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한국노총·경총 공동사업을 응원한다
12.3 내란사태는 답보 상태였던 노·사·정 사회적 대화마저 중단시켰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한국노총이 “군대를 동원해 국민에게 총을 겨눈 사람을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1998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의 일환으로 시작된 한국의 사회적 대화는 25년 동안 노사정위원회,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걸쳐 경사노위로 제도화됐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 주도로 진행되면서 노동정책 추진 ‘명분쌓기’라는 비판도 있었고, 정부 성격에 따라 ‘편향성’ 시비에 시달렸다. 민주노총은 1999년 2월 정리해고제 도입 등을 반대하며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뒤 현재까지 참여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도 경사노위는 사용자 편향성 논란으로 부침을 겪었다.
우리나라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와 과학기술발전·기후위기에 따른 산업대전환, 저출산·고령화 등 복합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윤석열 내란사태로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언제 재개될 지 기약할 수 없는 상태다.
이참에 우리나라 사회적 대화도 정부주도에서 노사주도로 전환하면 어떨까. 우리 경사노위의 모델이 됐던 네덜란드 사회경제협의회(SER)는 1950년 설립된 노사협의체로 노·사 대표와 전문가 11명씩 모두 33명의 위원이 참여한다. 정부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운영재정도 사용자 쪽에서 100% 댄다. 정부는 국가자문기구인 SER의 결정을 거의 수용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1982년 ‘네덜란드병’을 치유했다고 평가받는 ‘바세나르 협약’이다. 네덜란드식 유연근무제 발전의 시작이다.
일본도 후생노동성 등 300여개 노동정책 심의회가 있지만 노·사·공익 동수 참여가 원칙이고 정부는 회의체 운영 실무진으로, 결정 주체가 아니다.
우리에게도 노사주도 시도가 있다. 지난 4월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에게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공동사업을 하자”며 직접대화를 제안했다. 이에 손 회장도 직접대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노사 공동연구사업, 해외 노사관계 시찰 등을 제시, 실무협의로 발전했다. 10월에는 한국노총과 경총이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한 일·생활 균형 관련 노사협력 확대 방안’ 연구용역을 맺었다.
최근 민주노총 조합원 설문조사에서도 10명 중 9명은 사회적 대화 참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탄핵정국에서도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노동·경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는 계속돼야 한다. 한국노총·경총의 공동사업이 노사 주도의 사회적 대화로 발전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원한다.
한남진 정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