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북방 루트 리포트
환동해 네트워크와 대륙철도
2013년 10월 18일 박근혜 대통령은 서울에서 열린 유라시아 국제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공식적으로 주창했다. 유라시아 역내 국가들 간의 협력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고, 북한의 개방을 유도함으로써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통일이 대박'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선언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통한 대륙으로의 진출과 무관하지 않다. 지금 '북방'은 어떤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며, 거기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김대중 정부 이래 박근혜 정부까지 역대 정권들은 왜 북방으로 길을 연결하여 대륙으로 나아가고자 한 것일까. 이 책은 북방으로 가는 길이 어째서 우리에게는 희망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북방 루트'는 동북아시아와 유라시아 대륙의 도시를 새롭게 연결하는 철도와 도로, 에너지 수송관의 흐름에서부터 경제협력과 교류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길'이면서 경제협력과 교류의 공간이자, 그 너머 새롭게 변화하는 국제 질서의 지정학을 의미한다. 이 책은 강태호 기자를 위시한 한겨레 취재진들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전문가들, 그리고 강재홍 한국교통연구원 전 원장이 중국, 러시아, 몽골 등의 변경 도시들과 일본의 서쪽이자 동해에 면한 항구들을 탐사하고 나서, 그곳의 경제협력과 국제 질서 변화의 움직임을 기록했다. 덩샤오핑의 개혁ㆍ개방 이후 동부 연안 지대에서 점화된 중국의 경제개발은 장쩌민 지도부에서 시행된 서부대개발을 통해 전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시진핑 정부는 여기서 한걸음 나아가 '신실크로드 경제벨트' 구상을 내놓았다. 육상으로는 중국 내륙과 중앙아시아 및 유럽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연결하고, 해상으로는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를 거쳐 중동으로 이어지는 해상 실크로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세계 경제의 순환구조를 중국 주도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선언으로, 중국의 굴기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는 유라시아 대통로를 '대륙의 길'이라 칭하고 '신대륙주의'의 징후로 진단한다. 그리고 이 개발 구상의 일환으로 대륙철도의 건설이 강조되어 있다. 저자는 북방 협력에 동참하여 정치ㆍ경제적인 실익을 취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해 냉전 시대의 대립적 입장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