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한국 대통령은 윤석열”
“한국의 민주적 회복력 기대” … 미 언론들, '한-한' 권한 이양에 의문 제기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이 시련과 불확실성의 시기에 우리가 보길 원하고, 지난 며칠간 기쁘게 목도한 것은 한국의 민주적 회복력”이라며 “법적 절차와 정치적 절차는 법치주의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밀러 대변인은 현 상황이 한미 관계에 미칠 영향을 질문받자 “한미동맹은 여전히 철통같다.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난 4~5일 워싱턴에서 개최 예정이었다가 계엄 선포 이후 무기한 연기된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도상연습에 대해서는 “일정 재조정과 관련해서는 할 이야기가 없다”고 말했다.
밀러 대변인은 “우리는 한국인들과 함께하고 있다”며 “우리는 한국의 모든 관련 당사자와 소통의 선을 열어둘 것”이라며 “(한국의)정치적 이견이 법치주의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방문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과 혼란이 한미 동맹과 북한의 안보 위협 대응 등에 영향을 줄 것이라 보느냐는 질의에 “우리와 대한민국의 관계는 철통같다(ironclad)”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한국이 국내 정치적 도전을 헤쳐 나갈 것이라 확신하지만, 그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언급하지는 않겠다”면서 “우리의 관계는 굳건하고 우리는 계속 한반도 방어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스틴 장관은 이번 일본 방문 일정을 짜면서 한국에 들르는 방안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비상계엄 사태 이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일본 방문 기간에 이시바 시게루 총리, 나카타니 겐 방위상 등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틴 장관은 한국의 정치적 위기 속에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아직은 그런 것을 보지 못했다”며 “우리는 현 상황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에 계속 집중하고 있지만, 여러분이 알다시피 아직 그것(변화)을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미국 언론들 역시 계엄사태에서 이어지고 있는 현재 한국상황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특히 9일 한국 법무부가 윤석열 대통령을 출국금지한 것과 관련해 한국의 정치적 기능부전(不全)이 심화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윤 대통령이 출국금지됨에 따라 한국의 정치적 기능장애가 심화했다”면서 “정부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장악력이 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NYT는 또 이번 출국금지가 “윤 대통령의 비상한 조치(계엄)의 여파를 가중시켰다”고 진단한 뒤 “윤 대통령의 짧았던 계엄 이래 한국은 리더십 공백으로 빠져들었고, 확산하는 시위는 그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신문은 “한국인들은 윤 대통령이 거의 자취를 감춘 상황에서 누가 나라를 통치하는지 확신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와 함께 “아직 한국에서 현직 대통령이 체포(구속)된 적은 없다”면서 만약 구속될 경우 윤 대통령이 계속 국정 운영을 할 수 있는지를 두고 법률학자들 견해가 엇갈린다고 소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8일 한동훈 대표와 한덕수 총리의 담화 이후 “한국의 통치체제(거버넌스)는 실질적으로 마비됐다”고 진단하면서 대통령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통치권을 사실상 총리에게 이양하는 내용의 한 대표-한 총리 담화는 법적 근거가 의문시된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라고 소개했다.
이밖에 CNN은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탄핵 투표에서 살아남았지만 정치적 생존은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평가했고, 폭스뉴스는 현재 윤 대통령의 상황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상황과 비교해 소개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