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킹 달러' 글로벌 협력이 답이다

2022-11-07 11:59:01 게재
미 연준(FRB)이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p 올렸다. 예상대로 연속 4차례 자이언트 스텝이다.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미국 9월 소비자물가는 40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고물가 고금리 상황은 코앞에 다가온 미 중간선거의 최대 쟁점이기도 하다. 가계수지와 소비를 동시에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인상으로 국채금리와 달러화는 초강세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영국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아르헨티나 등은 사실상 부채위기 국면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스웨덴 스위스 노르웨이 호주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필리핀 남아공 베트남 인도 멕시코 등 금리인상 중인 나라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3차례 킹 달러 주기 경기침체로 이어져

달러는 20년 만의 초강세다. 1년 사이 30% 오른 달러지수는 2009년에 비해 50% 상승한 상태다. 금리인상 외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한 에너지 위기와 유로화 폭락도 최근 달러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달러지수는 유로화와 엔화 파운드화 캐나다달러 스웨덴 크로네 스위스프랑 등 6종 화폐에 연동한다. 이중에서도 유로화 비중은 60%다. 유로화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17% 약세다. 파운드 하락폭인 22%나 크로네의 23%보다 적지만 스위스프랑 8%의 두배 수준이다. 이밖에 일본 엔화는 27%, 캐나다달러도 9% 정도 하락한 상태다.

킹 달러를 이끄는 또 다른 요인 중 하나가 지정학적 리스크다. 대국간 충돌 가능성, 시진핑의 3연임 등에 보호무역 추세도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를 늘리고 있다.

달러 초강세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수반한다는 게 문제다. 이른바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위기다. 금본위제 해체 이후 50년간 달러가 단기간 급등했던 시기마다 경기도 침체했던 것으로 나온다. 킹 달러가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리스크로 작동하는 셈이다.

브레튼우즈체제 해체 이후 나타난 킹 달러 주기는 3차례다. 첫 주기는 1980년에서 1985년까지다. 폴 볼커 당시 연준의장은 기준금리를 19%대까지 인상한 바 있다. 달러지수는 1985년 3월 160선으로 올랐다. 5년간 90%나 끌어올린 킹 달러의 끝은 남미 채무위기였다. 물론 남미 국가의 외채도 문제였지만 약달러 시절 유입된 자금이 강 달러로 한꺼번에 유출되면서 발생한 위기다.

다음은 1995년부터 2001년 사이다. 미국의 IT 호황으로 2001년 7월 달러지수는 120선을 돌파한다. 1995년에 비해 50%나 오른 것이다.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서서히 몰리면서 촉발된 게 바로 아시아 금융위기다. 태국 바트화 폭락으로 시작된 금융위기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일본 한국으로 이어졌다. 2009년 본격화한 글로벌 금융위기도 마찬가지다. 당시 3차례 금리 인하로 인플레이션을 모면했지만 이후 2014년부터 2016년 사이 자금을 회수하면서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통화를 약세로 만든 시기다.

이번 킹 달러 주기는 특히 유럽경제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경제는 침체상태다. 9월 유로권의 제조업과 서비스 구매자관리지수(PMI)는 각각 48.4%와 48.8%로 최저치다. 9월 유로권 소비자 물가지수(CPI) 상승률도 두자릿수다. 고물가와 경기침체가 겹친 스태그플레이션 형국이다. 유럽경제 전망은 물론 EU 공동체에 균열을 초래할 수도 있다.

각국 중앙은행 협력 적극 고려할 만

환율을 방어할 정책수단은 많다. 금융당국이 공개시장에 개입해 외화를 팔 수도 있고 정책적으로 외화에 대한 지급준비금을 높일 수도 있다. 고금리를 견딜 수 있는 부채 수준이면 금리인상을 할 수도 있다. 특히 무역이나 자본이동 자산가격에 큰 위험을 주지 않는다면 시장에 맡기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킹 달러 강세 상황에서는 각국 중앙은행이 협력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할 만하다. 외환시장 안정에 공동으로 개입한 사례 중 하나가 1985년 플라자합의다. 물론 당시와는 정반대인 상황이란 점은 한계다. 글로벌 협력시스템을 만들 분위기도 아니다.

킹 달러의 끝은 미국의 경기침체다. 미국 물가는 아직도 고공 행진 중이다. 내년까지 미국의 인플레이션 수출이 계속될 전망이다. 경기침체를 피하기 위한 묘책을 각자도생으로 마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현문학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