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주요 조선사 2014년 실적
2곳만 영업이익 … 8곳 적자 확대
현대중 3형제 영업손실만 5조5천억
EBITDA(법인세 등 상각전 이익) 대비 부채비율 크게 늘어
국내 조선업계에 드리워진 불황의 그늘이 짙다.
일본 조선업이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국내 조선업은 내우외환에 흔들리면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한국 조선업계의 경영악화가 정부재정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경영실적은 이러한 조선업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내일신문이 10개 주요 조선사의 지난해 경영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영업이익을 낸 곳은 2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8곳은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4711억원, 183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2013년에도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만이 영업이익을 기록해 세계 최고의 조선업 강국 체면을 지켰다.
하지만 두 회사 상황도 악화되고 있는 추세다. 대우조선은 2013년도(4409억원)에 비해 영업이익이 약간 늘었지만 당기순이익은 330억원으로 2013년(2419억원)보다 86.4%가 줄었다.
삼성중공업 영업이익은 2013년(9142억원)의 20%에 불과하고, 당기순이익(1473억원)도 2013년(6322억원)보다 76.7% 감소했다.
10대 주요 조선사 중 적자를 낸 8곳의 영업손실 규모는 6조3768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중공업이 3조2495억원으로 영업손실이 가장 컸고, 현대삼호중공업 1조3696억원, 현대미포조선 8677억원, 성동조선해양 3395억원 순으로 영업손실이 많았다. 현대 3인방의 영업적자는 5조4868억원으로 조선사 적자의 대부분(86.0%)을 차지했다.
특히 영업손실 규모가 늘어 우려된다. 현대중공업은 2013년 8020억원 영업이익에서 2014년에는 사상 최대의 적자로 돌아섰다. 현대삼호중공업은 같은 기간 3104억원의 영업손실이 1조3696억원으로 4.4배 늘었다. 현대미포조선 영업손실도 3.1배 증가했다. 한진중공업 또한 696억원이던 영업적자가 2배 이상(1450억원)으로 확대됐다.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조선사들의 당기순적자 폭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현대중공업의 2014년 당기순적자는 2조2061억원으로 2013년에 비해 16배 늘었다. 같은 기간에 현대삼호중공업 3배(8762억원), 현대미포조선 2.5배(6793억원), 성동조선해양 1.8배(8762억원), 한진중공업 1.6배(2998억원) 증가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조선업계 실적은 해양부문 손실을 상당히 반영한 결과"라며 "올해도 조선업황이 나아질 조짐은 없지만 현재 구조조정과 내실경영 등으로 적자 폭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조선업계의 경영악화 흐름에 대해 OECD도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2월 OECD는 "한국조선산업의 경영악화로 인해 정부재정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OECD 우려는 기업의 현금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EBITDA(세전영업이익) 대비 부채비율이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해 크게 증가한데 근거하고 있다. EBITDA 대비 부채비율이 2007년 1.5배 미만이었지만 2012년 이후 6배 이상으로 확대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간주되는 3배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일본의 빠른 회복세도 국내 조선사들을 위협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2월 발표한 '조선산업의 글로벌 위상 변화와 향후 전략'에서 "한·중·일 3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000년을 기점으로 확연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면서 "일본이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올 1월 6년 10개월 만에 한국과 중국을 제치고 전 세계 수주량 1위에 올랐다. 내부 구조조정이 완료되면서 시너지 효과가 본격화되고, 엔저로 가격경쟁력도 회복했다는 게 산업연구원의 평가다. 선박엔진을 포함해 기자재 자급률 등 조선산업 인프라와 함께 연구개발, AS 및 품질보증 등 품질 면에서 3국 중 가장 우월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한국 조선업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초대형컨테이너선과 액화천연가스(LNG)선에 대한 기술력도 상당한 것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