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쇼크 없는데 청년실업 급증 … 정상적 고용경로 벗어나

2015-04-08 11:24:24 게재

'오쿤의 법칙'으로 본 경제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속 청년층 고용절벽 상시화

갈수록 심각해지는 청년세대의 취업난은 한국경제가 좀처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과제 중 하나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2월 청년실업률(만 15~29세 기준)은 11.1%인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충격으로 고용사정이 최악이었던 1999년 7월 11.5% 이후 15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실업률(4.6%)과의 격차도 2배 이상 벌어져 이 역시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실업률과 경제성장률과의 관계는 흔히 '오쿤의 법칙'(Okun's law)으로 설명된다. 미국의 경제학자 오쿤이 확인한 이 법칙은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면 실업률이 상승(역으로도 성립)하는 등 국내총생산(GDP)과 고용 사이에는 강력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경제학 이론이다.

생애 첫 괜찮은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세대의 실업률은 오쿤의 법칙을 더 잘 입증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조대형 조주현 박사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체실업률보다 청년실업률과 GDP간의 상관관계가 높고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기수축기 때 오쿤의 법칙이 강하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즉 한국경제는 강한 충격이 가해지면서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고 결과적으로 성장률이 제 궤도에서 벗어나 하락하는 시기에 청년실업률이 전체실업률보다 더 크게 증가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경제 위기 시기에 청년들에게 가해지는 일자리 충격이 더 커진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2013년 이후 최근까지 한국경제는 외부 충격 없이도 청년실업률과 전체실업률 간 괴리가 벌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11년 전체실업률(3.4%)과 청년실업률(7.6%)간 차이가 4.2%p이었으나 2012년 4.3%p, 2013년 4.9%p로 커졌고 2014년에는 5.5%p까지 벌어졌다. 올해 들어서는 1월 5.4%p, 2월 6.5%p로 갭이 더 커졌다.

역대 분기지표 상으로 전체실업률과 청년실업률의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졌던 때는 외환위기 이듬해인 1998년 4분기 5.6%p였으나 2014년 2분기에 5.7%p로 이마저도 뛰어넘었다.

IMF 외환위기나 미국발 금융위기와 같은 외부 충격이 없는데도 고용시장에서 청년실업률이 급격히 상승하고 전체실업률과 격차가 커지는 것은 한국경제의 일자리 창출 능력이 거의 방전상태에 도달하면서 정상적인 고용경로를 이탈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라는 한국경제의 경로이탈 항로가 계속되는 한 청년세대의 '고용빙하' 현상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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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찬수 기자 khae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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