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주문배달플랫폼 개발…엑셀러레이터 대표 부상

2024-04-17 13:00:16 게재

[2024 혁신 기업인 열전 ①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

B2B 식품주문중개서비스 97% 점유, 아시아 7개국 진출

업계 최초 420개 포트폴리오 돌파, 4년 연속 투자 1위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한국도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에 저성장까지 복합위기에 빠졌다. 미국-중국의 경제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한 가운데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했다. 한국기업의 도전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내일신문은 (사)밥일꿈과 기업가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혁신 기업인을 연재한다. 그들의 고민과 행보가 한국경제와 중소기업이 나아갈 방향에 좋은 지침을 담고 있어서다.

공부를 참 잘했다. 대학을 3년만에 조기 졸업했다. 전국 종합대학 첫 사례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과 석사과정에 국비장학생으로 입학했다. 대학원을 다니던 2000년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한 KAIST 학내벤처 ‘에스엘투’(SL2)를 설립했다. 첫 창업이다. 군 입대로 회사를 매각했다.

군 제대 후 2003년 두번째 창업을 했다. 국내 최초로 식품주문중개서비스를 내놓았다. 이때 나이 26세다. 현재 100개 브랜드 총 4만여개 매장에서 이용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통해 연간 1조원 가량이 거래되고 있다. 최초로 내놓은 브랜드별 배달주문 모바일 앱은 국내를 넘어 아시아 7개국에 진출했다.

2012년 창업기업(스타트업)에 투자를 시작했다. 사업이라기 보다는 사회환원 차원이었다. 같은 청년창업가에게 보탬이 되고자 했다. 2024년 현재 국내 최고 창업기획보육자(엑셀러레이터)로 우뚝섰다. 국내 최초 420개 포트폴리오(투자종목군)을 돌파하며 4년 연속 투자실적 1위다.

주변의 수많은 유혹에 빠지지 않고 연구개발과 회사 운영, 스타트업 투자에 전념한 결과다. 사실상 무차입경영의 단단한 중소기업을 유지하고 있다.

청년기업가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의 발자취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 사진 씨엔티테크 제공

◆협업으로 기업자생력 강화 = 씨엔티테크(CNTTECH)는 ‘Colavoration of New Trand Technology’의 약자다. ‘새로운 트랜드기술의 협력’을 지향하는 회사라는 의미다. 전 대표의 기업철학이 담겨있다.

지난 8일 서울 은평구 사무실에서 만나 전 대표는 ‘기업의 자생력’을 강조했다. 자생력 없이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개별 기업 스스로 자생력을 갖는 건 매우 드물어 협력이 필요하다. 씨앤티테크의 첫 문자가 ‘협력’(Colavoration)인 이유다.

씨엔티테크는 지난해 매출 234억원, 영업이익 54억원을 기록했다. 21년간 업력 중 창업초기 2년 등 4년을 제외하고 모두 흑자다.

전 대표는 “최근 3년간 평균 매출 220억원에 당기순이익 50억원을 내는 작지만 단단한 기업”이라고 자신했다.

회사 핵심사업은 푸드테크플랫폼과 엑셀러레이터 두 부문으로 나뉜다. 2003년 국내 최초로 식품주문중개서비스를 출시했다. 당시는 전단을 보고 가게에 전화해 주문할 때였다. 1588로 시작하는 전화주문을 통합해 관리하는 서비스다. 배달의민족이 나오기 전까지 대표번호 주문, 홈페이지 주문, 앱 주문 등은 씨엔티테크가 유일했다.

인공지능(AI), 콜센터(CTI), 전사원자원관리(ERP), 웹(WEB) 기술을 갖춘 60여명의 엔지니어를 기반으로 B2B 푸드테크플랫폼업계 1위에 올랐다. 시장점유율은 97%에 이른다. 현재 100개 브랜드 총 4만여개 매장을 중심으로 연간거래량은 1조원 가량이다. 카카오톡 선물하기플랫폼 배스킨라빈스 BHC 미스터피자 BBQ 등 30여개 브랜드의 e쿠폰 주문중개도 운영하고 있다.

2008년 브랜드별 배달주문 모바일 앱도 처음으로 내놨다. 아시아 7개국에 진출해 모바일 주문, 키오스크 주문 관련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팔았다. 2010년에는 세계 최대 다국적 프랜차이즈그룹 YUM에 점포판매시스템(POS)을 납품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씨엔티테크는 제품 판매보다 라이센스사업 방식이다. SW 이용료를 받는 것이다. 각 브랜드에서 씨앤티테크의 서비스플랫폼을 이용할 때마다 수수료를 받는다. 마르지 않는 현금출금기인 셈이다.

◆후배 돕는 마음으로 투자 = 2012년 엑셀러레이터(AC) 길에 들어섰다. 그간 축적한 이익금을 청년창업가 지원에 나섰다.

그는 “외식업과 관련된 사업을 하다보니 많은 분들이 찾아와 상담하면서 보육역할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자연스레 투자에 참여하는 계기가 됐다”고 회상했다. 처음에는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선배 벤처인으로 후배들을 돕겠다는 마음이었다.

첫투자 헬스케이 스타트업이었다. 당시 3000만원에 불과했다. 몇년 후 초기 투자기업인 푸드테크스타트업 ‘쿠캣’을 포함해 3개 기업의 투자금을 회수했다. 규모는 40개 기업 누적투자금의 2.5배였다. 전 대표는 투자가 사회환원과 사업화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지금까지 씨엔티테크는 42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1200억원 이상의 풍부한 투자재원과 80여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조직을 기반으로 스타트업의 성공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2020년 초기창업패키지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지난 4년간 94개 스타트업을 보육했다. 이 기간 누적 성과는 매출 995억원, 투자유치 137억원, 직접투자 25억원, 신규고용 480명이다.

전 대표는 풍부한 투자재원을 활용해 공격적인 투자와 대기업과의 상생협력에도 적극적이다. 한국앤컴퍼니 헥토그룹 조이시티 DB캐피탈 포스코기술투자 에스엠컬처파트너스 에스엠엔터테인먼트 등과 투자와 협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창업기업의 정확한 분석을 위해 ‘스타트업 밸류체크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 전 대표는 “이 시스템은 회계사 변리사 투자사 등 분야별 전문가 100여명의 자문과 씨엔티테크의 13년간 스타트업 보육자료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을 학습시켰다”고 설명했다. 이 시스템이 창업기업의 성장단계를 진단하고 기업별 개선 사항을 도출한다. 씨앤티테크 운영진은 진단결과를 기반으로 전문가와 정성 진단을 진행해 기업별 맞춤형 보육방안을 기획한다.

◆최우선 투자기준은 성품 = 씨엔티테크의 투자전략은 선투자, 후보육이다. 전 대표는 “최우선 투자선택 기준은 창업자 성품과 열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회사가 성장한 후 초기 성품과 기업가정신이 유지돼야 기업은 지속성장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좌우명은 ‘상즉인’(商卽人)이다. ‘상업은 바로 사람’이라는 의미다. 그만큼 그는 사람을 중시한다.

전 대표는 지난 2월 한국AC협회 4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협회장으로 중점과제로 △한국AC 글로벌 입지 강화 △모태펀드 확대·창업 보육시장 육성 △초기투자기관협회와 통합 등 세가지를 제시했다. 작지만 단단한 기업을 기반으로 창업생태계의 선두주자로 나선 전화성 대표. 그의 ‘협력정신’은 최근 위기에 내몰리는 중소벤처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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