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버팀목, 제조업이 흔들린다

2015-04-28 11:17:00 게재

23분기 만에 최저

'엔저' 여파 본격화

지속되는 내수부진에 수출까지 악화되면서 국내 제조업 실질성장률이 23분기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경제를 지탱해 온 제조업마저 경쟁력을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제조업 실질성장률(2010년 연쇄가격기준, 원계열)은 전년 동기 대비 0.7%를 기록했다. 이는 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분기(-5.7%) 이후 23분기 만에 최저치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2001년 IT버블붕괴 위기, 1997년 IMF외환위기 등 3번의 경제위기 시기를 제외하면 1980년 3분기(-2.0%) 이후 35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제조업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되는 것은 내수회복이 더딘 가운데 엔저 여파가 본격화되면서 수출마저 빠르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나라 수출의 대부분은 제조업체가 차지하고 있다"며 "내수가 안 좋은데다 수출까지 부진해 제조업 성장이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민간소비증가율은 4분기째 1%대 중반을 맴돌고 있다.

지난해 1분기 4.2%를 기록했던 수출증가율은 2분기 3.4%, 3분기 2.2%, 4분기 1.4%로 하락했고, 올 1분기에는 0%로 주저앉았다. 수출증가율 0%는 2009년 3분기(-0.7%)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문제는 저유가와 엔저 여파 등으로 수출감소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4월 들어 20일까지 수출액(통관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11.1% 감소한 272억5400만달러에 그쳐 4개월 연속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다가 한국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제조업체의 경쟁력이 뿌리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동안 설비투자와 인재양성 노력을 게을리해온 데다가 엔저 여파까지 본격화되면서 우리나라 제조업체의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며 "정부가 돈을 풀어 일시적으로 경기를 띄우는 데만 급급해 하지 말고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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