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대기오염 원인 밝히는 ‘하늘 위 실험실’에 가다
위성-지상-항공 다각도 평가
오염분포 변화를 실시간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오늘은 대기 질이 상대적으로 좋았던 어제 보다 많은 대기오염물질들을 측정할 수 있을 겁니다. 중국 등에서 날아오는 물질들도 살펴볼 수 있겠죠.”
3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관계자는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 기지에서 대기 질 관측용 항공기(NASA 520)에 오르면서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항공기는 이른바 ‘하늘 위의 실험실’로 불린다. 미세먼지 등 대기 질 분석을 위해 한반도 상공을 수차례 날아다니면서 질소산화물(NOx) 오존(O₃) 등 각종 자료들을 수집한다. 항공기 밖 기체를 수집할 수 있도록 연통처럼 외부에 장치를 달아 내부로 끌어들여 분석한 뒤 다시 내보내는 식이다.
이날 비행은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5시간 넘게 수도권 상공에서 진행됐다. 동일 경로를 수차례 왕복하면서 대기오염물질들을 수집했고 이들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모니터에 표시됐다. 연구원들은 각자 담당하는 물질들이 제대로 측정되는지 등을 확인하면서 열띤 토론을 벌였다.
◆고도별 농도 분석 중요한 ‘오존’ = 국립환경과학원은 미국 항공우주국 등과 지난달부터 ‘아시아 대기 질 공동조사(ASIA-AQ)’를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등지에서 실시되며 국내외 40여개 기관과 과학자 500여명이 참여한다. 지상은 물론 항공기 위성 등 다양한 도구들을 활용해 대기 질을 평가한다. 이날 비행도 이 조사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3일 제임스 크로포드 미국 항공우주국 대기화학 수석과학자는 “주변으로 퍼져나가며 희석되는 속도가 굉장히 빠른 질소산화물과 달리 오존은 대기 고도별로 농도를 측정할 필요가 있다”며 “동일한 날짜와 시간대에 측정을 해도 오존은 고도별로 평균 농도가 큰 폭으로 달라지기 때문에 위성 자료로 확인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주항공 연구의 본산인 미국 버지니아주 랭글리연구소에서 대기환경 항공관측 분야를 총괄해온 최고 권위자다. 2016년 실시한 ‘한·미 협력 대기 질 연구’도 담당했다. 서울은 세계에서 인구가 많은 대도시 중 하나다. 또한 지형이 다양하고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중국이나 해양과 가까운 특성이 있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대기 질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들을 측정하기가 한반도 내에서 다른 지역들보다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게 미국 항공우주국의 설명이다.
제임스 크로포드 수석과학자는 “대기 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인간활동으로 인한 국지적 배출 △월경성 오염물질 △화재 등 다양하다”며 “이들 요인들을 제대로 가려내기 위해서 항공 및 지상 측정 데이터와 위성 자료, 대기 질 모델링 등을 교차로 활용해 질소산화물 데이터들을 분석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대기 질 공동 조사에는 세계 최초로 개발된 우리나라의 정지궤도 환경위성 ‘천리안-2B호’가 사용된다.
◆인공지능으로 모델링 한계 극복? ‘글쎄’ = “대기 질은 지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대기 질 측정 그래프의 이 부분이 산악 지대이고요. 이 윗부분은 먼지들로 가득하네요. 오늘 측정한 자료들은 다른 데이터들과 함께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발표될 예정입니다. 자료들은 모든 이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당연히 모두 공개하죠.”
이날 비행에 참여한 미국 항공우주국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대기질 기후 등 모델링(기후 등의 시간 변화를 물리법칙에 기초해 예측하는 기법)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하려는 최근 연구 움직임에 대한 생각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모델링의 한계는 분명 있지만 매우 유용한 도구인 건 분명하다”며 “인공지능과의 접목을 하는 시도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그 부분까지 연구하기에는 나이가 많아서 후배 연구자들에게 부탁해야 할 거 같다”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모델링은 간단히 설명하면 지구를 네모 바둑판처럼 일정 영역들로 나눈 뒤 그 지역의 대기 해양 토양 빙하 생태계 등 수많은 변수들을 수학 방정식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최근 알베도(태양복사를 반사하는 비율) 정보의 부정확성 등 여러 한계들을 보완하기 위한 관련 연구들이 활발하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2월 20일 기상청 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모델링 정확도를 평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제임스 크로포드 수석과학자는 “한국 기상청의 그러한 계획을 들은 바 있고 함께 얘기를 나눈 적도 있다”며 “꼭 필요한 일이고 미국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과 모델링의 장단점을 분명히 알고 연구에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대기질 등은 결과뿐만 아니라 왜 그러한 내용이 나왔는지 분석을 하는 과정도 굉장히 중요한 데 인공지능의 경우 과정 분석이 현실적으로 한계가 많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