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기 신도시 도시정비가 잘 되려면

2024-01-23 11:29:35 게재
조영태 LH토지주택연구원

지난해 말 분당 일산 등 노후계획도시 정비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수도권 1기 신도시를 비롯해 특별법의 대상지역은 전국적으로 50여곳으로 면적은 분당의 8배에 이른다. 무엇보다 예상되는 문제점을 사전에 대비하는 체계와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는 1기 신도시 5곳을 동시 추진하면서 노무비 상승과 건축자재 품귀 등을 경험했다. 최근 서울의 재건축 재개발사업에서도 공사비 급등, 고금리로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나 사업이 중단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사전 대비하는 체계와 지혜 필요

사유지인 주거단지 재건축은 진행된다 하더라도 이에 상응하는 도시기반시설 정비는 누구의 몫인가? 그리고 어느 수준으로 도시기반시설이 정비되어야 하는가? 체계적인 도시정비를 추진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공사의 역량은 충분한가? 기대와 우려 속에서 몇가지 대책을 제안해 본다.

첫째, 환경 사회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한 도시정비 계획과 전략이 필요하다. 오늘날 도시개발의 기본개념이 된 탄소중립 도시계획과 더불어 도로, 환경기초시설 등 도시기반시설 정비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도시현황을 디지털화해 과학적으로 진단하는 디지털트윈 기반의 스마트도시설계시스템을 활용한다면 결과를 사전에 예측하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이를 통해 인구 교통 환경 에너지 흐름을 입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 합리적인 도시정비계획 수립이 가능하다. 주민의 공공기여금과 중앙정부기금 없이 광범위한 도시기반시설의 정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도 이를 활용해 주민들의 공공기여 및 도시기반시설 정비 수준, 용적률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둘째, 특별법에 따른 도시정비를 경제 및 도시활력의 기폭제로 활용해야 한다. 베를린의 도시계획 개념 중 '미래의 장소 즈쿤프트소르테(zukunftsorte)'는 과학과 비즈니스가 결합된 혁신지구(11곳)로 도시성장동력을 확보하고 혁신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곳이다. 새로운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주거단지 재건축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우리도 스마트한 도시기반시설과 미래 산업을 함께 가꿔 나가야 한다.

공공·시민·기업 힘모아 헤쳐가야

셋째, 공공 자산을 활용한 이주대책 등이 사전에 준비되어야 한다. 순차적인 단지 재건축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순환형 이주단지가 필요하다. 분당을 예로 들면 10만 가구가 정비 대상인데, 그 안에는 4개 단지 약 5000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이 포함돼 있다. 역세권 유휴지와 이들 공공임대주택을 선제적으로 재건축하여 순환형 이주단지로 활용할 수 있다.

넷째, 도시정비지원기구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 기존에 비해 1기 신도시재정비와 관련한 도시정비지원기구의 역할은 난이도가 훨씬 높다. 도시정비계획 수립, 도시기반시설 정비, 선도사업 시행, 이주대책 마련, 도시정비기금의 운용 등의 역할 수행을 위해서는 도시정비지원기구는 지자체, 국가 공기업, 지방공사 등이 참여하는 공공조직이 구성돼야 한다.

노후계획도시 정비에는 복잡다난한 문제들이 예상된다. 공공과 시민 그리고 기업이 힘을 모아 함께 헤쳐나가야 할 과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대규모의 도시정비를 위한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고 실행력이 담보된 거버넌스 체계와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