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주1회 휴진 확산 조짐

2024-04-26 13:00:01 게재

의대교수비대위 26일 총회 열고 논의 … 집단 사직도 ‘폭풍전야’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의대교수들이 앞으로 일주일에 하루 휴진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또 의대교수들이 사직을 예고한 25일 현장에선 큰 혼란이 감지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병원을 떠나는 이들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26일 오후 ‘주 1회 휴진’을 안건으로 9차 온라인 총회를 연다.

전의비는 지난 23일 8차 총회 후 “정부의 사직 수리 정책과 관계없이 4월 25일부터 예정대로 사직을 진행하겠다”며 “교수들의 정신과 육체가 한계에 도달해 다음 주 하루 휴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주 1회 휴진 여부는 병원 상황에 따라 26일 정기 총회 때 상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전의비 관계자는 “26일 총회는 주 1회 정기 휴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라며 “휴진하기로 결정된다면 휴진일은 각 병원의 사정에 따라 정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의비에는 20개 의대와 소속 수련병원이 참여하고 있다.

의대교수들이 사직을 시작하기로 한 가운데 25일 대구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에 한시적 토요일 휴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주요 병원, 이미 휴진 결정 = 앞서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5월 3일부터 주 1회 휴진하기로 했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 위원회는 오는 30일 하루 동안 응급·중증·입원 환자 등을 제외한 진료 분야에서 개별적으로 전면적인 진료 중단을 시행한다.

정기 휴진 여부는 다음 달에 출범하는 3기 비대위에서 논의하기로 했으나, 서울의대가 전의비에 소속돼 있어 26일 총회 결과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의대 수련병원 교수들은 오는 30일 외래진료·수술 중단에 이어 내달에도 ‘주 1회’ 휴진을 이어가기로 했다. 또 고려대 교수들도 30일부터 주 1회 외래 진료와 수술을 휴진하기로 했다.

전의비와 별도로 40개 의대가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지난 22일 총회를 열고 각 병원의 상황에 맞게 일주일에 하루씩 휴진하자고 뜻을 모았다.

이처럼 의대 교수들이 사직과 휴진을 거론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전날 의료개혁을 논의하는 사회적 협의체인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발족했다.

◆‘사직 행렬’ 아직은 잠잠 = 의대교수들이 사직 시작 시점으로 밝힌 25일 주요 대학병원에서 뚜렷한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았다.

의료계에 따르면 ‘빅5’ 등 주요 수련병원에서 교수들의 대거 이탈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사직서를 낸 교수들 대부분은 현장에서 진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직 효력이 발생해 교수들의 연쇄 사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해 사직 효력 발생 시점이 저마다 다르고, 진료·수술 일정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 관계자는 “사직을 희망하는 날짜가 다르기도 하고, 각자의 스케줄에 따라 (병원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 강희경·안요한 교수는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환자 진료와 다른 병원 연계 등을 마무리하기 위해 근무 종료 시점을 8월 31일로 정했다.

◆사직서 효력 놓고 논란 = 의대교수들의 사직서 효력이 언제 발생하느냐에 대한 논란도 변수다.

실제로 각 의대 교수비대위가 개별 교수들이 쓴 사직서를 모아서 갖고 있으면서 대학에는 제출하지 않은 사례가 상당수다. 사직서는 본인이 직접 제출해야 유효하기 때문에 비대위가 걷은 사직서는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측 해석이다.

교수들이 의대 학장에게 개별적으로 제출한 사직서가 대학본부에 전달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사직서를 학장이 갖고 있는 것만으로 제출이 된 것으로 봐야 하는지, 사직의 효력이 발생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정부 안팎에서는 사직서 수리 요건을 갖춰 제대로 제출된 사직서가 10% 미만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국립대 전임 교수는 공무원 신분이어서 임용권자가 사표를 수리해야 사직할 수 있다. 또 ‘사직서 제출 한 달 뒤 사직효력 발생’을 명시한 민법 660조는 ‘고용 기간의 약정이 없는 근로자’에게만 적용되는데, 의대 교수 중에 ‘약정이 있는 근로계약’을 맺은 경우도 있어 변수가 많다.

이 때문에 의대교수들이 사직서의 효력을 놓고 법률 자문을 받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최용수 성균관의대 비대위원장은 “사직서를 제출받은 쪽에서 ‘미개봉’으로 익명 상태라, 유효성이 있는지 자문 중”이라며 “현재로서는 성대의대 사직서 효력은 내달 1일부터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대 의대 교수 비대위는 사직서를 의대에 접수한 것만으로도 사직 의사가 전달됐다고 보고 있다.

최창민 비대위원장은 “대학본부에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은 교수에게 보장된 정년과 사학연금을 모두 포기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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