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새정치 지방선거 공약 살펴보니…

안전이 최우선? … '개발'만 빼곡

2014-05-12 11:13:28 게재

세월호 공약은 '급조느낌' … 대선·총선 중복공약 빼면 대부분 '도로·철도·건축'

여야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지방선거 공약 맨 앞자리에 '안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개발공약'만 빼곡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공약은 '급조한 느낌'이 나고, 나머지는 2012년 총선·대선 당시 자신들이 내놓은 공약을 베끼거나 기존에 추진하던 정책을 답습한 수준이다. 그나마 후보등록일(15일)이 불과 사흘 앞으로 다가온 현재까지 자체적으로 발간하는 정당공약집조차 내놓지 않고 있어 '깜깜이 선거'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1일 공개한 지방선거 주요 정당 10대 정책공약에 따르면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1순위로 내세운 분야는 '안전'이었다.

새누리당은 1번 공약으로 '국민안전 최우선 - 대한민국 안전 기본부터 제대로 챙기겠습니다'를 제시하며 △국민안전플랜 마련 △안전 관련 잘못된 관행과 비리 철폐 등을 약속했다. 새정치연합은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를 슬로건으로 △안전한 대한민국 위원회(가칭) 구성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부활 등을 공약했다.

그러나 내용은 부실했다. 새누리당 안전 공약은 재난안전관리시스템의 전면 개편과 낙하산 금지 등을 다뤘지만 기존에 나온 내용을 '재탕'하는 데 그쳤다. 새정치연합은 3쪽에 걸쳐 안전과 관련한 각종 정책을 소개하고 대안을 제시하려 했지만 중복과 백화점식 나열에 지나지 않았다.

양당 공약 모두 법적, 제도적 보완은 물론 전문인력을 어떻게 수급하고, 역할과 책임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재정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은 없었다. 세월호 참사가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정치권이 '급조한 공약을 내놨다'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그나마 새누리당의 안전공약은 이것이 전부다. 서울을 제외한 16개 시도에서 각각 5개씩 80개 지방공약을 내놨지만 안전과 관련한 내용은 '제로(0)'였다.

나머지 대부분은 도로와 철도, 건축 등의 개발공약이 차지했다. 고속도로, 고속화도로 공약만 △제2경부고속도로 △제2서해안고속도로 △동해안고속도로 등 10개나 됐다. '정부·여당 심판론'이 확산될 것을 우려해 안전을 전면에 내세우긴 했지만 실제로는 개발공약으로 전통적인 지지층을 결집시키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새정치연합은 17개 시도 85개 지방공약 중에서 5개의 안전관련 공약을 내세워 새누리당보다 상대적으로 나았지만 여전히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의 집중 피해지역인 경기도 안산을 '힐링도시'로 지정하고 대규모 재난대응치유센터를 설치하겠다는 약속과 산업재해와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울산을 만들겠다는 내용 정도가 눈에 띄는 수준이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지방자치는 행정자치, 안전자치, 교육자치라는 3대 임무를 띠고 있다"며 "세월호 참사가 터지고 나서 안전공약을 개발하는 것은 준비가 안됐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당공약집도 아직 내놓지 않으면서 정당투표를 어떻게 하라는 소리냐"라며 "역대 선거 중에서 가장 엉터리"라고 혹평했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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