돌면 그 정도에 따라 경기가 침체 또는 불황으로 판단하고, 웃돌면 경기가 호조 또는 활황으로 볼수 있다. 따라서 한은과 다른 민간 기관 등이 내다본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경기가 본격적인 침체국면으로 들어서고 있음을 시사한다.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배경에는 우선 노동공급의 감소를 들 수 있다. 통계청은 15~64세 생산연령인구 비중이 2022년 71.1%(3674만명)에서 2072년 45.8%(1658만명)까지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발표에서 잠재성장률이 2025년 2.1%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자본의 잠재성장기여도가 2000년대 초반 2% 수준에서 2020~2023년 1.2% 수준까지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거시경제 전문가들은 당장 한해 두해 성장률 저하보다 중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의 고갈에 주목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8일 기자설명회에서 “단기적인 경기 대응도 필요하지만 여러가지 구조조정을 통해서 장기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을 막는 노력이 계속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를 위해 그동안 노동 및 교육개혁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은 우리가 가진 양적 자원이 줄어든다는 의미로 이를 잘 배치하고, 활용할 수 있는 구조개혁이 시급하다”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 나서서 생산성 재고에 필요한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