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재정압박 주장'의 진실 ①
'뻥튀기예산'으로 돈 남기면서도 '앓는 소리'
학사운영 위기 주장하며 적립금은 더 늘려 … 학생들 "일방적 희생 강요 거부"
14일 이화여대는 학교를 전격 방문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앞에서 올해 등록금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대학평의원회에서 법정최고치인 2.4%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이것을 없던 일로 돌린 것이다. 이화여대가 백기를 들면서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던 다른 사립대들도 줄줄이 등록금을 동결할 전망이다.
그렇다고 등록금 인상을 둘러싼 불씨가 사라진 게 아니다. 학교측은 틈만 나면 등록금을 인상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는 교육당국의 압박으로 지난 수년간 등록금을 올리지 못해 재정 압박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등록금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집단행동으로도 나타났다. 지난 9일 4년제 대학 총장들의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정부에 대학 등록금을 법정한도인 2.4% 이내로 인상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요구했다. 총장들은 이날 대교협 총회에 참석한 황 사회부총리에게 "지난 5년간 등록금이 동결되거나 인하돼 특히 사립대학들이 엄청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총장들의 이런 주장에 대해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육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사립대학들의 등록금 수준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이미 천문학적인 적립금을 쌓아놓은 대학들이 또 다시 학생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또한 전문가들은 대학의 재정운영 방식이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아직은 불투명한 곳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정진후 의원(정의당)이 '전국 사립대학의 2013년 예·결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립대학 306개교(전문대 포함)의 이월금은 약 1조1632억원에 달했다. 이월금은 대학이 필요하다며 예산을 편성했지만 이를 다 쓰지 못해 다음 해로 넘기는 돈을 말한다. 부득이한 사정이 생겨 집행을 못하게 됐을 때 '사고이월' 또는 '명시이월'이란 항목으로 분류해 다음 해로 넘길 수 있다.
그러나 사고 또는 명시 이월금은 전체의 34%에 불과하고 사유가 불분명한 기타이월금이 1조805억원(66%)이나 됐다. 예산을 과다책정하고 이월금을 넘기는 식으로 재정을 운영하고 있었던 셈이다. 문제는 '뻥튀기 예산'이 등록금 인상의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국립대학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상당수 국립대가 기성회비를 과다하게 책정한 후 이를 다음해로 넘기는 등 주먹구구식 운영을 했다.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2년 사이에 전국 39개 국공립대가 예산안에서 편성했으나 다 쓰지 못하고 남긴 '기성회계 순세계잉여금' 이 해마다 1600억원을 넘어선다.
해마다 증가하는 사립대학 적립금도 재정 압박의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2008년 이후 5년간 사립대학(4년제) 적립금이 2조원 이상 증가했다. 그 결과 2013년 현재 적립금(교비회계+법인회계) 총액이 9조원을 넘어섰다.
이수연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이 지난 몇 년간 동결해서 어렵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 뻥튀기 예산 등이 여전해 대학의 주장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어렵더라도 대학이 재정운영 방식을 개혁하고 투명화하는 등 변화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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