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자 금융자산, 해마다 15%씩 늘어나

2014-07-23 12:10:44 게재

7년간 2.5배 늘어 … 상위층 집중도도 증가세

한국 부자들의 금융자산은 해마다 큰 폭의 증가세를 지속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부자들의 금융자산집중도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KB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한국 부자들의 금융자산은 해마다 15%(연평균 증가율) 늘어나 7년새 2.5배로 급증했다. 부자들에 대한 금융자산 집중도도 해마다 높아져 14.0%에 도달했다.

부의 불평등이 1차 세계대전 이전 수준으로 심해졌다고 주장한 토마 피케티 열풍 이후 한국 사회에서도 분배 불균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높은 금융자산 집중도 역시 불균형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한국 부자들, 369조원 금융자산 보유 = KB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2014 한국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부자 숫자는 지난해보다 약 4000명 늘어난 16만7000명이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총 금융자산은 369조원이다. 통계청과 한국은행, KB국민은행 고액거래자 분포 등을 활용해 모델을 만들어 추정한 수치다.

부자들이 보유한 금융자산 총액은 2006년말(145조원) 이후 2013년말(369조원)까지 연평균 15%씩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을 제외하면 평균 증가율은 더 높아져 17.6%에 이른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는 금융자산이 29.7% 급증 눈길을 끌었다.

개인의 소득증가율과 비교해 보면 부자들의 금융자산 증가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부터 2012년까지 개인의 총처분가능소득 연평균 증가율은 5.5%였다.


부자들에 대한 금융자산 집중도도 높다. 우리나라 전체 개인(가계 및 비영리법인) 금융자산(지난해말 2636조원) 중 14.0%(369조원)을 부자들이 쥐고 있다. 이 비중은 2006년 이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6년말에는 이 비율이 9.5%로 10% 이하였지만 2012년에는 15%에 육박하는 14.8%까지 갔다가 지난해 14.0%로 다소 감소했다.

김희규 KB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전체 인구의 0.33%에 해당되는 부자가 14%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지난해 부자 수 증가율(전년대비)은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06년 이후 한자릿수 증가율이 나온 것은 2008년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처음이다.

이에 대해 김예구 연구위원은 "낮은 예금금리, 부동산 시장 침체, 박스권에 갇힌 주식시장, 내수경기 부진 등이 지속되면서 예전에는 일반인들에 비해 자산관리에 덜 어려움을 겪던 자산가층도 자산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보유자산의 투자성과가 과거에 비해 낮아진 영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학계에서도 피케티 연구 줄이어 = KB금융경영연구소 외에도 토마 피케티 열풍 이후 우리나라 분배의 불균형을 접근해보고자 하는 시도는 다방면에서 이뤄지고 있다. 학계에서는 동국대 김낙년 교수가 선두에서 달리고 있다. 김 교수가 피케티와 똑같은 방식으로 우리나라 고소득층에 소득이 집중된 정도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득분배의 불균형은 가장 불균형한 국가 중의 하나인 미국 수준에 육박한다.

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상위 10% 소득 비중은 45.51%다. 전세계에서 소득 불평등이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48.16%)과 거의 비슷한 수치다. 프랑스(32.69%)와 일본(40.50%)과 비교해도 불평등의 수준이 높다. 1979~95년 30%에 머무르던 상위 10%의 소득 비중은 2000년 35%를 넘었고, 2006년 42%로 치솟았다. 김 교수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상위 10%의 소득 비중이 증가한 나라는 우리나라와 미국 정도밖에 없다. 소득불균형 정도가 높은 일본과 영국의 경우 금융위기를 지나며 이 비중이 떨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위기가 부자를 돕고 있는 형국'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상위 1% 소득 비중은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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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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