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6
2024
지난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세계 192개국 약 10억명이 참여하는 세계적인 기념일이다. 올해 세계의 공통 주제는 ‘지구 대 플라스틱(Planet vs Plastics)’이다. 플라스틱 생산량은 최근 수십년 새 급증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세계 플라스틱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2억3000만톤이었던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9년 4억6000만톤으로 증가했고, 2060년 12억3100만톤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 플라스틱 폐기물의 9%만 재활용되고 나머지 대부분은 환경에 축적되는 등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갈수록 심각하다. 지난해 국내 유명 회사의 과자에서 하루 평균 섭취량의 70배에 달하는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됐다. 연초에는 1리터 생수에서 약 24만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결과가 발표돼 큰 충격을 줬다. 이제 미세플라스틱은 우리의 일상생활 곳곳에 상존하고 있다. 근래에
04.25
‘한강의 기적’으로 불린 한국식 발전 모델이 흔들리고 있거나 수명이 다했다는 외신 보도를 최근 자주 접한다. 한때 경제성장과 민주화라는 두 가지 난제를 단기간에 달성해 후발 국가의 롤 모델이 됐던 나라가 이제 단기간에 쇠락한 국가로서 또 하나의 드문 사례를 남길 수도 있다는 불길한 예감을 하곤 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 한국 경제 상황을 자세히 분석하면서 값싼 에너지와 노동력에 의존한 국가 주도 성장모델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보도했다. 국내 언론은 이를 비중 있게 소개하면서 대체로 뼈아픈 지적이라고 논평했다. FT가 꼽은 우리 경제의 위기 요인은 새삼스러울 게 없는 내용이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 저출생 고령화 문제, 낮은 노동 생산성, 기반기술 부족 등 그동안 국내에서도 숱하게 지적돼온 것들이다.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부문에서도 한국의 민주주의 후퇴 또는 기반 약화를 지적하는 외신 보도가 잦다. 지난 10일 프랑스 르몽드는 한국 총선 소식을 전하면서 “독재적 성
04.24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진보정당으로 불려왔던 정당들이 이번 총선에서 참혹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원내 6석을 기반으로 도약을 꿈꾸었던 녹색정의당은 원외정당으로 퇴출(?)당했다, 사회적 약자의 이익을 옹호하고 정의 실현을 위해 앞장서 왔음에도 민심으로부터 거부당한 꼴이다. 도대체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 많은 사람이 당혹감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때로는 직접 몸을 담그기도 하고 때로는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해왔던 입장에서 한층 냉정하게 그 원인을 찾아보고자 한다. 국민이 진보정당에 기대하는 핵심 지점은 세상을 바꾸어 사회구성원의 삶을 한껏 고양시키는 데 있다. 고전적 표현을 빌리자면 ‘변혁적 전망’을 담은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의 진보정당들은 처참한 실패를 겪어야 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97체제’라 부를 수 있는 전혀 새로운 지배체제가 수립되었다. 핵심은 돈을 중심으로 세상을 보고 사람을 철저히 비용으로 간주하며, 무한경쟁을
04.22
‘코인은 사기다’라는 통념이 무색하게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SEC)는 지난 1월 ‘비트코인 현물 ETF(Exchange Traded Fund)’를 최종 승인했다. 여기서 ‘비트코인 현물 ETF’란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를 의미한다. 아시아의 금융허브라 일컬어지는 홍콩에서도 지난 4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를 조건부 승인한 것으로 파악된다. 비트코인의 제도권 금융 편입은 비트코인에 대한 단순한 내재가치 논쟁은 더 이상 실익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트코인이 제도권에 편입되었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탈중앙화·무정부 상태의 가상자산시장의 위험이 제도권 금융에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제도권 금융의 통제와 간섭이 가상자산시장에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떻게 보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전후해 창펑자오(전 바이낸스 CEO)에서 블랙록(미국의 자산
04.19
교육부가 얼마 전 ‘수능 공정성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전국 수험생이 오는 11월 14일 치를 수능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사설학원 모의고사에 나온 문제와 비슷한 문항이 수능에 얼씬하지도 못하도록 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당연한 일이다. 한데 방법이 틀렸다. 대형학원이나 사교육업체에 요청해 모의고사나 문제지를 일괄 제출받고 문제지 발간 계획도 받아 사전 검증하는 작업이 가능한가. 전국에는 사설학원이 수만개나 된다. 입시학원은 나름대로 수능 모의문제를 개발하고 모의고사를 치른다. 교육부가 서울의 대형학원만 겨냥한 것이라면 단순한 ‘겁박 쇼’에 불과하다. 학원의 문제집을 몽땅 검토하려면 교육부 직원을 다 동원해도 불가능하다. 의지는 평가할 만하지만 과유불급이다. 학원이 출제한 문제나 발행 예정인 문제지를 교육부에 제출할 법적근거도 없다. 전국의 빵집에 현재 팔고 있는 빵이나 새로 만들 빵 목록을 정부에 제출하라고 할 수 있나. 망국적 사교육은 반드시 없애야 한다. 그러려면 합리적이
04.18
‘운동권’으로 통칭되는 암울한 군사정권 시대에 민주화운동에 참여하며 온갖 고생을 했던 인사들이 2024년 총선을 치르며 여야 정치권 모두에서 천덕꾸러기나 구경거리로 전락했다. 심지어 서울 마포을 선거구에서는 미 문화원을 점거한 여당 후보와 미 대사관저를 쳐들어간 야당 후보가 대결했다. 승패를 불문하고 여당은 민주화 운동 경력의 왕년의 투사들을 개그 소재 수준으로 격하시키는데 성공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구닥다리 운동권 때문에 되는 일이 없으니 세대교체로 이미지를 쇄신하자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았다. 검찰독재를 막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뭉친 원로 민주인사들이 야권 비례연합 정당에 추천한 활동가 출신 후보들도 달라진 유권자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현실적 이유로 잇달아 교체됐다. 일반 시민이 보기에는 수십년 전의 민주화 운동 경력을 내세운 권력투쟁에 불과하다. 필자는 영구집권을 노리는 박정희가 10월 유신이라는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1972년에 대학에 입학한 세대다. 계엄령 휴
04.17
이제 인공지능(AI)은 인류에게 명백한 실존적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과의 바둑대국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AI는 게임의 규칙 이상이 요구되는 영역에서 인간을 능가하거나 적어도 모방할 수 있을 것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했다. 그러나 현재 약인공지능(artificial narrow intelligence), 즉 특정 과제를 인간의 의도에 따라 수행하는 AI의 성능은 비약적으로 발달하고 있다. 번역 AI의 품질 역시 지속적으로 개선돼 인간 번역사의 번역에 필적한다. 특히 최근 챗GPT로 대표되는 대형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의 자연어 처리 능력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동영상 생성 AI인 소라 역시 간단한 텍스트를 바탕으로 놀라운 수준의 동영상을 생성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AI가 인류의 고차원적 사유능력이 요구되는 지식산업 영역에서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은 이제 대세가
04.15
22대 총선 기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는 1990건이다. 21대 총선의 1122건과 비교하면 77% 증가했다. 여기에 당내 경선 조사와 정당과 후보자의 비공개 조사를 합하면 여론조사 건수는 더 늘어난다. 선거 기간 여론조사 숫자에 담긴 예측성과 확정성은 승부의 향배를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개표가 끝나면 여론조사도 시험의 무대에 오른다. 일반 사회조사와 달리 선거 여론조사는 예측치와 결과치를 직접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도 예외가 아니다. 선거 막바지 여론조사는 선거 결과를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했나? MBC와 서울대 국제정치데이터센터 ‘여론M’ 연구팀은 총선 여론조사를 종합해 베이지안 동적선형모델을 적용한 메타분석으로 여론변화를 추적했다. ‘여론M’에 의하면 4월 1주 전화면접조사(CATI)에서 서울 정당지지도는 국민의힘 37%, 더불어민주당 31.6%, 조국혁신당 10.9%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지지도를 합하면 42.5%
04.12
지방정부마다 제2기 자치경찰위원회 구성과 준비로 분주하다. 2021년 제1기 대전자치경찰위원회 위원으로 추천될 즈음에 적잖게 망설였다. 위원으로 현실 참여하는 것과 재야에서 제도 완성에 힘을 보태는 것 중 어느 것이 공동체 발전에 더 도움이 될 것인가를 고민했다. 개정 ‘경찰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20년 12월 9일까지 한국경찰학회 학회장으로서 숱한 학술대회와 정책토론회를 주관하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진술인으로서 마무리 단계의 법안을 검토하면서 자치경찰제도가 출발부터 숨쉬기 곤란한 제도적 한계를 갖고 있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2020년 7월까지만 해도 중앙정부와 여야 정치권, 지방정부, 현장 경찰관 등 관계자 모두가 함께 논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해가던 자치경찰제는 따로 있었다. 지금과는 달리 자치경찰 사무를 수행하는 조직과 인력을 독자적으로 갖추는 형태였다. 지방정부마다 자치경찰본부와 자치경찰대 및 지구대와 파출소를 두고 총
04.11
전쟁같은 선거가 끝났다. 선거는 자본도 권력도 없는 서민에게도 정치인의 고개를 숙이게 한다. 서민의 삶에 공감하는 정치인이 다음 선거에서도 선택받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새롭게 구성되는 22대 국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서민을 위한 제도가 있다. 바로 벌금형제도다. 형벌 중 구금형(징역 금고 구류)이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면 재산형(벌금 과료)은 경제적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전자가 육체적 고통을 주는 것이라면, 후자는 경제적 고통을 주는 것이다. 법원행정처가 발간하는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2년에 법원이 유·무죄를 판단한 85만5418건 중 구금형 비율은 18.8%(16만1125건)인 반면 재산형 비율은 69.8%(59만6749건)다. 그런데 구금형이 선고된 사건 중 집행유예(8만3342건)가 실형(7만7569건)보다 많다. 그러나 재산형이 선고된 59만6749건 중 집행유예는 3852건(0.6%)에 불과하다. 검사의 약식명령청구서에 의존하는 약식사건과 경찰서장이
04.08
영국 시인 앨리엇(T.S. Eliot)은 ‘황무지’라는 시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 노래했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의 중심인 4월이 이렇게 반어법으로 표현된 것은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 때문이다.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라는 구절처럼 겨우내 얼어붙은 땅을 뚫고 나와야 하는 새싹의 아픔과 힘겹게 봄꽃을 피웠지만 곧 지게 될 것을 알기 때문에 시작은 곧 끝의 시작이라는 잔인한 재생의 모순이 반복되는 자연섭리를 표현한 것이다. 엘리엇의 4월은 문학적 잔인함으로 다가왔지만 우리의 4월은 춘곤증이라는 현실적 잔인함이 존재한다. 춘곤증은 봄철에 피곤하고 졸린 현상이다. 이는 생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추운 날씨에서 급격히 봄날씨로 바뀌며 생긴 생체리듬 혼란과 호르몬 변화를 생체시계가 원만히 뒷받침하지 못해서다. 영양학적 관점에서는 겨울 동안 위축되었던 몸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서 생체 촉매 효소의 활성을 위해 급히 요구된 비타민 미네랄 같은 영양소를 원활히 공급하지 못해서다. 그
04.04
글로컬(glocal)이란‘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로 구성된 조어다. 지역이라는 한정된 공간이지만 지구적 관점의 넓은 시야를 지역에 실현한다는 의미다. 지역발전의 맥락에서 해석하면 글로컬은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지역 문제를 글로벌 시각으로 돌파해 나가자는 이른바 ‘관점의 뒤집기’다. 지역이 활력을 되찾고 회복되기 위해서라도 지역은 세계와 연결되어야 하며, 이를 수행할 많은 인재들이 양성되어야 한다. 윤석열정부가 추진하는‘글로컬 30’도 그러한 인재를 키워내는 정책이어야 한다. 그중 글로컬의 주역으로 외국인 유학생이 주목받고 있다. 글로컬로 지정된 다수의 대학들이 유학생 유치를 사업의 우선순위로 잡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2024년 2월 말 현재 체류외국인은 약 236만명이며 단기체류가 아닌 등록외국인은 약 135만명이다. 이중 외국인 유학생은 23만여명으로 코로나확산으로 주춤했으나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결혼이민자(약 18만명)를 능가하는 수치다.
04.03
총선을 1주일 앞두고 야권의 ‘대승’을 예상하는 관측이 지배적인 듯하다. 이런 시각은 크게 두가지 이유에 기초해있다. 하나는 정권심판론이 우세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검찰독재 종식에 대한 시민적 요구가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론조사 지표상으로는 야권의 맏형격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는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을 앞서고 있지 못하다. 근소한 차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위성정당에 대한 지지 현황에 있어서도 더불어민주연합은 국민의미래에 뒤쳐져 있다. 그 누구도 예기치 못한 비례대표정당인 조국혁신당의 바람이 불고는 있다. 하지만 이들 역시 국민의미래에 뒤쳐져있다. 물론 비례야당의 두 정당 지지율을 합하면 여당 비례정당보다 높다. 현재 정권심판론이 우세를 점하고 있는 건 맞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것의 성격이다. 선거 승패 여부를 떠나 ‘집권세력의 위기’라고 할 정도로 정권심판 여론이 압도적 우위라고 보기 어렵다. 집권 3년차에 치러지는 ‘중간선거적’ 성격을 띠기에 정
04.01
2004년 10월 21일 헌법재판소는 수도 이전에 관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대선과정에서 선거공약으로 청와대와 정부 부처를 충청권으로 옮기겠다는 행정수도 이전계획을 발표했고 대통령 당선 직후에 그 후속조치로 입법화된 법률이었다. 당시의 위헌결정문을 분석해보면 헌재는 ‘수도’에 관한 정의를 내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수도를 국회 청와대 등 주요 헌법기관과 중앙 행정기관들의 소재지로서 ‘국가의 정치·행정의 중추기능을 하는 곳’으로 정의 내렸다. 그러면서 이 법에 의한 청와대와 정부 부처 등의 이전은 국가 정치·행정의 중추기능의 이전으로서 ‘수도 이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다음으로 헌재는 ‘관습헌법’ 개념을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성문헌법을 가진 나라이지만 성문헌법 속에 모든 헌법사항을 빠짐없이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불문헌법으로서 ‘관습헌법’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것은 조선
03.29
2월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23년 출생아수는 처음으로 23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을 밑도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고령화와 저출산 현상이 맞물려 2025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초저출산 현상으로 어린이집은 2018년 약 3만9000곳에서 2023년 약 2만9000곳으로 줄어들어, 5년 만에 1만 곳이 문을 닫았다. 2002년 69만명이던 국군 병력은 2022년 50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고령화에 따라 경제활동인구가 줄고 부양 노인층이 급속히 늘어나 앞으로 40년 후면 한명의 경제활동인구가 65세 이상 노인 한명을 부양하게 된다. 급속한 인구구조 변화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작년 12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저출산에 대한 효과적인 정책 대응이 없다면 한국의 추세 성장률이 2050년대에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03.28
4월 3일 푸바오(福寶)가 중국으로 떠난다. 푸바오는 2016년 한국에 온 아빠 러바오와 엄마 아이바오 사이에서 2020년 7월 용인에서 태어나 올해로 네 살이 된 희귀동물 판다다. 지난 3년여 동안 550만의 시민을 만나며 인기 절정에 오른 한중 우호외교의 상징이다. 1983년 워싱턴조약의 발효로 희귀동물은 다른 나라에 팔거나 기증할 수 없고, 모든 판다의 소유권은 중국에 있다는 원칙에 따라 해외에서 태어난 이 동물은 생후 4년 차가 되면 반환해야 한다. 푸바오는 한중관계가 암울하게 진행되는 시기에 작은 등불 같은 존재로 사랑을 받았다. 동물외교는 문화교류와 국제협력을 촉진할 목적에서 주로 이루어지지만 푸바오는 멸종동물 보호와 생태 환경보전의 의미에서도 값진 의미가 있다. 인접 국가에 대한 호불호 이유 중에는 환경문제가 단연코 앞자리를 차지한다. 단일국가로는 가장 많은 세계 28%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국가가 중국이다. 초고속 경제성장의 결과 2010년대 중국은 대기오염의
03.27
22대 총선전이 본격화했다. 내일(28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투표일이 2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조국혁신당의 부상이다. 창당한지 한달도 안돼 제3지대를 넘어 거대 양당을 압도하는 기세를 올리고 있다. 비례정당 지지율에서 거대양당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와 더불어민주연합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이름 붙이자면 ‘조국현상’이다. 기존 정치문법으로는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윤석열정부의 폭주와 실정이 가장 큰 자양분이고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기대 미흡 내지 실망감이 작용한 점을 우선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기회에 좀 더 거시적이면서 근본적인 접근을 해보았으면 한다. 기존 정치의 기득권 구조와 그 폐해, 나아가서 대의민주주의, 즉 선거민주주의의 한계와 무관하지 않을 것 같아서다. 도저히 여당을 지지할 것 같지 않던 운동권 출신 인사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 후보를 찍은 이유를 본란에 쓴 적 있다. 정치 경험도
03.25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어느 기관에서 발표한 ESG등급 때문에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올해 처음으로 그 기관에서 평가를 했는데 등급이 여타의 평가기관보다 낮게 나왔단다. 그 이유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때문에 회사의 평판이 나빠지니 답답하다고 했다. 현재 국내외 ESG 평가기관은 약 600~1000여개에 이른다. 예를 들어 국내 어느 회사에 대한 평가기관의 ESG 평가결과는 B+, A, C, 32, BBB, 47 등 천차만별이다.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아무리 평가기관이 각자 책임 하에 독립적인 평가 체계를 개발해 평가한다고 하지만 이렇게 결과가 상이한 수준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많은 기업들은 평가등급을 잘 받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시한다. 그런데 낮은 평가등급으로 인해 회사에 대한 평판이 나빠지는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기업측에서는 막상 구체적인 대응책을 세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뿐만 아니
03.22
#1. 밤 9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초등 5학년생은 어깨가 축 늘어져 있다. “어디 갔다 오니?” “수학 학원요.” 꼬마 때부터 만난 아이는 오늘따라 시무룩하다. “학원 다니기 힘들지?” “네, 월요일은 논술, 화요일은 영어, 수요일은 수학, 태권도와 미술… 학원 싫어요. 토요일이 제일 좋아요.” 토요일엔 학원 안 가고 친구들과 축구와 농구를 할 수 있어 기다려진단다. #2. 밤 10시, 아파트 인근이 시끌시끌하다. 학생들이 학원에서 쏟아져 나온다. 도로는 학원과 학부모 차량이 뒤섞였다. 주민들이 민원을 넣어도 구청은 불법 주정차 학원차량에 아무 조치를 하지 않는다. 교육부와 교육청, 대통령실이 심야 강남과 목동 학원가 몇 군데만 둘러봐도 체감할 수 있는 사교육 현장이다. 짬을 낼 수 없다면 자신의 중고생 자녀도 학원 다닐 테니 물어보시라. #3. 3월14일. 교육부가 2023년 초·중·고생 사교육비를 발표했다. 27조원, 역대 최고다. 학생수가 7만명 줄었는데 학부
03.21
지난 주말 고교 동기들과 관악산을 산행했다. 산행이 끝난 뒤 점심을 먹으며 때아닌 정치 토론에 열을 올렸다. 지지 정당 차이로 웬만하면 정치 이야기를 자제하던 평소 분위기와 사뭇 달랐다. 총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정치수다를 억누르기가 못내 어려웠던 모양이다. 토론은 눈꼴사나운(?) 국회의원들을 어떻게 하면 좋으냐로 맞추어졌다. 혹자는 국회의원 숫자를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혹자는 숫자는 그대로 두고 특권을 없애야 한다며 보좌관을 모두 없애는 대신 국회 내 입법과 예산 관련 전문역량을 크게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혹자는 기초와 광역의원, 국회의원을 하나로 통합해 국회의원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양한 주장 사이에는 공통의 인식 기반이 있었다. 국회의원들에 대한 강한 불신이었다. 정치는 사회 공동의 이익 증진이라는 공적기능을 수행하는 영역이다. 정치활동 보장을 위해 정부 예산을 다양한 형태로 투입하는 객관적 이유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지위를 공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