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말정산 개선방안 국회에 '청부입법'

2015-04-07 11:11:32 게재

권력분립·견제 상실

국회, 책임 떠안게 돼

정부가 연말정산 개선방안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의원 청부입법 방식으로 발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개정안에는 정부와 여당의 협의안과 함께 소급입법안까지 포함될 것으로 예상돼 국회가 자신이 입법한 것을 스스로 뒤집는 꼴이 될 전망이다.

이같은 정부의 입법안을 여당 의원을 중심으로 청부입법을 받아들이는 것은 신속한 입법의 필요성을 고려하더라도 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입법부의 역할을 벗어난 것이라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7일 새누리당 정책위는 당정협의를 마치고 "이번 (소득공제) 보완대책이 금년부터 소급적용되어 근로자분들께 환급 될 수 있도록 야당과 협의해 4월 임시 국회에서 관련 소득세법 개정안을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법제처 심사, 입법예고, 국무회의 통과 등을 절차를 밟는 데에 시간이 걸린다고 보고 여당 의원을 통한 청부입법을 시도할 계획이다. 정부는 올 초에도 소득공제 환급분 분납과 관련한 세법 개정안을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에 의해 청부입법하기도 했다.

정부 입법은 정부 정책을 반영한 것으로 국회 심의과정 뿐만 아니라 통과된 이후에도 정부 책임을 물을 수 있으나 의원입법인 경우엔 모두 국회에서 떠안아야 하는 문제를 낳는다.

또 국회가 정부의 입법에 깊이 개입해 대리 입법을 해준다는 것은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삼권분립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국회 입법조사처는 연구용역을 통해 국회의원실 104곳의 보좌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청부입법을 연간 몇건 정도 경험하느냐"는 질문에 절반 가까운 49.5%가 1~3건이라고 답했고 11.7%는 4~6건, 1.0%는 5~10건, 6.8%는 11건이상이었다. 전혀 없다는 답은 31.1%였다. 10개 의원실 중 7개는 청부입법을 해봤다는 얘기다.

연구책임자로 참여한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체제대로 이원화된(의원입법과 청부입법) 법안발의 체계를 유지한다면 청부입법에 대해 다소간의 자정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의회 또는 국회의원과 정부 사이의 특정 법안에 대한 공감대 형성 및 협조에 있어 법안 자체의 타당성과 실효성에 대해 진지하게 숙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