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당신은 밤하늘 별들의 후손이다

2023-06-08 11:53:09 게재
윤경용 페루 산마틴대 석좌교수

"우리의 DNA를 이루는 질소, 치아의 칼슘, 핏속의 철, 애플파이 안의 탄소는 모두 붕괴하는 별의 내부에서 왔다. 그러므로 만물은 탄소 수소 산소와 같은 분자로 이루어져 있고 수소 헬륨보다 무거운 모든 원자는 별의 내부에서 핵융합으로 만들어지니 우리는 모두 별의 자식이다"라고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이 말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유기물에는 반드시 탄소가 있어야 하기에 인간은 탄소를 기반으로 한 생명체다. 그리고 우주가 생겨난 직후에 만들어진 수소는 모든 에너지의 원천이다. 인류에 대한 총서인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나 제래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를 읽으면 가질 수 있는 의문이 세상의 기원, 즉 우리는 어디서 왔느냐일 것이다. 데이빗 버코비치의 '모든 것의 기원'은 이런 의문을 다소 해소해주었다.

생명체는 지구의 대기와 물에서 탄생했다. 우리 몸 70%는 물로 이루어져 있고 물은 수소와 산소로 구성된 화합물이다. 빅뱅으로 우주가 만들어지고 138억년이 지났다. 우리 눈은 탄소와 물과 태양빛의 광합성을 이뤄낸 단세포에서 물려받았고 우리 몸은 지구 자전주기에 맞는 생체시계를 가졌다. 우리 몸은 우주 안에서 그 일부로 존재하고 있지만 우리 몸 안에는 138억년에 걸친 우주 진화의 모든 여정이 담겨있다. 여기까지가 과학자들이 정의한 세상의 기원에 대한 전부다.

우리 몸 안에 138억년 우주진화 여정 담겨

그러나 성서에는 이 모든 탄생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해 6일만에 이뤄냈다고 했다. 혹자는 '빅뱅'을 창조론에 끌어들이기도 한다.

한편 "천사를 데려오라. 천사를 그려주마"며 사실주의를 주창한 화가 귀스타브 쿠르베는 발칙하게도 여성의 음부를 적나라하게 그려 놓고 '세상의 기원'이라며 "세상의 모든 것이 여기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했다. 그는 스스로를 천재라 칭했지만 우리가 우주에서 진화해온 존재라는 진리를 알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의 그림은 당시에는 추잡한 외설로 치부되었다.

과거에는 지리 문화 풍습에 따라 서로 다른 각자의 신화와 전설을 통해 우주와 세상, 인간과 생명의 기원을 이야기했다. 오늘날 이와 같은 신화나 전설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신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부단히 해왔다. 또한 과학이 발달한 지금은 그 과학적 증거들을 통해 우주 탄생과 세상의 기원에 대한 비밀을 거의 알아냈다.

창조론에서 보는 우주는 '빛이 있으라'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탄생되었지만 과학적으로는 우주와 신의 연관성은 찾아볼 수 없다.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그의 마지막 저서에서 '신은 없다. 세상의 누구도 우주를 다스리지 않는다'고 했고, 칼 세이건은 "신이 우주의 일부로서 존재한다면 과학적 증거로서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적으로 신의 존재를 입증할 수 없다면 나는 존재를 입증할 수도 없는 신을 믿을 수는 없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우주가 위대한 설계자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창조론은 성경 등을 근거로 한 종교적 이념일 뿐 과학을 근거로 하지 않은 신화라는 사실이다. 종교는 종교로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지만 이를 우주와 세상의 기원에까지 일반화한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 수 있다. 따라서 우주를 창조의 신비가 담긴 경이의 대상으로만 보거나 창조주에 대한 맹목적 경외심은 우주개발 시도 자체가 불손하고 창조주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될 수 있다.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이 의미하는 것

그러나 우주는 미래 인류의 생존을 지속가능케 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지난 5월 25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의 3차 발사가 성공했다. 이로서 1톤 이상의 실용급 위성의 자력 발사능력을 가진 세계 7번째 국가가 되었다. 이번 발사의 의미는 지난 1차 2차 발사는 모형인공위성이 실렸고 이번에는 실용위성이 실렸다는 점과 모든 것을 독자기술로 이뤄냈다는 점이다.

또한 과거 정부주도의 우주개발인 올드스페이스 시대가 민간주도의 뉴스페이스 시대로 변하고 있고 이를 토대로 '돈'이 되는 우주상업화가 가속되고 있는 시대의 흐름에 비로소 동참했다는데 더 큰 의의가 있다. 이제는 우주를 창조주에 대한 한없는 우르름으로 손을 놓고 있기보다는 인류 미래를 위한 한없는 탐사가 필요한 대상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윤경용 페루 산마틴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