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훈 칼럼

에너지기업이 지속 투자할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2024-01-09 11:37:39 게재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의융합대학 학장

정부는 4일 대통령 주재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를 개최,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민생경제 회복, 잠재위험 관리, 역동경제 구현, 미래세대 동행이라는 4개 과제와 총 14개의 세부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탄소중립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국내 에너지기업 입장에서 두가지가 눈에 띈다.

첫째,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다양한 수단 중에서 시설투자를 위한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올해 말까지 1년 연장한 것이다. 임시투자세액공제는 경기가 좋지 않을 때 기업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기업 설비투자금액의 일정 비율을 법인세 등에서 공제해 주는 제도다. 1982년 도입돼 지속적으로 시행돼왔다.

2009년 세계통화기금(IMF) 정책협의단은 정부의 과세기반 강화를 위해 임시투자세액공제의 폐지를 권고했다. 이에 이 제도는 2011년까지만 시행되고 폐지됐다. 2020년 코로나19 발발 이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재도입 논의가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윤석열정부는 지난해 이 제도를 과감하게 재도입했다.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 2023년 한해만 적용하는 것으로 해서 다시 시행된 것이다. 기업들은 2023년 한해 동안 투자한 금액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받았다. 세금 때문에 투자를 망설였던 에너지기업들은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수소생산·충전시설 등 당장은 돈이 안되지만 미래를 위한 분야에 투자를 결정할 수 있었다.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주목되는 점들

당초 지난해 한해만 적용하고 끝날 예정이었지만, 다시 1년 연장돼 올해의 투자분에 대해서도 임시투자세액공제가 적용되게 되었다. 이번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은 국내 에너지기업의 지속가능성 확보, 글로벌 경쟁 우위 유지, 수출경쟁력 제고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세수는 줄겠지만 환영할만한 조치임이 분명하다.

다만 에너지기업의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대규모 설비 구축은 1∼2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개 3∼4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기업의 투자를 보다 효과적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1년 단위로 연장할 게 아니라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도록 2∼3년 단위의 연장이 필요하다. 그래야 투자를 위한 신호등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둘째, 미래세대 동행을 위한 다양한 수단 중에서 설비투자 및 기술개발 등 탄소감축 효과가 큰 장기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기후대응기금을 개편하겠다는 내용이다. 기후대응기금은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고 탈탄소사회 이행을 위한 산업구조 개편 등 관련 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도모하고자 탄소중립법에 의거해 2022년 1월부터 신설되어 운용되고 있다.

탄소중립기본법은 2021년 8월 국회를 통과했고 2022년 3월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기후대응기금은 그 시급성 때문에 이보다 빠른 2022년 1월부터 신설·시행되고 있다. 2022년 및 2023년 모두 연간 약 2조4000억원 규모로 조성됐다. 주요 재원은 배출권 유상할당 수입, 교통에너지환경세 전입금, 전력산업기반기금 전입금 등이다.

흔히 유류세라고 불리는 교통에너지환경세는 휘발유 경유 등의 석유제품에 부과되는 세금인데 매년 14조원 정도가 징수된다. 이 징수액의 7%가 자동으로 기후대응기금으로 전입되는데 연간 1조원 정도다. 이는 기후대응기금 재원의 40% 이상을 차지해 배출권 유상할당 수입과 전력산업기반기금 전입금을 합한 것보다 많다.

기후대응기금의 상당 부분은 정유사가 1차적으로 석유제품을 공장에서 출고시 부담하고 최종적으로는 석유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부담한다. 따라서 기후대응기금의 일부는 석유제품 부문에서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투자에 지원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경쟁상대라 할 수 있는 수입산 전기차 보조금으로 상당액이 집행되고 있을 뿐이다.

이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정유사의 입장에서 보면 '내가 낸 돈이 나를 퇴출시키는 데'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친환경 연료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공정할 텐데 말이다. 유럽 및 미국 등의 선진국들은 비용을 부담한 주체의 탄소중립 이행을 지원하는 데 기금을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현재 바이오 연료, e-연료, 탄소포집저장 등 정유산업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신성장 부문에 기후대응기금이 집행되지 않는다. 정부가 밝힌 대로 교통에너지환경세를 납부하는 정유부문의 탄소감축 효과가 큰 장기 프로젝트에 기후대응기금이 온당하게 집행되어야 한다. 납부 수준인 최대 40%까지 집행되는 것이 정의로울 것이다.

기후대응기금 온당하게 집행돼야

국내 에너지기업은 공공요금 인상 억제와 탄소중립 이행의 압박 속에서, 수익성은 악화되는데 투자는 늘려야 하는 전례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이번 2024년 경제정책방향 후속조치가 적절하게 마련돼 투자를 늘리고 수출경쟁력을 확보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