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천 칼럼

기대 반 우려 반 '서울 스마트라이프 위크'

2024-01-30 11:52:31 게재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명예교수

서울시가 올 10월 '한국판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보도에 의하면 서울시장은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서울 이노베이션 포럼 2024'에서 "언제까지 다보스포럼이나 CES를 쫓아다니면서 이런 행사를 해야 하나"라며 계획을 밝혔다고 한다.

'스마트 라이프 위크(SLW)'라는 한국판 전시회 이름도 그럴싸하다. CES를 포함해 바르셀로나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가 세계 3대 정보가전 국제전시회라는 점은 잘 알려진 바다. 이름 자체가 전기전자 모바일을 의미하는 평범한 수준이다.

그러나 스마트라이프는 다르다. 정보기술이 생활 속에 얼마나 깊숙이 파고 들어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이라는 의도가 엿보인다. 전자 신제품을 소개하는 전시회를 넘어 기술동향에 부응하는 도시생활 패턴과 관련된 특화된 주제의 전시를 선보이겠다는 구상인 듯하다. 특화라는 말에 대한 기대가 크다. SLW 로드맵도 발표됐다. 미래 융합기술을 선도하는 플랫폼을 만들 3개년 계획이다.

개최시기로 보면 CES는 1월 초, MWC는 2월 초로 상반기에는 이 둘이 경합을 벌인다. 하반기에는 100년 역사의 IFA가 자리잡고 있다. 그게 9월 초라 독일과 경합을 벌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독일은 제조업 강국이다. 따라서 SLW 특화점은 제조보다는 다른 쪽으로 잡는 게 이상적이다. 마침 서울시는 안전과 복지에 대한 특화 계획을 잡는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특화 계획은 긍정, 데이터품질은 '글쎄'

그러나 우려되는 부분이 여기서 등장한다. 안전과 복지 관련한 기존 서울시 데이터를 인공지능(AI)에 학습시킴으로써 현실생활이 어떻게 달라질지 보여주겠다는 것인데 SLW 성공여부는 데이터 품질 그 자체에 달려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초를 다투며 시민의 안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라 관련 데이터품질이 핵심이다.

문제는 정부 부처와 지자체를 망라하는 공공 부문 시스템의 기존 데이터 품질이 좋지 않다는 데 있다. 지난해 서울 이태원 참사와 북한 무인기 탐지 실패는 안전에 관한 것이고, 사회보장정보시스템 대형 오류 먹통과 응급의료 마비는 복지에 관한 것이다. 이들 중대사고의 원인은 다른 어떤 요인보다 기존 데이터의 품질이 조악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견해다. 쉽게 말해 모두 데이터 설계 부실로 터진 유형의 사건사고다.

부실의 배경은 서울시 정보화 사업들이 일원화된 컨트롤타워가 없이 실·국별로 나눠서 발주되어 개발될 뿐만 아니라 유지보수까지도 산발 관리됐다는 데 있다. 수십년에 걸쳐 쌓여온 구조적 병폐들이 터진 것이다. 지금은 외견상으로는 시대에 맞게 디지털정책관실로 창구가 일원화돼 있기는 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컨트롤타워다운 역할을 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과거 관행이 디지털혁신에 장애물 노릇을 하고 있다. 유지보수와 데이터품질 혁신, 이 둘이 정면충돌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여기에서 해법을 찾는 게 공공 부문이 당면한 숙제다. 국내 다른 지자체의 앞선 사례도 참고해야 할 것이다.

서울 같은 지자체가 당면한 문제를 의외로 쉽게 풀어나가는 자자체가 존재한다. 대구시가 그 예다. 대구시는 디지털정부플랫폼 틀 안에서 클라우드 시대에 맞게 산업 분야 데이터품질 개선에 박차를 가해나가고 있다. 초기 작업에 6개월 정도 걸렸다. 그 결과 대 시민 데이터 서비스 품질이 훨씬 좋아졌다.

발상은 이랬다. 안전을 예로 들면 흩어져 있는 시의 안전 관련 데이터를 하나의 그릇 안에 완전히 물리적으로 통합한 것이다. 현재는 산업 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상태다. 데이터 비만도를 대폭 줄여 데이터 품질을 개선했으며 그 결과 무겁던 시스템이 가벼워졌다. 대구시는 해법에 확신을 얻어 이젠 복지 쪽으로 나가려 하고 있다.

데이터품질 개선 로드맵은 필수

스마트서울의 싱크탱크인 서울디지털재단은 물론 서울시도 공공데이터 서비스의 폭과 깊이에서는 국제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는 누구나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보유한 데이터 품질에 대한 평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같은 공공기관과 학계 간에 많은 괴리가 존재한다. 데이터품질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학술 연구결과가 많다. OECD가 20년 전 정성 평가지수안을 지금도 그대로 채택한 반면 학계는 데이터품질 수치를 토대로 현장의 데이터 품질 문제를 정밀하게 정량분석한 연구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과거에도 한국형 CES를 시도한 일이 있었으나 쓴 잔을 마셨다. 특화에 미진했던 탓이다. 따라서 서울시의 특화 노력은 고무적이다. 하나 공공부문 국제기구 평가 결과에 자족하지 말고 내실을 기해야 한다. 무엇보다 데이터품질 개선 로드맵이 필수다. 시간도 충분하다. 서울시의 건투를 빈다.

문송천 카이스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