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한국 현대사 열한 가지 질문

젊은 세대 옥죄는 사회경제적 조건들

2015-06-26 10:36:09 게재
박세길 지음 / 원더박스 / 1만5000원

오늘의 한국은 청년들에게 대단히 가혹한 나라다. 예컨대 15~29세 청년 고용률은 23.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국가 중 최하위권인 반면, 장년층인 55~64세의 고용률은 63.2%로 7위다. 이는 OECD 평균인 55.1%보다 오히려 8%p 높은 수치다. 이처럼 기성세대에게 후하고 청년들에게 박한 구조는 한국 청년들을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삼포세대', 실업자와 신용불량자들로 가득한 '실신세대'로 만드는 주된 요인이다.

이 책의 문제의식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일제 강점에서 벗어난 지 반세기도 채 안 되는 새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성취한 자랑스러운 역사는 어쩌다 청년들의 목을 조이는 사회, 연이은 보수 정부로 귀결됐을까? 저자는 이러한 의문을 제기하고 해방 이후의 역사를 필요에 따라 순서를 변경하거나 재조합하면서 한국 현대사의 극적인 반전과 역설의 의미를 풀어간다. '한국 현대사 열한 가지 질문'은 이처럼 철저히 현재의 문제의식과 필요성에 발을 딛고 우리 사회를 형성한 현대사의 근원과 핵심을 되짚어본다.

문제의식이 각별한 만큼 형식도 일반 역사서와 많이 다르다. 한국 현대사를 매개로 이야기를 풀어 가지만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통사는 아니다. 흔히 접할 수 있는, 해방 정국에서 시작해 근세사로 내려오는 시계열적 기술을 채택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대신 이 책은 1부 '좌절의 시대'에서 오늘의 곤혹스러운 현실을 낳은 근원인 1990년대와 외환위기 전후의 상황을 조망하기 시작해, 2부 '절망에서 희망으로'에서 이를 돌파할 지혜를 얻기 위해 분단과 산업화, 민주화의 경험과 교훈을 돌아본 뒤, 3부 '다시 희망으로'에서 21세기 들어 펼쳐진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며 새로운 희망을 찾고 있다.

특정 주제를 다룰 때에는 필요한 부분을 자세하게 파고드는 반면 때로는 과감하게 핵심만 짚고 넘어가기도 한다. 예를 들어 1997년 외환위기를 다룰 때에는 위기의 단순한 전개 과정보다는 외환위기 이전과 이후의 사회 변화상을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한국 현대사는 외환위기를 분기점으로 그 이전과 이후로 나눠도 좋을 만큼 선명하게 대비된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송현경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