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같이 노올자~”
[와글와글 놀이터] 핸드폰 컴퓨터게임 외에는 놀 줄 모르는 아이들, 땀 뻘뻘 흘리며 신나게 노는 놀이터
김민지(35·아산시 탕정면)씨는 7살 난 유치원생 딸 지은이가 어느 날 ‘실뜨기’를 하자고 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집안 구석구석을 뒤져 털실 뭉치를 찾아내서 지은이와 실뜨기를 하고 놀았다.
김씨는 노란색 고무줄을 찾아 손가락에 걸고 별모양도 만들고 로봇도 만드는 방법을 지은이에게 알려주었다. “지은이랑 실뜨기를 하다 보니 공기나 고무줄놀이 등 제가 어렸을 때 하고 놀았던 놀이들이 기억났어요. 요즘 지은이 또래 아이들은 핸드폰으로 인형 옷 갈아입히기 같은 놀이를 하며 놀던데…. 아이들과 어울리는 놀이를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서글프네요.”
동네 놀이터는 한산하다. 학교를 마친 아이들은 학원으로 과외수업으로 코빼기도 찾아볼 수 없는 데다가 놀이터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아이들도 각자 핸드폰을 가지고 노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이들이 이렇게 ‘안’ 놀아도 되는 걸까? 아니 이렇게 ‘못’ 놀아도 정말 괜찮은 걸까?
잘 노는 아이가 잘 큰다 =
청수부영작은도서관, 꿈나래작은도서관, 업성꿈샘작은도서관, 봉서초등학교 등 네 곳에서는 아이들의 신나는 놀이터 와글와글 놀이터가 펼쳐지고 있다. 아이들은 비석치기 고누놀이 긴줄넘기 고리넣기 등의 놀이를 금세 배우고 땀을 뻘뻘 흘리며 신나게 논다. 제법 신중한 몸놀림과 눈빛으로 새로운 놀이에 열중하지만 이내 꺄르르 웃음소리가 넘쳐난다.
지난 5월 공간 사이에서는 ‘다같이 놀자’ 어린이놀이터 놀이지원자 양성교육과정이 실시되었다. 총 29명이 참석한 이 교육은 아이들에 대한 이해를 돕는 이론 교육과 직접 놀이를 해보는 실습 교육을 통해 놀이지원자를 양성하였고 네 곳의 동네에서 와글와글 놀이터가 운영되기 시작했다. 아이들뿐 아니라 같이 노는 어른도 즐거운 놀이터다.
업성꿈샘작은도서관 송희숙 운영위원장은 “업성동은 외진 동네다. 학교도 작고 아이들 수도 많지 않아서 문화적으로 소외된 공간이다”라며 “아이들이 건강하고 재미있게 놀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놀이터를 열었다”고 말했다.
업성꿈샘작은도서관은 업성감리교회를 시무하는 박용삼 목사 내외가 동네 아이들을 위해 교회 1층에 마련한 도서관이다. 도서관에 모여 책을 보던 아이들이 매주 토요일에는 와글와글 놀이터에 모여 즐거운 놀이를 한다. 적게는 10명 많게는 20명의 아이들이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송희숙 운영위원장은 “아이들이 참 즐거워하는 모습에 마음이 기쁘다”며 “놀이터에 놀러 온 친구들이 도서관을 이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모인 아이들에게 그냥 놀라고 하면 놀 줄도 몰랐다. 놀이방법을 가르치고 규칙을 알려주면 아이들은 어느새 하나가 되어 즐겁게 논다. 놀면서 협동도 배우고 규칙도 배우고 양보와 배려하는 방법도 깨우치게 된다. 놀면서 배우고, 배우는 게 또 잘 노는 것이다.
땅따먹기 딱지치기 콩주머니 다방구 해바라기 말뚝박기 등 신나고 재미난 놀이=
놀이터 소식을 전해들은 양미희(38·아산시 권곡동)씨는 “우리 동네에도 이런 놀이터가 하나 생기면 좋겠다”며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도 같이 놀 친구들이 없다”고 푸념했다. 양씨는 또 “서울에서 큰 아이를 키울 때는 주말에 ‘놀이과외’를 시켰다. 너무 학원만 다니니까 놀이과외에서 줄넘기 치기장난 땅따먹기 등을 하며 몸을 쓰는 것을 가르쳤다”며 “지금 생각하면 놀이까지 과외로 가르친 우스꽝스런 기억이지만, 그때는 나름 절박했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에게 마을과 놀이를 돌려주기 위한 와글와글 놀이터는 천안시 성평등기금 지원사업으로 천안KYC에서 주최하고 작은도서관연합회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천안KYC 공정해 국장은 “생각보다 아이들이 놀 만한 곳이 없다”며 “학업에 지친 아이들의 마음이 회복되고 몸을 건강하게 할 즐거운 놀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와글와글 놀이터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놀이터, 부모들이 연대하여 만드는 마을공동 아이돌봄시스템, 소외되는 아이 없는 협력적 놀이문화 형성을 지향하며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마을만들기 사업의 일환이다.
이제 3개월쯤 와글와글 놀이터가 운영되고 있다. 시기에 따라 참여하는 아이들의 수는 늘기도 줄기도 하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용곡세광꿈나래도서관 와글와글놀이터를 운영하는 장광옥 관장은 “처음에 놀이를 하려면 심판을 봐 달라던 아이들이 요즘은 판만 벌여주면 자기들끼리 잘 논다”며 “심판을 보기도 하고 갈등을 중재하기도 하며 한층 놀이가 성숙되었다”고 말했다.
천안KYC에서는 11월 8일(토) 천안시청 오륜문광장에서 ‘놀이축제 한마당’을 펼칠 계획이다. 더 많은 아이들과 어른들의 놀이마당을 위해 네 곳의 와글와글 놀이터가 모여 ‘잘 놀 궁리’가 한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