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뱅크런 이후 바뀐 게 없는 새마을금고

2023-12-19 11:28:16 게재
새마을금고는 지난 7월 일부 금고의 대규모 예금인출(뱅크런) 사태로 위기를 겪었다. 6월 말 기준 연체율이 6.18%로 급등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시 예금자들의 불안이 가중됐고 연체율이 높은 금고의 경우 유동성이 급격히 줄어드는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정부가 나서서 급한 불을 껐지만 5개월이 지난 지금 새마을금고의 위기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을 뿐 근본적으로 달라지지는 않았다. 이후 높은 예금금리를 앞세운 새마을금고로 예금이 다시 몰리고 있다. 다른 금융회사들이 수신경쟁을 벌이지 않는 것과 달리 일부 새마을금고는 연 5%대의 높은 금리로 예금자들을 끌어모았다. 그 결과 새마을금고 수신잔액은 7월말 241조원에서 10월말 249조원으로 늘었다. 저축은행과 다른 상호금융권의 수신잔액이 현상유지 또는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새마을금고 입장에서는 수신잔액을 늘려 제2의 유동성 위기를 불식시키겠다는 것일 수 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그동안 수익률이 좋았던 부동산시장이 막히면서 자산운용이 쉽지 않고, 높아진 이자 비용은 자칫 역마진 발생의 위험이 있다. 늘어난 예수금은 언제든 빠른 속도로 빠져나갈 수 있다.

부동산·건설업 대출 연체율, 부동산PF와 비슷한 관리형 토지신탁 형태의 자금대출 연체율은 부동산 경기침체 장기화로 점차 증가할 전망이다.

새마을금고의 부동산·건설업 대출잔액은 올해 1월 기준 56조4000억원이며 연체율은 9.2%에 달했다. 행정안전부는 이후 관련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부실 규모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지만, 6월말 기준 기업 대출 연체율이 8.34%인 점을 고려하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자문위원회는 지난달 경영혁신안을 발표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상시감시에 착수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인 업무협약(MOU)은 아직 체결되지 않았다. 이달 21일로 예정된 새마을금고중앙회장 보궐선거에 이목이 쏠리면서 상시감시시스템 도입 등 건전성 관리 강화에 대한 관심도 상대적으로 줄었다.

경영실적과 건전성 지표로 볼 때 새마을금고가 당장 위기에 처할 위험한 상황은 아니다. 그렇지만 일부 취약 금고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메스를 들이대 정확한 부실 규모 등을 따져봐야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를 겪은 후 금융권은 건전성 지표와 별개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내년 새마을금고 상시감시를 준비하고 있는 금융당국은 상시감시의 기본인 자료요청권도 받지 못한 상태다. 신속한 위기 대응을 위한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한 때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이경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