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탄핵 대신 퇴진 ‘패착’…보수·중도 다 놓칠 판

2024-12-11 13:00:02 게재

계엄 저지로 중도 확장 기대 … 탄핵 반대로 실망감

보수층 의식 탄핵 반대 … 탄핵 성사되면 역풍 불 듯

이재명 41%, 한동훈 9% … 내란 이후 격차 더 커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3 내란 사태 와중에 계엄 저지→탄핵 반대→탄핵 찬성→탄핵 반대·조기 퇴진으로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다가 보수층과 중도층 양쪽에서 외면을 받을 위기에 직면했다.

한 대표가 지난 7일 탄핵 표결을 무산시킨 뒤 탄핵 반대 당론을 고수하는 건 차기 대선주자로서 ‘패착’이라는 지적이다.

비상의원총회 참석하는 한동훈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한 대표는 지난 3일 이후 11일 현재까지 1주일을 넘긴 내란 사태에서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한 대표는 계엄 선포 직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다. 국민과 함께 막겠다”며 윤 대통령과 분명한 대립각을 세웠다. 한 대표는 이날 여당의원 18명을 이끌고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에 힘을 보탰다.

계엄 저지에 한몫했던 한 대표는 탄핵 표결을 이틀 앞둔 5일 “위헌적인 계엄을 옹호하려는 것이 절대 아니다”면서도 탄핵 반대 뜻을 밝혀 탄핵을 바라는 여론을 외면했다.

한 대표는 하루만인 6일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정지가 필요하다”며 탄핵 찬성으로 급선회해 여론의 호응을 받았지만, 탄핵 표결 당일에는 다시 탄핵 반대로 돌아가면서 “오락가락 행보를 한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한 대표가 6일 ‘조속한 직무집행정지’를 언급한 건 윤 대통령으로부터 ‘조기 퇴진 약속’을 받아내기 위한 ‘압박용 카드’였다고 친한은 해명했지만, 탄핵을 바라는 여론은 “한 대표가 국민적인 탄핵 열망을 자신의 정치 거래에 이용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의힘은 7일 탄핵 표결에 불참해 무산시켰고, 11일 현재 탄핵 반대 당론을 고수하면서 조기 퇴진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다. 국민의힘 정국안정 태스크포스는 ‘내년 2월 하야 후 4월 대선’ ‘내년 3월 하야 후 5월 대선’ 두 가지 안을 내놓았다.

결과적으로 한 대표는 내란 사태 초기 계엄 저지에 앞장서면서 선명성을 부각시킬 수 있었다. 합리적 보수층과 중도층이 호응할 수 있는 대목으로 읽혔다. 하지만 한 대표는 윤 대통령으로부터 “저의 임기 문제를 포함하여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는 ‘항복’을 받아낸 뒤 윤 대통령에게 ‘탄핵 무산’이란 선물을 안겼다. 한 대표에 호응했던 합리적 보수층과 중도층이 당황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는 11일 “불법 계엄에 각을 세우면서 윤 대통령과 대척점에 선 인물 이미지로 중도층의 호응을 얻으려 했겠지만, 오히려 탄핵 반대로 인해 눈 앞의 이익에 흔들려 소신을 저버린 것으로 비춰지게 됐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탄핵 표결 직전 탄핵 반대로 돌아간 건 보수층을 의식한 행보로 읽힌다. 하지만 14일 예고된 2차 탄핵 표결을 앞두고 여당발 ‘이탈표’가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만약 14일 탄핵안이 통과된다면 보수층은 한 대표의 진정성과 능력을 의심하면서 한 대표에 대한 호감을 거둬들일 수 있다.

윤 대표는 “(한 대표가 탄핵 반대를 고수하지만)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보수층으로부터도 평가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결과적으로 (한 대표의 탄핵 반대는) 패착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직면한 위기는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국민일보-한국갤럽 차기주자 조사(6~7일, 무선전화 인터뷰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재명 41%, 한동훈 9%, 조 국 6%, 홍준표 3% 등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12월 3~5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이재명 29%, 한동훈 11%였다. 내란 사태가 격화되면서 이 대표 지지도는 급등세를 보인 반면 한 대표는 정체돼 두 사람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윤 대표는 “14일 탄핵안이 가결된다면 한 대표 지지율은 더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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