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바보로 기르는 엄마의 노하우

2014-10-16 10:02:02 게재

가르치는 일이 벽에 부딪칠 때가 있다. 단순히 성적이 저조해서가 아니라, 더 이상 노력을 해봤자 지도편달이 먹힐 수 없을 만한 학년이고, 그렇게 된 데는 엄마의 혁혁한 공이 있을 때다. 학생은 엄마에 대한 반란으로 생긴 부작용에 익숙하고, 엄마는 그 원인을 결코 당신에게서 찾지 않는다, 찾아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인디엠영.수학원 이서형 원장>

모든 아이는 자신의 역량 안에서 최대한의 역량을 뽑아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그 방법이 자로 잰 듯이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풀고, 이렇게 익히면 성적이 올라’하는 1차원적인 방법이 아니다. 문제를 많이 풀어야 성적이 나오는 학생, 개념을 충분히 알면 문제를 많이 푸는 것보다 적게 푸는 게 더 효과적인 학생, 영어 단어를 빨리 외우고 빨리 잊어 버리는 학생, 늦게 외우고 오래 기억하는 학생, 선생님의 관심 속에서만 공부를 하는 학생. 가끔 상담을 하다보면 교재를 보여 달라고 하는 엄마들이 있다.

학원은 공장이 아니다. 같은 교재를 쓰더라도, 그 교재보다 낮은 수준으로, 혹은 더 어려운 수준으로 가르칠 수도 있는, 선생님의 역할이라는 것이 있다. 그 아이의 수준과 상태를 먼저 판단하게 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그러나 똑똑한 엄마들은 아이를 너무 잘 파악하고 있어서 다른 역할은 필요하지 않다. 아이들의 삶에 주도적으로 깊숙히 개입하고 있다. 물론 상위 4%의 어떤 말에도 잘 수긍하고 두뇌까지 명석한 아이들에게는 일정한 교재의 수준에 맞춰 공장처럼 찍어내는 방법도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우리 아이들은 모두 그 안에 들지는 않는다. 요즘 인터넷에 떠도는 신조어로 찰러리맨(Child+Salaryman)이 있다. 엄마의 완벽한 커리큘럼으로 명문대에 진학하고, 국내 유수의 대기업에 입사해서 ‘우리 아들 중동으로 파견 못 보내요. 만약 그러면 퇴사하겠습니다.’ 으름장을 놓는 전화를 한단다. 이런 자식들을 부르는 말이다. 과연 이런 사회에 미래가 있을까?

엄마는 사회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가장 핵심에 놓인 사령관이다. ‘나만 믿고 따라와!’ 과연 내 아이를 훌륭하게 키워내는 방법일까? 아이의 미래를 완벽하게 계획해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완벽하도록 계획해 나갈 수 있게 조언을 해주는 역할이 아닐까? 엄마인 나도, 그러나 과연 내 아이가 스스로 계획해 나가지 못하는 아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책임지고 살아가도록 길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성적을 향한 모든 기성세대들의 생각 없는 행동이 아이를 공부 잘하는 바보로 만드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디엠영.수학원 이서형 원장
내일신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