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읽는 정치│답을 찾고 싶을 때 꺼내보는 1000개의 지혜

"정의 없는 평화는 모래성"

2014-11-07 10:47:11 게재
김영사 / 데이비드 프래트 엮음 / 하창수 옮김 / 1만7500원

정치는 술안주로 안성맞춤이다. 꺼내 놓으면 대화가 끝이 없다. 수많은 상상력과 연관성으로 엮여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곳으로 날아가고 묘한 긴장감과 쾌감이 쉼없이 이어진다. 정치, 정치인, 정치집단에 대한 칭찬이나 존경은 없다. 비하하고 깔아뭉개며 담기 어려운 욕설까지 질펀하게 쏟아진다.

'답을 찾고 싶을 때 꺼내보는 1000개의 지혜'의 '정치와 경제'편에서도 정치에 대한 비난과 비판이 줄을 이었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촌철살인같은 말들이 속속 귀로 들어온다.

귄터 그라스는 "작가와 권력사이에는 연관성을 거의 찾을 수 없지만 바보들과 권력사이에는 모종의 연관성이 있다"고 운을 뗐다. 얼베르트 센트죄르지는 "지도자들은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동안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한다"면서 "사람들은 최고의 정치꾼을 뽑고 그가 형편없는 지도자라는 사실을 알고는 기절할 듯 놀란다"고 맞장구를 쳤다. 오스카르 아리아스 산체스는 "지도자는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것을 말해주는 사람이다"면서 "정치꾼은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것을 말해주는 사람"이라고 대비시켰다.

정부가 국민들을 아둔하게 만들고 오직 '따라와야 하는 사람들'로 치부하는 것도 풍자했다.

밀턴 프리드먼은 "정부는 결코 배우지 않는다. 오직 국민들만이 배울 뿐"이라며 국민들의 수준에 뒤처지는 정부의 행태를 비판하면서 "정부의 한시적 정책만큼 영구적인 것은 없다"며 정부정책의 한계를 짚어냈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국가의 계획이 많아질수록 국민이 계획을 짜기는 더 어려워진다"며 호응했다.

정의를 정의하는 대목은 마이클 샌덜의 정의만큼 울림이 크다. 마틴 루터 킹은 "어느 한 곳이 정의롭지 못하면 모든 곳의 정의를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시린 에바디는 "사회정의가 결여된 자유는 무용하며 개인의 자유가 없는 사회정의 또한 무용하다"고 말했고 안와르 엘 사다트는 "정의 위에 세워지지 않은, 인간 권리의 보장 위에 세워지지 않은 평화란 한 번의 파도에 휩쓸리는 모래성일 뿐"이라고 거들었다. 나기브 마푸즈는 "힘만으로는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면서 "안전을 보장하는 유일한 것은 정의"라고 강조했다. 윈스턴 처칠은 "세계의 모든 역사는 다음과 같은 사실로 요약된다"면서 "국가가 힘이 셀 때는 공정하지 못하고 공정해지기를 바랄 때는 더 이상 힘이 세지 않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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