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칼럼

반ESG, 반DEI 시대 경영자의 지혜

2024-03-20 13:00:00 게재

최근 우파 정치인, 보수주의 학자, 언론 및 산업계 인사들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역공이 거세다. 이들 입장에서 마치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사회주의 운동처럼 보이던 ESG 흐름에 대한 반작용이다. ESG의 세요소 중에서도 개념과 현실적 경영수단 등이 애매한 사회(S) 부문이 가장 공격에 취약하다.

기후변화 이슈 등 환경문제에 비해 노동 인권 성평등 등 사회 이슈는 상대적으로 우파 보수정권이나 산업계에서 보기에는 중요성이 과장되었다고 단정하기 쉽다. 대표적 사례가 반DEI 운동이다.

DEI는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용성(inclusion)을 의미하는데 ESG 중 사회 성과 평가의 대표적 요소다. DEI 운동은 1960년대 미국의 차별금지법 제정을 계기로 사회운동의 전면에 등장했고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 이후 급증했다. ‘블랙 라이브스 매터(BLM, Black Lives Matter) 운동’이 번지면서 구글 나이키 웰스파고와 같은 많은 미국 기업들이 최고다양성경영자(chief diversity officer)를 만들고 DEI 정책들을 앞다투어 도입했다.

DEI 정책은 기업에 긍정적인 홍보효과(publicity)를 창출하고 고용증가를 가져왔다. 2021년 S&P100 기업이 추가로 창출한 30만개 일자리 중 94%가 유색인종이었다. 그뿐 아니라 2020년 매킨지는 성다양성이 높은 임원을 가진 기업의 이익이 25%, 그리고 민족적 문화적 다양성이 높은 최고경영층(C-level)을 가진 기업의 이익이 36% 높은 등 경제적 성과에도 기여한다고 보고했다.

DEI가 기업경영 해친다는 건 어불성설

하지만 플로이드 사건에 대한 과잉반응처럼 2023년 미국 대법원의 ‘스튜던츠 포 페어 어더미션스(SFFA, Students for Fair Admission) 판결’이 반DEI의 과잉반응을 불러왔다. 대법원이 대학의 소수인종 특례 입학을 위헌이라고 판결함으로써 인종에 근거한 적극적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에 제동을 걸었다.

이는 기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분위기에 편승한 산업계 리더들이 전면에 등장했다. 억만장자이면서 헤지펀드 CEO인 빌 애크먼(Bill Ackman)은 올해 초 하버드대학의 클로딘 게이 총장이 반유대주의 이슈로 사직했을 때 X(이전의 트위터)에서 “DEI는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 주장하지만 내재적으로 불법 인종주의”라고 비난했다.

X와 테슬라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도 “DEI는 단순히 인종주의의 다른 표현이다. 인종, 성별, 기타 다른 요인에 근거해 차별하므로 비도덕적일 뿐 아니라 불법”이라고 비난에 가세했다.

위의 대법원 판결은 기업들의 DEI정책에 변화를 가져왔다. 미국의 13개주 법무장관이 기업의 DEI 활동에 법적조치를 취하겠다는 협박편지를 보냈으며 2020년 11월부터 1년 동안 DEI 관련 채용이 29% 증가한 반면 그 이후 1년 동안 23% 감소했다. 미국 정치권이 주도하는 반DEI 운동은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 정치 및 산업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미 우파 보수주의가 정권을 쥐고 있는 한국과 일본에서도 ESG 투자와 경영이 현저히 퇴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의 DEI 정책은 사라질 것인가? 사회 각 분야에서 제기한 이 질문에 대부분의 학자, 언론, 산업계 리더들은 ‘노!’라고 대답한다. 올해 초 CNN이 인용한 서던캘리포니아대 인종 및 형평성센터 소장 숀 하퍼(Shaun Harper) 교수의 말처럼 DEI는 이념과 무관하며 기업의 경영전략 이슈로 다루어야 한다.

기업의 인사(HR) 전략으로서 기업 내 고정관념(stereotyping)과 개인적 편견에 근거한 인사정책을 버리고 서로 차이를 인정하도록 훈련하고 정책을 수립하는 DEI 전략이 경영성과를 해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그리고 DEI 정책을 포기하면 조직 내 적대 관계를 조장해 장기적으로 효율과 경제적 성과를 희생하게 된다.

다만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지적하듯이 기업이 추가적으로 법률 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니 DEI 프로그램 실행 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선호, 법률적으로 보호받는 그룹에 대한 우대, 손에 잡히는 명백한 혜택에 관련된 우대 등의 항목을 피하라고 조언한다.

이념논쟁의 한쪽에 편승하면 낭패 볼 것

DEI와 ESG에 대한 오해와 의도적 폄하는 개인과 조직의 부당한 이익을 노리는 정치인과 일부 산업계 리더들의 술책일 수 있다. 그런 만큼 경영자가 좌우 이념논쟁의 한쪽 진영에 순진하게 편승한다면 낭패를 볼 것이다. 그 근저에 있는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를 주목해야 한다. 이념논쟁을 일삼는 정치인과 룸펜 논객들의 논리에 속아서는 안된다. 기업경영은 현실이지 이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DEI는 조직 내 분열을 획책하는 것이 아니라 기울어진 운동장을 공평한 경쟁의 장으로 만들려는 노력이다. 정권과 상관없이 꾸준히 장기적인 지속가능경영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김종대 SDG연구소 소장 인하대학교 ESG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