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피한 선택이냐, 지방대 죽이기냐

2015-04-08 11:20:11 게재

국회 대학구조개혁법안 공청회 … "퇴출안, 비리사학에 특혜 우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학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학령인구 감소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과 '대학을 서열화시켜 지방대는 고사할 것' 이라는 상반된 의견이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중앙대 건국대 등 대학들이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에 따른 학사구조 개편안을 발표해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7일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대학평가 및 구조개혁 관련 공청회 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대학평가 및 구조개혁 관련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공청회의 주제는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현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해 4월 발의해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었다. 법안은 대학을 평가해 입학정원을 감축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2014년 대학 입학정원이 56만명인데 2023년에는 고교 졸업생이 40만명에 그칠 전망인 만큼 '지방대 고사 예방, 고등교육 경쟁력 제고'를 위해 선제적으로 구조개혁을 실시하자는 것이다.

◆대학 양극화·등급화 우려 =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교육부가 고등교육의 질을 높이기보다는 정원 감축에만 매달려 많은 문제를 양산할 것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 참가한 임재홍 한국방송대 법학과 교수는 "법안에는 교육의 질 제고를 목적으로 하는 수단이 없다"며 "고등교육 과잉공급을 초래한 교육부에 대학평가와 구조개혁에 관한 전권을 부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고 법안대로 대학을 평가할 경우 서열화를 넘어 대학양극화나 등급화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또 "사립학교법인에 과도한 특혜를 인정하는 반공익적 문제도 있어 수정으로 해결하기 힘든 수준이라 폐기가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임 교수는 그 대안으로 △국공립대의 확장 △정부 책임형(공영형) 사립대 육성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교육과정과 운영까지 평가대상으로 내세워 대학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최근 여러 대학에서 일방적인 학사개편을 추진해 소모적인 갈등과 분규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하위 D·E등급을 선별할 때 학교법인의 책무성은 빼고 학사관리 평가 비중을 높인 결과"라고 주장했다.

박주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학령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대학을 평가해 모든 대학을 일정한 평가지표로 줄 세우고 이 가운데 하위권 대학의 입학정원을 매년 줄여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며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구조개혁을 유도해 고사위기의 지방대와 전문대를 살리겠다는 취지의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담은 조항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법안에 구조조정 개념은 있는데 구조개혁에 해당하는 내용이 없다"며 "체질개선이나 경쟁력 제고에 대한 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정원감축만 있는 것은 기업이 경영개선 노력이나 신기술 도입 없이 정리해고만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또 "국내 대학의 문제는 다양화와 특성화가 실종된 채 서열화만 존재하는 것"이라며 "이번 평가지표를 봐도 일률적 지표가 거의 전부다. 획일적인 잣대다. 평가의 기본인 타당성과 공정성, 정합성에 모두 일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병주 영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평가에 따른 대학별 정원감축은 평가지표가 공정하다고 전제했을 때 가장 합리적인 방식"이라며 "학령인구 감소가 코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또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발생할 혼란을 생각하면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며 "세부사항은 조정할 수 있는 문제이나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것으로 찬성의견이 많다"고 거들었다.

◆"비리사학, 먹튀 가능" = 또한 이날 공청회에서는 법안이 통과되면 부실 사학이 잔여재산을 챙겨갈 길을 열어주게 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사립대가 사회복지법인 등으로 전환하면 상속·증여세 등을 면제받고 재산도 가져갈 수 있게 한 조항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입법조사처를 통해 확인한 결과 대학구조개혁법에서 학교법인의 자진해산을 허용한 25조는 현행 조세특례제한법 입법취지와 조세제도 운영원리가 서로 달랐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부의 대물림을 위해 법인을 운영하고 적절한 시기에 학교를 해산해 부를 대물림할 소지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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