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취임 950일 오후 7시24분 직무정지 ‘불명예 퇴장’

2024-12-14 20:07:54 게재

정치권 입문 8개월 만에 ‘0선’ 대통령 화려한 정점

‘야당 폭거 탓’하며 불법 계엄 … ‘내란수괴’ 추락

국회,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의결서 대통령실 송달

국회,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의결서 대통령실 송달

김민기 국회 사무총장(가운데)과 조오섭 국회의장 비서실장(오른쪽) 등 국회 관계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대한 탄핵소추의결서 등본을 대통령실에 송달하기 위해 1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민원실로 들어가기 앞서 의결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정치권에 데뷔하자마자 대한민국 사상 최초의 0선 대통령이라는 화려한 정점을 찍은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반환점을 겨우 넘긴 2년 7개월(950일) 만에 불명예 퇴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민주화 이후 두 번째로 임기를 채우지 못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대중에게 인상 남겨

윤 대통령이 대중에게 인상을 남긴 때는 2013년 국회에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했을 때다. 국가정보원 댓글조작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으로서 정권과 불화하던 그는 수사외압을 폭로하며 ‘강직한 검사’ 이미지를 얻었다. 검찰 내에서는 좌천되며 고초를 겪었다.

다시 날개를 편 것은 2016년 12월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검팀’에 합류하면서부터다. 박영수특검의 수사팀장으로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뇌물수수 피의자로 입건하고 이재용 삼성 부회장 등을 구속시키는 등 성과를 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그는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잇따라 맡으며 전성기를 보냈다. 그러나 조 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시작으로 문재인정부와 정면충돌하며 추미애 당시 법무부장관과 법정다툼까지 벌이자 보수진영의 대선주자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결국 2021년 6월 29일 ‘공정과 상식’을 내걸고 대선출마를 선언하며 정치권에 입문하기에 이른다. 5개월 만에 야당 후보(홍준표 유승민 원희룡)를 누르고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이듬해 3월 치러진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0.73%p 차이로 누르고 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한민국 최초의 0선 대통령이자 검사 출신 대통령의 탄생이었다. 윤 대통령의 짧은 정치 인생의 화양연화이기도 했다.

초보 정치인에서 초보 대통령으로

윤 대통령의 취임 후 첫 행보는 청와대 이전이었다. 구중궁궐을 떠나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취지였지만 역대 대통령 최초로 실시한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이 6개월 만에 중단되며 오히려 ‘불통’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도어스테핑 중 잦은 말실수는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됐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과 협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야당과 대화 노력은 눈에 띄지 않았다. 오히려 임기 동안 25건의 법률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타협과 화합의 정치보다는 대결의 정치로 기우는 모습이었다. 윤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만난 것은 취임 약 2년 만인 지난 4월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됐다.

여당과는 수직적 당정 관계를 유지하며 여당을 ‘윤석열당’으로 만들려는 거냐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 취임 이후 2개월 만에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당 윤리위원회에서 징계를 받고 직무 정지된 후 여당의 당대표는 이준석-권성동-주호영-권성동-정진석-김기현-윤재옥-한동훈 등으로 수차례 바뀌는 비극을 겪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끝없는 갈등, 김건희 여사 리스크 고조와 이에 대한 소극적 대응, 설상가상으로 정치 브로커 명태균 의혹까지 잇따르며 국정운영동력은 사실상 고갈되고 말았다. 윤 대통령이 제시한 4+1개혁(노동 교육 의료 연금 저출생)도 힘을 받지 못했다.

불법 비상계엄 선포하며 파국 앞당겨

정치적 악수를 되풀이하며 10%대 지지율까지 추락한 윤 대통령은 불법 비상계엄이라는 최악의 자충수를 두고 말았다. 3일 밤 기습적으로 선포함 비상계엄은 절차적, 내용적으로 전혀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 내란사태로 규정되며 윤 대통령은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됐다.

그 와중에도 윤 대통령은 12.12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29분 동안 강변했다. 그러나 “야당의 폭거를 알리기 위한 경고성 계엄”이라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식을 드러낸 데다 극우 유튜브에서나 볼 법한 ‘부정선거 음모론’까지 들고 나오자 1분 1초도 윤 대통령에게 국정을 맡길 수 없다는 국민적 아우성이 커졌다.

결국 14일 오후 5시 국회에선 탄핵소추안이 가결됐고 같은 날 7시 24분 대통령실이 탄핵소추의결서를 수령하며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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