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 수사외압 규명 관건

2024-04-23 13:00:08 게재

국회 법안 처리 앞두고 대통령실 개입 정황

수사범위, 이종섭 출국까지 확대될지 관심

4.10 총선 이후 야권을 중심으로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특별검사법 국회 처리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채 상병 사건 수사에 대통령실 등의 외압이 있었는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권을 남용했는지 여부를 규명하는 것이 특검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이달 3일 본회의에 자동부의된 상태다.

특검법에서 제시한 수사 대상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이 사건과 관련된 대통령실 국방부 등의 은폐 무마 회유 등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혐의 등이다.

총선에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은 다음달 초 국회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기로 뜻을 모은 상태다. 총선에서 ‘정권 심판’ 민심이 확인된 만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기 어렵고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여당의 이탈표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조만간 채 상병 특검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검이 가동되면 무엇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에 대통령실 등 윗선의 외압이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은 지난해 7월 30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넘기겠다는 해병대 수사단 보고서에 직접 결재했다가 다음 날 돌연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해 이 과정에 대통령실 등의 개입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 전 장관이 당시 대통령실로부터 유선 전화를 받은 정황도 드러난 바 있다.

군검찰단이 경찰에 넘겨진 수사 보고서를 회수하는 과정에도 윗선 개입 의혹이 제기된다.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조사 자료 회수는 사후보고 받는 자리에서 알게 된 사안”이라고 밝혀 논란을 낳았다. 이 전 장관이 자료 회수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면 이를 지시한 인물이 따로 있다고 짐작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이와 관련 MBC는 22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휴대전화 내역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8월 2일 유 법무관리관과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이날은 해병대 수사단이 수사기록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하고 몇 시간 뒤 국방부 검찰단이 다시 회수해간 날이다.

여러 정황이 드러난 수사 외압의 실체를 명확히 규명하는 것이 특검 수사 성패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를 밝히는 것도 특검의 주요 과제다. 법조계에선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라 군인 사망 관련 범죄에 대한 군의 수사권이 사라져 이 전 장관의 직권남용이 성립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경찰의 접근이 쉽지 않은 군 특성상 이첩 조항을 둔 만큼 이 전 장관이 부당하게 이첩을 방해했다면 직권남용에 해당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특검의 수사 범위가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과 출국과정으로 확대될 지도 관심사다. 민주당은 지난달 이 전 장관의 도피성 출국 과정 위법행위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에서 제시한 수사 대상은 이 전 장관의 도피성 출국 과정에서의 불법행위와 이와 관련한 대통령실 외교부 법무부 공수처 등의 은폐 무마 회유 의혹 등이다.

앞서 이 전 장관은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 핵심 피의자로 출국금지된 상태임에도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논란이 일었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을 약 4시간 가량 조사했고, 법무부는 출금을 해제했다.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과 출금 해제, 출국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수사를 피하기 위한 도피성 출국이라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민주당은 기존 특검법과 이 전 장관 출국 의혹 관련 특검법을 병합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주 “정확하게 얘기하면 병합처리보단 수정발의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이종섭 특검 내용 중 필요한 내용이 있다면 수정안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구본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