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 칼럼

아프리카의 인구폭탄

2023-11-14 11:54:58 게재
김수종 언론인, 전 한국일보 주필

국제사회가 멀미할 정도로 격랑에 휩쓸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2년째 포성이 멈출 기미가 없다. 그 위에 지난 10월 초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중동권 전체가 일촉즉발의 전운에 잠겼다. 대만 통일을 공언하는 중국의 위협앞에 남중국해는 폭풍전야의 긴장 상태다. 기후변화의 화염이 언제 어디에서 불길을 뿜을지 불안하기만 하다. 미국은 리더십을 잃어가고 대안의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저물어가는 2023년 지구촌 모습이다.

세계 청소년인구의 1/3 아프리카가 차지

이 문명사적 대전환의 시대에 아프리카 청년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을 뉴욕타임스가 전하고 있어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신문은 '늙은 세계, 젊은 아프리카'란 제목 아래 아프리카 인구가 2050년 현재의 두배로 증가해 25억명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엔 인구통계의 예측에 근거해 세계 청소년(13~24세) 인구의 3분의 1을 아프리카가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프리카 하면 가난, 영양실조, 높은 영아사망률을 떠올렸다. 그게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영아사망율이 2000년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아프리카의 인구증가는 이 시대의 큰 문제 기후변화, 에너지 전환, 이민문제와 연관되어 있어 그 변화의 귀추가 주목된다. 인구증가에 대응해 나갈 능력을 가진 아프리카 나라는 그리 많지 않고 인구증가에 허우적댈 나라들만 즐비하다.

나이지리아는 인구 2억1300만명으로 아프리카 최대 인구대국이다. 앞으로 연간 500만명씩 증가해서 2050년 미국을 능가해서 인도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인구를 갖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인구의 3분의 2가 하루 2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극빈국가다.

현재 아프리카인의 평균연령은 19세로 인도의 28세, 중국과 미국의 38세보다 현저히 낮다. 젊음이 폭발하는 사회가 되고, 앞으로 10년안에 아프리카의 노동력이 인도나 중국보다 많아질 것이다.

팽창하는 아프리카 청년인구는 문맹률이 과거와 다르게 낮아졌다. 고교 졸업자 비율은 2000년 전체의 27%밖에 안됐으나 2022년 47%로 거의 2배 증가했다. 인터넷을 접속하는 인구가 5억7000만명이다. 재능있는 청년들이 영화, 음악, 카툰, 스토리, 각종 연예활동을 하는 등 기예를 연마하고 있다. 아프리카 문화의 상업화 잠재력의 떡잎이 돋아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런던이나 뉴욕의 공연무대에 아프리카 스타들이 떠오른다. 넷플릭스는 2016년 이래 1억500만달러를 아프리카에 투자했고. 애플의 뮤직 자회사가 라고스에 센터를 설립했다. 전문가들은 2030년까지 아프리카의 영화 및 음악 가치가 200억달러에 도달하고 관련 일자리도 2000만개는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앞으로 10년간 늘어나는 10억명은 어디서 무슨 일을 할까. 아프리카에서 산업화가 가장 앞선 남아공의 실업률이 37%다. 1970년대나 1980년대 일본 한국 중국의 인구폭발은 공장 노동력으로 흡수되어 수출산업을 일으켰고, 가난을 벗어나게 했다. 아프리카에 그런 기적이 일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아프리카의 제조업 몫은 40년 전만도 못하다. 인프라도 부족하고 6억명 이상이 충분한 전기공급도 못 받는다. 컨설팅그룹 메켄지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30년간 아프리카의 연평균 성장률은 1%였다. 인도의 5%나 중국의 10%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아프리카 가장 큰 위기는 일자리 문제

일자리 부족은 두뇌유출을 일으킨다. 매년 의사 간호사 연구원 기술자 수만명이 아프리카를 떠난다. 통계에 의하면 2010년 이후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인 100만명이 유럽으로 흘러갔다. 아프리카개발은행에 의하면 2021년 해외이주자 송금이 960억 달러로 세계에서 원조받은 총액보다 3배 많다고 한다. 인구가 폭발하는 아프리카의 제일 큰 위기는 일자리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아프리카 청년들은 밀수선을 타고 지중해를 떠돈다. 지난 10년간 지중해에서 익사한 아프리카인만 2만8000명이나 된다. 소말리아와 말리 청소년들은 총들고 돈을 구하거나 지하드에 가담한다. 가봉이나 니제르 같은 나라에선 쿠테타 추종세력이 된다. 이들은 이념이 아니라 직업이 없어 이런 일에 서슴치 않고 나선다고 한다.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두번째 넓은 대륙으로 중국 인도 미국 유럽을 합친 것보다 땅이 넓다. 한국의 302배나 된다. 아프리카는 천연자원의 보고다. 전세계 태양에너지 70%가 아프리카에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필수 광물 코발트의 80%가 아프리카 땅 속에 있다. 아프리카 열대우림은 아마존 못지않는 이산화탄소흡수원이다. 지구촌에 이렇게 유익할 수가 없다. 아프리카에는 54개국이 존재하지만 민주적인 리더십으로 산업을 일으키고 국민을 먹여살리려고 애쓰고 고민하는 지도자는 눈씻고 찾기 힘들다. 아직도 장기집권과 권력세습에 매여 있는 국가원수가 많다. 미국의 학자이자 흑인운동가 듀 보이즈는 1915년 "아프리카는 가장 낭만적이고 가장 비극적인 대륙"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2050년에도 그 비극이 끝날 것 같지 않아 비감하다.

김수종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