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읽는 경제 | 장하준의 경제학강의
경제학은 칵테일처럼 … '여러 이론 섞어야 제맛'
자본주의의 활력과 생존능력에 관한 다양한 견해를 보고 싶다면 CMSI칵테일, 왜 가끔은 정부개입이 필요한지 알고 싶으면 NDK칵테일….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신간에서 소개한 경제학파 칵테일이다. 칵테일에 들어가는 재료를 소개하자면 A오스트리아학파, B행동주의 학파, C고전주의 학파, D개발주의 전통, I제도학파, K케인스학파, M마르크스학파, N신고전주의 학파, S슘페터 학파 등 9개 학파다. 장 교수에 따르면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주요 경제학파이자, 경제현상을 이해할 때 칵테일처럼 섞어서 섭취(?)하면 좋을 재료들이다.
경제학파 칵테일이라니 역시 장 교수답다. 장 교수는 항상 경제학이라는 굉장히 중요한 학문에 대중들이 별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데 안타까워했었다. 오죽하면 "경제학의 95%는 상식에 불과한데 단지 전문용어와 수학을 동원해 어렵게 보이도록 한 것뿐"(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이라고까지 말하며 대중의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런 그였기에 경제학파 칵테일이라는 흥미로운 개념을 가지고 나와 어떻게든 대중들에게 쉽게 경제학을 설명하려는 노력을 한 것이다.
경제학파 칵테일이 장 교수답다는 것은 경제학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드러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가 보기에 경제학의 주류인 신고전주의 경제학파들은 경제학이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지적 오만에 빠져 있다. 특히 신고전파가 전제하는 합리적 인간관이나 소비 및 교환에 중점을 둔 접근법은 수많은 방법론 중의 하나일 뿐인데도 마치 과학인 양 위세를 떠는 것을 비판한다.
그는 신간 '장하준의 경제학강의'에서 경제학은 물리학이나 화학 같은 의미의 과학이 아니며 앞으로도 그렇게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 대신 독자들에게 신고전주의 외에도 다양한 경제학적 방법이 있다는 점을 보여줘 세상의 변화에 따라 경제이론도 달라질 수밖에 없고 미래에도 수많은 경제학 이론이 등장하리라는 것을 짐작하게 해준다. 경제학파 칵테일을 소개한 것도 모든 경제이론은 저마다의 효용이 있으며 모든 이론 위에 군림하는 '절대반지'같은 이론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저자의 생각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