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탁 칼럼

중소언론을 뉴스시장에서 쫓아내면

2023-12-05 11:42:34 게재
이종탁 신한대 교수, 언론인

요즘 중소규모의 인터넷신문업계는 그야말로 초비상이다. 국내 양대 포털 중 하나인 '다음(DAUM)'이 뉴스검색창의 버튼 하나를 바꾸면서 졸지에 생존 위기에 내몰린 때문이다.

인터넷신문사 단체인 인터넷신문협회(인신협)는 "국민의 다양한 뉴스 선택권을 원천봉쇄한 다음의 조치는 민주주의의 퇴행을 불러올 것"이라며 법적대응에 들어갔다. 인신협 소속 기자들 모임인 인터넷기자협회는 "다음의 행태는 뉴스 이용자들의 보편적 서비스 이용에 중대한 제약을 가져오는 뉴스검열 쿠데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외 광역단위 인터넷신문사들의 모임인 지역인터넷신문협의회는 "언론자유를 말살하는 쿠데타이자, 헌정질서를 유린하는 불법"이라며 다음을 규탄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다음의 정책 변경이 '민주주의 퇴행'이고 '뉴스검열 쿠데타'에 해당한다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뉴스시장에서 이 문제를 다룬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소위 메이저 언론들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바라만 볼 뿐 정색하고 문제제기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일각에선 '언론자유 말살'이라고 아우성치는데 사회적으론 의제설정조차 안되고 있는 것이다.

수사압박 받는 카카오 의중 반영됐나

인터넷신문 종사자들의 총궐기를 가져온 이번 사태의 본질은 뉴스 검색창을 실제 이용해보면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다음 뉴스 코너에서 키워드 입력을 하면 여러 언론사에서 작성한 해당 뉴스가 주르르 뜬다. 예를 들어 '장명국 밥일꿈'이라고 입력하면 더팩트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 등의 언론사에서 '장명국 밥일꿈' 단어를 넣어 작성한 기사들이 노출된다. 이때 화면 오른쪽 상단에 보면 '뉴스검색설정'이라 쓰인 톱니모양의 로고가 있다. 여기를 터치하면 '전체'와 '뉴스제휴언론사' 두 분류의 마크가 나타나는데 기본값이 뉴스제휴언론사로 설정돼 있다.

전체는 무엇이고 뉴스제휴언론사는 무엇일까. 국내에서 기사를 생산하는 인터넷신문은 총 4000여개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포털 다음에서 검색하면 노출되도록 계약을 맺은 제휴 매체는 1350개다. 다음이 말하는 '전체'가 이들이다. 이 전체 매체는 이용자가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해야만 노출된다. 누군가 검색하지 않으면, 즉 불러내지 않으면 얼굴을 내밀 수 없다. 이중 생산 규모가 큰 150개 매체는 자사 뉴스를 대가를 받고 다음에 통째로 제공해 콘텐츠제휴(CP)매체라 부른다. 다음이 '전체'의 상대 개념으로 분류한 '뉴스제휴언론사'가 곧 CP다. 이 CP 뉴스는 초기화면에 제목으로 노출돼 있어 클릭하면 본문을 읽을 수 있다.

다음이 뉴스검색의 기본값을 뉴스제휴언론사로 설정했다는 말은 이용자가 별도로 버튼 조작을 하지 않는 한 CP 기사만 노출된다는 뜻이다. 인신협을 포함해 중소 언론사에서 작성한 '전체' 매체의 기사는 이용자 눈에 띄지 않는다. 비슷한 내용의 '장명국 밥일꿈' 기사라 해도 CP사에서 작성한 것만 남고 나머지 언론사에서 작성한 기사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물론 이용자가 톱니 로고에 손을 대 기본값을 '전체'로 변경하면 예전처럼 검색 노출된다. 하지만 보통의 뉴스 소비자가 이런 구조를 알고 구태여 설정을 바꿀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결국 검색기능을 통해 소비자들과 만나던 중소 언론사들은 하루아침에 소비자 접점을 잃고 언론 활동의 기반을 통째로 빼앗기게 된 셈이다.

당사자에 이처럼 큰 충격을 주는 정책을 예고도 없이 전격적으로 시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측은 "이용자들이 CP사 기사를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용자 편의를 위해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설득력은 없다. 그보다 창업자에 대한 수사압박을 받는 카카오가 정권에 잘 보이기 위해 골칫거리 언론을 일거에 퇴출시키는 발상을 했을 것이라는 피해자쪽 분석이 그럴듯해 보인다. 중소언론에는 친정부 성향의 보수매체도 많지만 정부 속을 썩이는 반정부 성향의 진보매체도 적지 않아 한 묶음으로 처리할 때 반기는 쪽은 여권이다.

이번 중소언론 퇴출작전이 마무리되면 다음엔 네이버 차례라는 예상도 그래서 나온다. 네이버는 지난 8월 검색 옵션창에 '전체'와 '모바일 메인언론사(CP)' 분류를 만들어놓았다. 지금은 기본값이 '전체'로 돼 있지만 손 하나 까딱해 CP로 바꾸면 당장이라도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뉴스 품질은 언론사 규모에 비례 안해

중소 언론을 불신하는 쪽에선 그들 퇴출에 찬성의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뉴스 품질은 언론사 규모에 비례하지 않는다. 대형 언론사라고 양질의 뉴스를, 소형 언론사라고 불량뉴스를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소형 언론사여서 CP가 되지 못했는데, CP가 아니라는 이유로 시장에서 쫓아낸다면 전두환정권 때의 무지막지한 언론통폐합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때는 쿠데타 정권의 초법적 권력 행사라고 하지만, 이제는 민간 포털 회사가 버튼 하나로 뉴스시장에 칼질을 하고 있다.

이종탁 신한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