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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혁신은 미완성이다

2023-08-31 11:57:07 게재
심재웅 여론조사 전문가

더불어민주당 혁신위가 활동을 마감했지만 당내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혁신위가 남긴 107쪽 보고서는 당의 현재 상황에 대한 민주당 구성원의 인식과 의견 수렴, 권리당원 중심의 당 운영, 현역의원 평가 후 감점 비율 확대 등의 혁신안을 담고 있다.

외형적으로 보면 민주당은 당의 저변이 크게 확장되는 추세다. 당비를 내는 당원수는 2008년 2만3000명, 2023년에는 245만명이다. 15년 사이 100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촛불정국 이전과 비교하면 당원수는 2016년 29만명 대비 9배 늘어난 규모다. 민주당의 당세는 커졌지만 당원은 중장년층 이상이 다수다. 전체 당원 중 50대 비중은 30%, 40대는 22%로 4050세대가 과반을 차지하고 60대 이상은 31%다. 반면 20대는 6%, 30대 비중은 12%다.

중장년층은 민주화운동의 시대적 경험과 기억을 공유한 세대다. 권리당원과 지지층에서 당의 중추세력이다. 다만 현재 청년세대가 민주당과 거리를 두면 10년 후에는 60대 이상이 전체 당원의 60%를 차지한다.

당원과 당직자·보좌관의 생각차이 뚜렷

청년세대가 기성정당을 외면하는 것은 야당만이 아니다. 여당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기성정당, 정치인은 MZ세대의 호감이 가는 대상이 아니다. 정치라는 무대도 매력적이고 역동적인 그라운드가 아니다. 민주당 혁신위가 의뢰한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에 대한 청년층의 거리감이 엿보인다.

여론조사는 당원(2000명), 당직자·보좌진(700명)은 휴대전화 웹조사(8.2~5 티브릿지), 일반국민(3000명)은 휴대전화 CATI(8.6~7 엠브레인 퍼블릭)로 집계한 결과다. 일반국민 조사표본은 유권자 연령 분포와 동일하다. 민주당원 표본은 4050 비중이 높고 2030 비중은 아주 낮다. 당직자·보좌진 표본은 다른 그룹에 비해서 2030 응답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의 현재 위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전체 그룹 중에서 당직자, 보좌진이 가장 비판적이다. 민주당 지지층 의견은 당원 조사와 대체로 유사하지만 무당층은 당직자·보좌진 의견에 근접한 경우가 더 많다.

당직자·보좌진의 57%는 지난 1년 간 민주당 이미지가 '나빠졌다'고 응답하고, '좋아졌다'는 응답은 8%다. 당원 조사도 당 이미지가 '나빠졌다'(37%)는 비율이 '좋아졌다'(26%) 보다 더 높다. 당 이미지에 대한 인식은 당직자·보좌진이 당원보다 더 차가운 편이다.

민주당 이미지가 달라진 이유도 대조적이다. 당직자·보좌진은 당 이미지가 나빠진 것은'거듭된 비리의혹'(37%)과 '미래비전 부족'(25%) 때문이라고 본다. 반면 민주당원은 '정부 견제 등 야당의 역할이 미흡하다'는 정치적 요인이 39%로 가장 높다.

민주당 정치인에 대해 유권자가 비호감을 가지는 이유도 차이가 있다. 당직자·보좌진의 67%는 야당 정치인이 '위선적이어서' 비호감의 대상이라고 지적한다. 민주당원은 야당 정치인의 '무능'(64%)과 '기득권'(45%)을 비호감의 가장 큰 요인으로 인식한다.

당의 온라인 문화에 대한 입장도 엇갈린다. 온라인 문화가 '바람직한 모습'이다는 응답은 당원 42%, 보좌진·당직자 7%이고, '심각한 문제'라는 응답은 당원 13%, 보좌진·당직자 48%다. 민주당의 온라인 문화에 대한 정반대의 시각이 당내에 존재한다.

민주당의 현 상황에 대한 구성원의 인식에 차이가 나는 연유는 무엇인가? 위기에 처한 조직을 진단하는 앨버트 허쉬만 (Albert Hirschman)의 분석틀을 적용하면 권리당원은 당에 대한 '충성도(loyalty)'가 가장 높은 그룹이다. 당직자·보좌진은 당내 사정을 소상하게 알고 문제의식도 있지만 '다른 목소리(voice)'를 내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 무당층은 민주당에서 '이미 이탈하거나(exit)' '정치라면 아예 외면하는(neglect)' 유권자들이다.

당 체질과 문화 새롭게 하는 구상 필요

혁신위 보고서는 '윤리정당' '정책정당' '미래정당'에 관한 내용도 담고있다. 그러나 '대의원제 무력화' '현역의원 감점 비율 확대' 등 당헌, 당규 논란에 가려 주목을 받지 못했다. 혁신위의 당초 임무가 위원장 공언대로 "응급실에 실려온" 민주당을 환골탈태하고 국민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면 당의 체질과 문화를 새롭게 하는 '더 과감하고 참신한 구상'이 제시되어야 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민주당의 혁신은 여전히 미완성이다.

심재웅 여론조사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