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효과 높이려면
최근 실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의 삶의 질 점수는 평균 0.68점으로 나타났다. 건강한 사람의 삶의 질 점수를 1로 봤을 때 현저하게 삶의 질이 떨어질뿐더러 암 환자의 삶의 질 점수 0.75점보다도 낮다. 관절이 변형돼 혼자 밥을 먹기 어려울 정도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 100명 가운데 1명꼴로 류마티스 관절염에 걸려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무릎관절 등에 발생하는 퇴행성관절염과는 달리 주로 손가락이나 발가락 같은 작은 관절에 생긴다. 처음에는 가볍게 부어오르기 시작해 갈수록 뻣뻣해지다 나중에는 움직이기조차 어려워진다. 문제는 아직까지도 원인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아 완치가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지만 모든 환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표준 치료법은 나오지 않고 있다. 치료에 따른 효능과 부작용이 제각각이어서 류마티스 관절염을 관리하는데 있어 염증과 면역조절에 탁월한 한방 치료법을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류마티스라는 명칭은 '흐르다'라는 의미를 가진 고대 그리스어인 '류마'(rheuma)라는 말에서 기원했다. '몸속에 독소가 흐른다' 혹은 '통증이 여기저기로 이동한다'는 의미이다. 한의학에서는 순환 장애 등으로 발생한 맑지 않은 피라는 뜻의 '어혈'이 같은 맥락으로 쓰이는데, 이를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춰 류마티스 관절염을 치료한다.
대표적인 치료법이 봉독약침 요법과 옻나무 추출 한약물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먼저 봉독약침요법은 벌에서 채취한 독을 분말로 정제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정 배율로 희석해 사용한다. 지난 2001년 통증 분야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인 'PAIN'지는 봉독약침을 혈 자리에 주입하면 관절염의 염증을 억제하고 통증도 줄인다는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봉독약침이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항류마티스 약물과 병행해 사용하면 통증 회복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것도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진행된 무작위 대조군 임상연구에서 드러났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마른 옻을 의미하는 건칠의 약성은 따뜻하고 간과 비위에 작용해 어혈을 없애고 혈액순환을 촉진시킨다고 적고 있다. 단, 건칠은 독성이 있어 임상적으로 사용하기에 제한점이 있었다. 이에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한약물연구소는 알러지 유발물질인 우루시올(Urushiol)을 제거한 옻나무추출물과 관절염에 효능이 있는 한약재인 계지, 방풍을 조합해 '건칠관절단'이라는 한약제제를 개발했다. 실험 연구 결과 임상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항류마티스 약물인 메토트렉세이트와 유사한 효과가 나타났다. 면역 조절과 관절 변형 억제 효과는 더 두드러졌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증상이 호전됐다가도 악화되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기 때문에 꾸준한 증상 관찰과 관리가 필수적이다. 봉독약침이나 옻나무추출 한약재같은 한방치료를 병행하면 양방 치료가 가진 한계를 보완해 환자들의 삶의 질을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승훈 경희대한방병원침구과 전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