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재벌대기업은 덜 걷고, 중소기업은 더 걷고
법인세 결손은 과세표준액 줄인 탓 … 중소기업은 늘어
사전신고지도 폐지 영향
김기준 의원(새정치민주연합·비례대표)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매출액 상위 1000대 법인의 법인세 신고현황'에 따르면, 상위 1000대 대기업은 2011년 2262조원 매출액에 과세표준액(법인세차감 전 순이익)은 143.7조원, 2012년 2488조원에 151.6조원, 2013년에는 2512조원에 138.3조원을 신고했다.
공제감면세액을 제외한 실제 납부세액은 2011년 25.2조원, 2012년 26.9조원, 2013년 23.7조원이었다.
반면 중소기업은 상위 1000대 대기업과 달리 매출액이 증가하면서 과세표준액도 늘었다. 2011년 1109조원에 51.3조원이었던 것이 2012년 1210조원에 53.9조원, 2013년엔 1214조원에 54.1조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납부한 법인세는 2011년 6.7조원에서 2012년 7.1조원으로 늘다 2013년에는 6.7조원으로 2년 전 수준을 유지했다.
문제는 매출액 상위 1000대 대기업의 과세표준액이 줄면서 법인세 결손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법인세가 2013년에 목표(46조원) 대비 2.1조원, 지난해도 1.5조원 가량 덜 걷혔다. 올해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매출액 상위 1000대 대기업의 과세표준액이 준 데는 국세청이 지난 2011년 600개 대법인에 대한 사전신고지도를 폐지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현동 전 국세청장은 지난 2010년 청장에 취임하면서 공정한 세정을 위해 사전 세무 간섭을 폐지하고 신고 후 사후 검증에 주력하는 완전한 자율신고 납세체제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이 전 청장의 방침에 따라 2011년에 수십년 동안 시행됐던 사전신고지도가 없어졌다. 그동안 국세청은 불성실 신고법인의 세액을 사후에 세무조사를 통해 고치는 데는 많은 시간과 인력이 투입되기 때문에 사전에 법인들에게 자료를 제시하거나 사전분석을 통해 성실 신고를 유도해왔다.
국세청 전직 고위공무원은 "경찰의 교통지도가 교통사고 예방에 기여하는 것처럼 600대 대기업에 대한 사전신고지도는 성실신고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20개 항목별로 사전에 분석해 안내해줬다"며 "지금이라도 사전신고지도를 부활시켜 대기업을 관리하면 법인세 결손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개 항목에는 매출액과 영업이익률 등이 포함돼있다. 또 이 전직 공무원은 "2년 연속 11조원 세수결손이 발생했는데, 경기가 나쁜 측면도 있지만 국세청이 제 역할을 못해서 그런 것"이라며 "징수시스템을 함부로 바꿔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상위 10대 대기업이 조세감면액 독차지 = 한편, 김 의원이 국세청으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공제감면세액 상위 1000대 법인의 법인세 신고현황을 분석한 결과, 상위 10대 대기업이 조세감면액을 독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신고분 기준 전체 법인세 조세감면액은 9조3197억원이었는데, 이중 공제감면 상위 10대 대기업이 4조2553억원으로 46%를 차지했다.
상위 1000대 대기업은 7조3959억원으로 무려 79%나 됐다. 반면 42만개 중소기업의 조세감면액은 23%(2조1497억원)에 불과했다.
조세감면액 규모는 MB 부자감세가 시행되기 전인 2008년 신고분에 비해 39%(2조6209억원) 증가했는데, 상위 10대 대기업이 증가분의 71%(1조8339억원)를 가져갔다. 중소기업은 조세감면액이 오히려 810억원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