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지자체 영리시설 민간위탁 잇단 말썽
대전 동구, 충북 청주 예산 수백억 날릴 판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하고 있는 대규모 영리시설의 민간위탁이 잇따라 말썽을 빚고 있다. 기존 민간업체는 운영을 포기하고 새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공모는 지지부진하다.
충북 청주시 시립노인병원은 최근 폐쇄와 회생의 갈림길에 섰다. 기존 민간업체가 운영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민선4기였던 지난 2009년 8월 개원한 이후 벌써 두 번째다. 청주시는 새 민간업체 공모에 나섰지만 새 업체를 찾기는 쉽지 않다. 청주시는 공모에 실패할 경우 시립노인병원 폐쇄를 선언한 상태다. 157억원의 혈세로 건립된 시립노인병원이 자칫 공중분해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대전 동구 국제화센터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전임 구청장 시절인 2008년 문을 연 국제화센터는 영어학원과 영어마을을 결합한 형태다. 동구 국제화센터는 지난해 11월 민간업체가 위탁을 포기한 후 3차례에 걸쳐 새 위탁자를 공모했지만 참여자가 없어 4개월째 문을 닫고 있다. 건립비 62억원을 고스란히 날릴 판이다.
이들 대규모 시설에 새 위탁자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만성적인 적자구조에 있다. 이들 사업의 특징은 청소년 사업 등 비영리 사업이 아닌 민간시장과의 경쟁을 전제로 한 영리사업이라는 점이다.
대전 동구 국제화센터 사태는 동구청이 한해 6억원씩 주던 지원금 삭감을 선언한 게 무엇보다 큰 원인이었다. 6억원을 빼고 국제화센터 운영을 할 경우 적자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경영흑자 가능성이 높은 청주 시립노인병원 역시 지난해 6억4800만원의 적자를 냈고 직원들 임금도 연체된 상태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수강료나 입원료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당초 건립 취지였던 공공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투명한 경영도 문제다. 청주 시립노인병원은 최근까지 원장의 배임·횡령 등의 혐의를 둘러싸고 노사가 마찰을 빚어왔다.
해법은 쉽지 않다. 이들 지자체 모두 대안으로 직영 등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특히 대전 동구는 전국적으로 가장 재정난이 심각한 자치구로 꼽힐 정도다.
동구 관계자는 "위탁자를 찾지 못할 경우 대전시나 교육청 등 광역지자체로 이관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당초 기초지자체가 민간시장 영역인 영어교육이나 특정 의료분야에 진출하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창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기초지자체 하나가 대규모 시설을 건립해 운영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며 "반드시 필요한 공공재인지 그리고 지자체가 직접 해야 하는 것인지를 제대로 판단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기초지자체에 맡길 게 아니라 광역지자체 차원에서 좀 더 넓게 이들 시설에 대한 해법을 검토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