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코오롱 이웅열 1심 무죄·면소…“고의·은폐 아냐”
“인보사 사태 후 미국은 과학적 검토, 한국은 소송”
“검찰, 안전성우려 증명못해 … 과학분야 사법통제는 부적절”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이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성분 허위표시에 관여한 혐의에 대한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법원이 인보사 사태가 발생한 지 약 5년 만에 검찰의 공소사실 대부분을 형사 처벌하기 어렵다고 본데는 과학 분야는 사법부의 판단보다 과학계에서 과학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앙법원 형사합의24부(최경서 부장판사)는 29일 약사법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명예회장과 이우석 전 코오롱생명과학 대표(현 고문), 권 모 코오롱티슈진 한국지점장, 양 모 전 코오롱생명과학 경영지원본부장, 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티슈진·코오롱 법인에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이 회장의 주식 차명 거래 당시 명의를 빌려준 송문수 전 네오뷰코오롱 사장은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인보사 사태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한 국내 최초의 유전자 골관절염 치료제인 인보사의 2액 주성분이 당초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허가받은 연골유래 세포가 아닌 신장유래 세포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벌어졌다.
재판부는 “검사는 피고인들과 코오롱 담당자들이 인보사 2액 세포의 기원에 착오가 있었다는 걸 상장 이전에 이미 인지했다고 봤지만,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인식 시점은 제조·판매보다 늦은 2019년 3월 31일 이후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품목 허가를 다르게 받고서 고의로 판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인보사 사태가 발생한 후 미국과 한국이 이행한 조치가 달랐다는 점에 주목해 안정성에 관한 부분을 속이고 판매한 혐의도 “2액 세포 기원 착오의 안전성 문제에 대해 검사가 객관적 자료를 제출한 바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또 “미국 FDA는 2액 세포 기원 착오의 원인이 무엇인지, 안전성 우려는 없는지 과학적 검토 끝에 우려가 해소됐다고 보고 자국민을 위한 임상 3상 개시를 승인해 1000명이 넘는 환자를 대상으로 올해 7월 임상 3상을 완료했다”며 “반면 한국은 식약처가 품목허가를 취소한 후 처분을 다투는 행정소송과 임원진의 형사재판이 수년간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주요 쟁점으로 문제 삼는 미국 FDA의 1차 임상중단명령(Clinical Hold·CH)이나 시료 생산 실패 문제는 이 사건 공소가 제기되기 전 이미 해결됐다”며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000만 달러(한화 약 120억원) 상당의 지분투자를 받은 혐의도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검사는 피고인들이 1차 CH로 인해 인보사의 임상중단이 알려지면 신약개발 투자유치 및 상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조직적으로 은폐·은닉했다고 보고 있다”며 “그러나 일부 문서를 빼면 조직적 은닉의 증거를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인보사 사태 이후 환자들이 제기한 다수의 민사소송을 언급하며 “인보사 2액 세포 기원의 착오로 인해 인보사의 안전성 우려가 어느 정도 증가됐는지에 대한 객관적 자료를 검찰이 제출하지 않았다”면서 “과학적 관점에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없다고 재판부가 판단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 회장의 차명주식 보유와 관련해서는 “2019년에 사법적 판단이 이뤄져 확정된 바 있다”며 “이미 판단받은 것과 포괄일죄(여러 행위가 포괄적으로 하나의 죄를 구성) 관계에 있는 사안이라 면소 사유”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판결 후 “감사합니다”라고 짧게 답한 뒤 떠났다.
검찰은 입장문을 내고 “증거에 대한 평가, 관련 사건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법원의 판단을 바로 수긍하기 어렵다”며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후 항소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인보사 성분 조작과 허위 서류 제출 등의 혐의로 별도 재판을 받는 코오롱생명과학 임원들은 1·2심 무죄를 받고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식약처 품목허가 취소에 대해 행정소송을 냈지만, 1·2심에서 패한 뒤 상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