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감사인 8년간 손해배상 부담…“합리적 운영 검토할 시점”
“너무 가중된 부담” … 당국도 논의 필요성 시사
“회계개혁 후퇴로 감사인 권한 축소, 책임은 과도”
2018년 전년 개정된 외부감사법 시행으로 회계법인과 회계사들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 소멸시효가 3년에서 8년으로 연장된 것과 관련해 ‘과도한 부담’이라는 지적에 금융당국이 합리적 제도개선 논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6일 한국감사인연합회(회장 김광윤)가 개최한 ‘창립 1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태현수 금융위원회 회계제도팀장은 “외부감사법이 손해배상청구권의 제척기간(존속기간)을 8년으로 정한 것과 관련해 합리적인 제재 운영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제재 제도의 합리적인 운영을 검토해야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날 ‘외부감사인의 법적 책임과 감리절차상의 개선과제’를 주제로 발표한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외부감사인의 손해배상책임의 제척기간을 8년으로 정한 것은 이레적이고 공인회계사가 부담하는 다른 손해배상책임과의 정합성이 미흡해 외부감사인에게 너무 가중된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축사를 통해 “외부감사법이 개혁되는 과정에서 제척기간이 3년에서 8년으로 늘어났고 대표이사 등에 대한 책임이 강화됐으며 과징금 등이 대폭 강화됐다”며 “반대로 외부감사법 개혁의 중요항목인 표준감사시간제와 주기적지정제 등은 후퇴를 했거나 후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감사인에게 주어지는 권한은 축소되고 과도한 책임이 부과되는 경우 감사인의 사기가 저하된다”며 “감사인은 보수적으로 입장을 취하고, 과도하게 감사범위를 확대하게 돼 오히려 피감회사 및 감사보고서 이용자에게 경제적으로 업무적으로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외부감사법은 외부감사인이 임무를 해태해 회사에 손해를 초래한 경우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또 외부감사인이 중요한 사항에 관해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기재해 이를 믿고 이용한 제3자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또 다른 토론자로 참석한 신규종 금융감독원 국장은 손해배상청구권의 제척기간 8년이 과도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 국장은 “손해배생책임에 대한 시효 연장은 신 외부감사법 도입시 다양한 제도와 함께 시행돼 단순히 손해배상책임 기간만으로 가중함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국내 심사·감리 주기가 10년을 크게 초과하는 점에서 8년의 기간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권 교수는 회계감리 절차와 관련해 기업 등 피조사자의 방어권 강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심제 방식에 따라 피조사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제재의 공정성을 높이는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운영하던 순차진술제와는 달리 반드시 같은 장소와 시간에서 피조치자와 금감원 검사국을 대질시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쟁점에 대해 양측이 공방을 벌여야한다”고 말했다.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감리위원을 지낸 이영한 서울대 시립대 교수는 토론자로 참석해 “증선위 감리조치의 결정은 감사인과 회사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행정조사의 법적 위상 뿐 아니라 향후 소송 및 과징금 징계 경력 등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중요성이 있으므로 감사인과 회사 모두에게 충분한 방어권이 주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피조치자들이 가장 억울해하는 것은 금감원이 자신들을 어떤 논거와 이유로 조치했는지에 대한 사실관계와 논리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고 방어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피조치자들에 대한 감리집행기관의 판단 근거를 더 충분히 제시하고 증인의 신분이 노출되는 등의 부작용이 없는 선에서 피조치자들의 질의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도 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증선위 의사록을 자세히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증선위 의사록에는 피조치자에 대한 제재 관련 심의내용이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증선위 의결이 선례로써 기능을 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유사한 사안에 대해 일관된 제재를 하기 위해서는 제재 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의결서에서 사실관계와 적용법규, 조치 등 주요 내용이 정리되고 대외적으로 공개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국장은 “대심제도 확대에 대해 개인적으로 찬성하며, 증선위 의결 내용의 대외 공개 확대에도 찬성한다”고 말했다.
태 팀장은 “고의 분식회계로 결정될 경우 기업의 경영권에 영향을 줄수 있는 강도 높은 제재가 부과되는 만큼,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제재와 함께 제재를 받는 사람의 소명 기회를 부여하는 등 충실한 제도적 보완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