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부실, 산은은 뭐했나

2015-07-16 11:24:00 게재

경영 인사 깊숙히 개입

대량 손실에도 채권 발행

대우조선해양이 2조원대 손실을 숨겨왔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31.5%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 산업은행에 '책임론'이라는 부메랑을 안겼다.

지난 10년간 대우조선해양의 감사실장 또는 최고재무책임자는 산업은행 출신 인사로 채워졌다. 2006년에는 산은 본부장 출신인 신대식씨가 대우조선해양 감사실장으로 재직했고, 2009년부터는 급을 높여 최고재무책임자에 부행장 출신을 보내왔다. 그 전에는 사외이사진에 산은 출신을 넣어 경영을 감시해왔다.

현재 최고재무책임자를 맡고 있는 김열중 CFO 역시 산은 출신이다. 감사위원회에는 이영제 산은 기업금융4실 실장이 기타 비상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2조원 손실 은폐 의혹과 관련해서는 산은 출신 CFO도, 명망있는 인사로 구성한 경영관리위원회도 감지하지 못했다. 산은은 이번에 제기된 2조원 손실과 관련해 그 전까지 몰랐다는 입장이다. 즉각적인 실사 착수, 근본적인 대책 강구 등을 대안으로 내놨지만 믿음직스럽지 못한 이유다.

주식투자자들과 채권투자자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주가와 채권 가격은 이틀째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변경되고 증권가에서는 투자의견 하향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대우조선의 2분기 영업손실은 최대 3조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지난 3월 발행한 3500억원 규모의 회사채에 대해서는 회사측이 이미 대규모 손실을 알고서도 발행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16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서 대우조선은 오전 9시6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13.03% 내린 762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일 하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이틀째 급락세다. 장을 시작하자마자 투자자들의 매물이 쏟아지며 주가가 7480원으로 전일대비 -14.5%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 검토로 바뀌며 등급하락을 예고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날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로 평가하고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 검토로 변경했다. 한기평은 대우조선의 대규모 영업손실 가능성과 워크아웃 추진설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가에서는 투자의견 보류와 분석 중단 등이 잇따르고 있다.

신영증권은 16일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워크아웃 추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며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목표주가는 제시하지 않았다.

KTB투자증권은 대우조선의 기업가치 전망이 극도로 불확실해졌다며 잠정적으로 분석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은 373%, 연결기준 순차입금 8조4000억원으로 빅3 조선업체 중 재무구조가 가장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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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 김형선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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