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금지법,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014-03-28 11:26:52 게재

일산 지역 학부모, 학생, 교사들에게 질문

환영, 기대vs 반신반의, 무의미...다양한 의견 나와

 ‘공교육 정상화 촉진. 선행교육 규제 특별법’. 이른바 ‘선행학습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해 이르면 올 2학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선행학습금지법은 비정상적인 사교육 현실을 바로잡고, 무너지는 공교육을 회복시키기 위해 도입됐다. 선행학습금지법은 학교의 정규 교육 과정 및 방과 후 학교 과정에 선행 교육 및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평가를 금지하고, 학원 또는 개인과외 교습자도 선행교육을 광고하거나 선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이와 관련, 학부모를 비롯한 교육 전문가들은 선행학습금지법의 실효성을 두고 여전히 설왕설래를 이어가고 있다. 선행학습금지법의 도입만으로도 사교육 시장을 환기시킬 수 있을 거란 기대감과 함께 애매모호한 규정으로 인해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기고 혼란만 가중시킬 거란 우려감이 함께 존재하고 있다. 선행학습금지법. 이에 대해 일산 지역 학부모, 교사, 학생들의 생생한 의견들을 담아봤다.

■교사

“선행학습 금지법 확대되어야 한다”
-오마초등학교 박영수 교사-

學而時習之 不亦說乎(학이시습지 불역열호)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사교육 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공자님 말씀이 죽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아이들은 배우고 또 배우는 선행학습으로 병들어가고 있습니다. 공자님 말씀을 돌이켜 보면 복습의 중요성! 후행학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배운 것을 확실히 알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데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선행학습은 사교육기관의 마케팅 전략일 뿐입니다. 선행학습의 결과로 어떤 학력향상을 가져왔는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실제 단원평가를 보면 이름난 수학학원에서 중등과정을 공부하는 상위권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과 점수가 비슷한 경우는 너무나 많습니다. 결국 이번 선행학습 금지법은 공교육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반쪽도 아니고 반에 반쪽짜리 법입니다. 그래도 일단 과도한 사교육에 대한 해결의 화두를 던진 것이기 때문에 찬성할 수밖에 없습니다.

“동의하지만 강제할 수는 없다”
-한빛중학교 주종훈 교사

‘동의하지만 강제할 수는 없다’로 요약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국가가 어찌 인간의 자유행동을 법으로 막는단 말입니까. 인간은 법으로 막을 수 없습니다. 법으로 움직이게 할 정도로 강력하다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선행학습 그 자체에 대해서는 당연히 반대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선행학습을 누가 언제 어떻게 왜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드러나 있지 않은 채 딸랑 ‘선행학습’이라 해서는 논의 자체가 안 된다는 말씀이지요. 현재 한국 사회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대강의 학원에서, 대강의 강사가, 대강의 학생에게, 대강의 방법으로 실시하는 그 수업을 선행학습이라고 한다면 그건 당연이 반대입니다. 망국의 한 요인이라고까지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고교서열화 바뀌지 않으면 소용없을 것
-일산중학교 김정애 과학교사

아이들이 배움이 일어나기 가장 좋은 시작점이 호기심이고 모르는 것에 대한 동경입니다. 선행학습을 하고 오면 모르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 수업을 재미없어 하고 자거나 딴 짓을 합니다. 영어,수학의 경우 특히 심합니다.
선행학습금지법을 찬성하지만 지금의 법으로는 선행학습을 막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고교서열화 문제, 근본적인 입시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는 학부모들의 부담이 줄어들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선행학습금지법이 어디까지를 금지시켰는지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학원에서 선행을 하는 것 자체를 막지는 못할 거예요. 정석을 6학년에게 가르치는 것을 이 법이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학부모 과욕, 사교육 시장 제어 가능하다면 필요”
-호곡중학교 김영지 교사

 현재 너무 많은 선행학습을 해 온 학생들이 학교 수업에 흥미를 갖지 못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교과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도 아니면서 몇몇 단어만으로 아는 척을 하느라 수업 분위기를 망치기도 하고요. 선행은 독서와 체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학부모의 과욕과 무분별한 사교육 시장을 제어할 수 있다면 현재 교육 현실에서 선행학습금지법도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소기의 성과가 거두어지길 바라면서요.

■학부모

“법으로 금지한다고 막을 수 있을까요?”
- 중산동 김나은 씨 

애들이 그래요. 학원은 공부하러 가는 곳이고 학교는 학원숙제 하고 잠자러 가는 곳이라고. 진짜 해결책은 학교만 믿고도 좋은 고등학교에 갈 수 있도록 정책을 잘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교육정책이 수시로 바뀌니까 학부모들은 학교를 믿지 못하고 학원에 가는 겁니다. 학교 수업만 잘 들어도 좋은 학교 갈 수 있다면 누가 학원에 가겠어요.
저는 선행학습금지법에 찬성해요. 하지만 선행학습금지법을 한다고 해도 금지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학원에서 못하게 금지시켜도 엄마들은 어떻게든 시킬 거예요. 딱히 알 수 있는 방법도 없어요. 어떤 식으로 적발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탁상이론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쓸모없는 제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경쟁 위주의 입시환경에서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
- 주엽로 이창은 씨

선행학습금지법을 시행한다고 해서 그게 제대로 지켜질까요? 아이들끼리 경쟁은 치열한데 당장 성적은 올려야하고, 안 하고 있으면 불안하고... 남들 모르게라도 선행학습을 하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선행은 필요한 것 같아요. 공부를 하겠다는 학생을 막는 것도 문제가 있고요. 예전에 아이가 선행을 하는 학원에 다니다가 중간에 학원에 다니기 싫다고 해서 6개월간 쉰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성적에 영향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보내게 된 경험이 있어요. 선행학습이 성적과 연관이 되니 안 시킬 수가 없을 거 같아요.

 
학교수업 위주의 시험출제로 공교육 정상화해야
- 주엽로 심명실 씨

무조건 찬성입니다. 아이들이 학교수업과 교과서 위주로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학교에서 배운 내용만으로도 시험을 잘 볼 수 있어야 하고요. 그런데 많은 수의 아이들이 학교 공부는 소홀히 하고 학원에서 내준 교재 위주로 공부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학교에서는 교과서 밖에서 해당 학년보다 어려운 수준의 시험문제를 출제하기도 하고요.
과도한 선행학습 열풍을 잠재우려면 무엇보다 학교가 학교 수업내용 안에서, 해당학년 수준의 시험문제를 출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학교수업에 충실할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선행학습금지법은 환영할 만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특목고, 자사고 등 고교입시 위주로 흐르는 과열된 교육환경에도 변화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무리한 선행으로 인한 아이들의 부담 덜어줄 것
-탄현동 성임순 씨

 선행학습금지법의 기본 취지와 목표를 생각하면 환영할 만한 정책입니다. 우선적으로 과도한 학습으로 인한 아이들의 부담이 줄어들 것 같아요. 학교 수업과 학원 과제만으로 치이고 있는 현실에서 아이들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지 않을까요.
사교육비도 절감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학원에서는 또 다른 새로운 마케팅으로 부모들과 학생들에게 손을 내밀겠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선행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면 아무래도 다른 방면으로 시선을 돌리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 같습니다. 이전에 엄두를 못 냈던 학교 방과 후 활동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선행학습에 관해 굳이 법으로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 일산 3동 안지현 씨

선행학습을 금지시킨다고 별 효력이 있을까요? 할 사람은 어떻게든 다 할 것이고 그걸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1980년대에 과외를 법으로 금지시킨 적이 있는데 그 땐 법을 어기면 제재가 강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도 할 사람은 다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행학습은 아이의 역량 문제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시키고 싶어도 아이가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일인데 지켜질지 의문스러운 법을 굳이 만들 필요까지 있나요?

눈높이 교육 차원에서 선행학습 이뤄져야
- 대화마을 박희정 씨

고등학교 2학년과 중학교 3학년 두 자녀를 둔 주부입니다. 과도한 선행학습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적절한 선행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수학 과목은 아이들에 따라 이해도의 차이가 크게 나기 때문에 선행이 필요한 아이들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초등에서 중학교로 진학할 때,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할 때, 수학은 한 학기 정도의 선행이 돼 있어야 학교 수업을 잘 따라 갈 수 있습니다. 갑자기 수업의 난이도가 높아지고 학교 진도가 빨라졌는데, 이에 대한 아무런 준비 없이 수업에 참여한다면 자칫 수포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 그런 사례들을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과도한 것이 아니라면 선행학습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이를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행학습 금지법, 오히려 사교육 부추길 수도”
- 후곡마을 김영아씨

선행학습 금지법은 부모의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학원 광고, 선전을 단속하는 법으로 알고 있는데요. 실제 전혀 구속력이 없다는 기사를 봤어요. 선행교육 금지법에 선행교육 광고를 하지 못하게 해놓고도 실제 광고하는 학원 등에 처벌 규정이 빠졌다고 합니다.
선행학습을 원천 봉쇄하려면 공교육만 규제를 할 것이 아니라 학원가 규제가 우선시 돼야 하지 않을까요. 오히려 한쪽에 치우친 선행학습 금지법은 사교육을 부추길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학생

"선행학습 금지하면 학교 간 학력격차 더 커질까 우려돼요"
-고등학교 3학년 김예슬 학생

선행학습에 대한 정의 자체가 모호합니다. 교과서마다 학습내용에 차이가 있어 선행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운데다, 학교에서 심화학습으로 시행되는 교육마저 배제돼야 하는지도 불분명하거든요. 또 영어나 국어 등과 같이 고학년으로 갈수록 학년 간의 구별이 뚜렷하지 않은 과목들도 있습니다.
선행학습금지법의 시행으로 우려되는 점은 특목고나 자사고 등 차별된 교육을 펼치고 있는 이들 학교들과 일반고 간의 학력격차가 더욱 커지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이러한 격차는 자사고나 특목고의 입학 경쟁률을 더욱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해 사교육을 지금보다 더한 수준에 이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선행학습 규제보다는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행학습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 고민이에요"
-중학교 3학년 이한별 학생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고 있는데, 선행학습을 통해 배웠지만 다시 배울 때 가끔은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선행학습은 주로 진도 위주로 나가기 때문에 꼼꼼히 점검을 하기 보다 예습 개념으로 수업을 나가는 것 같아요. 그 때는 이해를 하고 문제도 풀었는데, 한 참 후 학교에서 다시 배울 때면 처음 접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했는데, 별로 남은게 없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선행학습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 고민하고 있어요. 왜 선행학습 금지법이라는 것이 생겼는지 좀 이해가 되기도 하구요. 학원 수업은 선행 학습 위주라 학원을 다니면 어쩔 수 없이 선행을 해야 하는데, 법적으로 못하게 하면 학교 진도 위주로 공부하게 될 것 같아요.

"선행하면 학교 수업 집중 안하긴 해도 이해는 잘 돼요"
-고등학교 1학년 양수경 학생

선행학습을 하면 학교에서 문제가 잘 풀리는데 수업은 대충 듣게 돼요. 내용을 알고 있으니까 조금 자만심이 생긴다고나 할까요. 반에서 선행학습의 도움을 받는 애들은 5명도 안 되는 것 같아요. 보통 애들은 학원에서 배우면 학교서는 수업 듣기 싫어서 딴 짓 하고 자고 그러는데 몇몇 애들은 자지도 않고 열심히 필기하고 공부해요. 그 애들한테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선행학습금지법에는 반대해요. 딴 짓을 하기는 해도 확실히 선행을 하면 어쨌든 알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집중이 잘되니까요. 100% 집중은 안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에요. 학원에서 배운 걸 학교에서 복습한다고 생각해 보면, 선행학습도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에요.

"선행학습은 현행심화학습에 도움이 됩니다"
중학교 3학년 장선우 학생

저는 학원에서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을 선행하고 있습니다. 현행심화 문제집의 문제를 풀다보면 고등과정을 선행했을 때 더 쉽게 풀 수 있어 선행공부가 도움이 됩니다. 특히 인수분해 파트는 많은 도움이 되죠. 또 선행학습은 시험에 대한 부담 없이 편하게 공부할 수 있고 새로운 내용을 배운다는 즐거움도 있어요. 물론 현재의 학교시험이나 교과서 수준은 선행이 필요 없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갑자기 공부의 수준이 높아진다고 하는데, 이를 대비한 선행학습이 필요할 듯 합니다.

 

내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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