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_ 우리 마을을 가꾸는 사람들_ ‘다 같이 놀자 동네한바퀴’

2014-10-30 10:32:24 게재

“얘들아 노~올~자, 마음껏 놀아보자!”

요즘 아이들에게 스마트폰과 컴퓨터 게임 외 놀이문화라는 것이 있을까. ‘공부해’ 말고는 부모와 대화도 단절되고 놀이터에 나가도 같이 놀만한 친구들도 없다. 핸드폰 컴퓨터게임 외에는 놀 줄 모르는 아이들, 이들에게 게임 외 다른 놀잇거리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자 엄마들이 뭉쳤다. 그것도 호환마마보다도 더 무섭다는 중2 아이들을 게임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롭게 만든 그들만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핸드폰 컴퓨터게임 외에는 놀 줄 모르는 아이들
모임의 주인공은 신목중학교 2학년 엄마들이다. 책을 잘 읽지 않는 아이들에게 책읽기라도 시켜보고자 작년 여름 중학교 1학년 같은 반 친구들 7명을 모아 토요일 저녁에 ‘독서토론’ 시간을 마련해줬다. 이름 하여 ‘토요일 밤의 booking'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책 읽고 토론도 하면서 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모임이 끝나고 아이들은 우르르 PC방으로 몰려가거나 그마저도 안 되면 스마트폰으로 각자 게임에 열중했다. 딱히 놀 거리가 없는 것도 문제였다.
이 시간이 무의미하다고 느낀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컴퓨터 게임 외 다른 놀이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자 독서토론 후 1시간씩 같이 놀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놀이시간을 만들어주자고 제안을 한 오양희 회원, “어느 날 라디오에서 ‘엄마들이 게임하지 말라고 다그치지만 아이들은 딱히 게임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생각해보니 엄마가 아이에게 ‘공부해라’ ‘게임하지 말아라’ 외에는 하는 말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놀이를 만들어주자는 의견을 제시했죠.”
모임에 참여한 엄마들도 아이들이 각자 스케줄 때문에 같이 모여 놀 수 있는 시간도 없고 모여서 놀만한 놀잇거리도 없다는 걸 인정했다. ‘아이들을 어떻게 놀릴까’를 고민하던 엄마들은 독서토론이 끝난 후 ‘우리가 아이들에게 놀이를 가르쳐주자’는 마음이 모아졌고 양천구이웃만들기 사업에 ‘다 같이 놀자 동네한바퀴’로 공모를 했다.

아이들이 노는 것에 특별한 건 없다
양천구이웃만들기 사업에 공모하면서 제안서에 아이들과 4가지 놀이를 하겠다고 제시했다.
첫 번째 놀이는 ‘모기동마을축제’ 때 TV연애 프로그램인 런닝맨을 흉내 낸 게임으로 팀을 나누어 쌩쌩이 50개 빨리하기, 50m 이어달리기, 눈 감고 한 발로 버티기 등 몸으로 놀 수 있는 게임 시범을 보였다.
두 번째 놀이는 아이들이 적성과 진로를 파악할 수 있는 ‘직업카드 만들기’로 서울시교육청에서 학부모진로코칭을 교육 받은 엄마의 도움으로 아이들의 진로와 적성을 파악해 미래의 직업을 미리 탐색해보고자 제안하게 됐다. 세 번째 놀이는 ‘침묵의 007빵’게임으로 말을 하지 못하는 불편함을 게임을 통해 경험하게 하는 놀이다. 마지막 네 번째 놀이는 다 같이 모여 요리를 하면서 평가해보는 시간으로 마감한다.
이 외에도 매주 아이들은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간다. ‘런닝맨’이나 ‘1박2일’ ‘무한도전’에 나오는 게임을 아이들의 눈높이 맞게 새로운 룰을 만들어 논다. 놀이는 엄마들이 제시해주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주체가 된다.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되 틀에 박힌 게임보다 창의적인 것을 시도할 수 있도록 엄마들은 가끔 의견을 제시할 뿐이다. 

중2, 이런 놀이도 해?!
아이들이 노는 걸 보면 참 단순한 것도 많다. 선을 그어 놓고 동전을 손으로 튕겨 선에 제일 가까이 가는 친구가 이기는 게임을 한다. 중2 아이들이 이런 놀이를 할까 싶지만 어느새 노는 재미에 속 빠져버린다. 처음엔 머뭇머뭇하던 아이들도 게임이 계속 진행될수록 참여도는 올라간다. 
시간 안에 많은 것을 맞추는 팀이 이기는 ‘스피드 게임’, 한글 첫소리 자음 두 개를 제시하면 글자를 맞추는 ‘초성게임’, ‘고리던지기’ 등 별 것 아니지만 아이들이 이런 게임을 해 볼 기회마저 없었다. 황영란 회원은 “놀이도 시시해 보이고 중2가 이런 걸 재미있어할까 생각했지만 놀이에 집중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행복해하는 표정을 봤어요. 공부 밖에 얘기 거리가 없던 아이와 놀이를 통해 또 다른 이야기 거리를 만들게 되었네요”라고 전한다.
노숙희 회원은 “게임 좋아하고 책읽기 싫어하는 전형적인 중2 아이가 토요일이 되면 스스로 컴퓨터를 끄고 자발적으로 책을 읽고 친구를 만나러 나서요. 게임을 통해서 배려하는 마음도 배우고 협동심도 배우고 얻은 것이 더 많습니다.”
엄마들은 아이들이 하루아침에 변화가 될 것이라 기대는 하지 않는다. 다만,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것이 엄마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1년 넘게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 진행된 독서토론 내용은 책으로 편찬할 계획입니다. 또한 아이들이 만든 놀이도 사진으로 보관하고 초등학교 동생들에게 컴퓨터 게임이 아닌 다른 놀이를 해 줄 수 있는 아이들로 커가길 바랄 뿐입니다.”


미니인터뷰
오양희 회원
“중2 아이들의 특징이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다는 거예요. 그런데 놀이도 나름 재미있다고 말하는 아이의 모습을 볼 때, 토요일 모임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 독서모임이 끝나고 게임이 또 있는지 물어볼 때 아이도 즐거워 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혜란 회원
“게임을 시작할 땐 아이들의 참여가 저조해요. 게임이 한창 진행되면 즐겁게 참여하고 스스로가 적극적인 자세로 바꾸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놀이에 열중하는 아이들의 사진을 찍다보면 엄마와 같이 있을 때는 절대 볼 수 없는 그런 표정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경수 회원
“6학년 때 목동으로 이사를 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중학교 1학년 때 이 모임에 참여하면서 아이는 아이대로 친구를 만들고 엄마는 엄마들끼리 친구가 됐습니다. 여기 참여하는 친구들은 예의도 바르고 표정도 밝고 보기 드문 중2 학생들입니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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